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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브렌] 승리를 위한 의식가면라이더/Drive 2015. 6. 14. 12:56
* 본 글은 특촬 키스 합작에 참여한 글입니다.
다른 분들의 좋은 작품은 이쪽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lkhero.tistory.com/17
* 합작에 참여한 글이라, 비번을 따로 걸지 않습니다.
커플링 표기엔 알아서 주의 부탁드립니다.
- 본 글은 가면라이더 드라이브 30화가 방영한 시점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네타 주의해주시고, 세부 설정은 이후 방영분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고 썼는데 그다지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네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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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불만이 많아 보이시는군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창고 안에서 목소리는 들렸다. 낡은 철제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던, 하얀 후드 점퍼를 입은 사내, 시지마 고우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음영이 진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활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갈색 빛이 도는 머리카락 아래로 서슬 퍼런 눈이 빛났다. 고우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앉아 있던 철제 의자에서 삐그덕, 쇳소리가 났다.
고우가 있던 곳보다 더 짙은 어둠 너머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은 걸어오고 있었다. 가지런한 구두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어느덧 그는 고우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고우의 머리색보다도 훨씬 연한 갈색 머리카락을 차분히 내린, 그리고 그 아래에 새하얀 안경. 교복을 연상시키는 초록색 마이에 회색 바지. 나름 가벼운 느낌인 고우의 옷차림과는 완벽하게 다른, 지나칠 정도로 결벽적인 옷매무새였다. 고우는 사내를 보고 곧바로 불쾌한 빛을 내비쳤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매는 묘한 빛이었다.
"뭐. 나나 001에게 협력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 건 압니다."
안경을 쓴 사내는 묘한 웃음을 짓는다. 아무래도 비웃는 것 같아, 고우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당신의 목적."
"설교하러 온 거야?"
사내의 말을 차게 끊는 고우였다. 사내, 브렌은 안경을 슬쩍 올렸다. 렌즈 너머의 눈동자에도 고우와 비슷한, 불쾌한 빛이 역력하다.
"정말이지 답답하고, 무지하고, 신경질적인 자다. 설교가 아닙니다. 상기시키는 거지요."
"뭔 차인지 모르겠는데."
"남이 말을 하면 귀담아를 들으시길."
안경을 고쳐 쓴 브렌은 자신이 들고 있던 봉투 하나를 흔들었다. 그것을 본 고우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무엇인지는 볼 필요도 없다. 자신이 다음에 해야 할 일이다. 물론 그다지 의미가 있는 행위는 아니었다. 그 봉투 안에 쓰인 지령은 하나일 것이다. 고우가 그들에게 협력하고 있는 이유. 굳이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을. 저러는 것이 습관인 건지 무엇인 건지. 악취미다. 고우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브렌은 저가 흔들던 봉투를 고우에게 건네주었다. 고우는 그것을 보지도 않고 테이블 위에 탁 내려버렸다. 초록색 봉투가 철제 테이블 위에 놓인다. 그것을 본 브렌은 한숨을 쉰다.
"이런 게 싫다면, 다음에는 확실히 '그'를 없애란 말입니다."
"……."
"아니면, 일부러 살려두고 있는 겁니까?"
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브렌을 노려보았다. 이글거리는 눈빛이 형형하다. 그것을 본 브렌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리며 올라갔다. 그 반응에 고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안에서 불쾌감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려 하였다. 빤한 도발임을 알았다. 그러나 그의 심사는 아주 간단하게 뒤틀리고 만다. 고우는 탕 소리를 내며 테이블에 내려두었던 초록색 봉투를 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제 품에 구겨넣었다. 하얀 후드 안으로 구겨져 들어가는 봉투를 보던 브렌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지만, 고우의 시선에 그것이 들어올 리는 없었다.
"이런 수작 부릴 것 없이, 뭘 해야 하는지는 알아."
한참 뒤에야 고우는 대답하였다. 그런 고우의 얼굴에 그림자가 진다. 브렌이 허리를 숙여 그에게 시선을 가까이 한 탓이다.
"그거 참 다행이군요."
그가 뱉는 말 하나하나에 잔뜩 불쾌함만이 느껴진다. 마치 독을 뿜는 것만 같았다.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니, 주변의 공기마저 불편하게 느껴지는 고우였다. 가스실 안에 갇힌 사람이 딱 이런 기분일까. 한시라도 어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제 앞에 선 브렌은 자리를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렌즈로 한 번 가려지는 브렌의 시선 너머로 검은 것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아직 용건이 남았냐?"
결국 짜증을 담아 고우가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히 짜증이 나건만, 이상하게 그는 고우에게 협력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은 할 일만 하면 된다. 몇 번이고 '그'를 방해하고, 할 수 있다면 '그'를 그 자리에서 없애버리는 것이 고우가 할 일이었고, 브렌이나 브렌의 뒤에 있는 자와는 그를 위한 협력 관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고우는 때때로 느꼈다. 브렌의 불쾌하기 짝이 없는 시선,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자신에게 어떠한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그래서 더욱 싫었다.
"그다지요. 그저 잠시 생각을 해봤을 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브렌은 묘한 미소를 띄운다.
"당신이 어떻게 하면 더 확실하게 '그'를 없애줄지."
고우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매섭게 브렌을 노려보는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던 브렌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손바닥을 탁 마주쳤다.
"아, 그래. 부디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도록, 당신에게 내 기원을 드리도록 하죠."
여전히 특유의 미묘한 웃음 그대로이다. 브렌은 잠시 고우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제가 쓰고 있던 하얀 안경을 벗었다. 안경이 감추고 있던 그의 맨 눈이 드러난다. 새까맣고 진한 눈과 짙은 눈매. 여과 없이 보이는 그것은 그대로 고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브렌은 입꼬리 끝을 올리며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그러고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고우의 얼굴을 잡았다. 무슨. 고우가 말을 하려고 하였지만 그것은 소리가 되지 못하였다. 가벼운 살갖의 마찰음이 들렸다. 고우의 입술에 어떤 것이 살짝 닿았다.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닐 그 입술은 놀랍게도 인간의 느낌이었다. 브렌의 입술이 떨어졌다. 곧 고우는 제 눈 바로 앞에서 여유롭게 웃는 괴물을 보았다. 안경을 벗은 덕에 곧바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검은 눈동자는 끝이 보이지도 않는 심연을 연상시켰다. 금방이라도 고우를 빨아들일 것만 같은, 독기를 뿜는 늪이 거기에 있었다.
고우는 제 입술을 손으로 닦았다. 표정에 잔뜩 드러나는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서 그는 브렌을 쏘아보았다.
"무슨 짓이야."
"약간의 동기 부여입니다."
"누구 마음대로……."
"우리도 그다지 시간이 많지는 않거든요. 당신이 힘을 내 줘야 합니다. 그 일환이랄까."
브렌의 오른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좋은 반응입니다."
"너."
"내 기원은 마음에 듭니까?"
브렌은 다시 안경을 썼다. 심연을 감추는 투명한 렌즈 너머, 브렌의 시선은 고우를 향해 있었다. 저를 향해 가감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이를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물론 당신이 그를 없애는 데에 성공한다면, 더 큰 걸 줄 수도 있습니다."
"너 이 자식……!"
"더럽다고 생각하죠?"
성이 난 짐승마냥 이를 갈던 고우에게 브렌의 일침이 가해진다. 고우가 제 입술을 깨물었다. 그 자신도 정의내리지 못했던 불쾌함의 이유가 그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후후. 그렇지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에게 협력했을 리도 없고."
"……."
"하지만 그 더러운 것에 닿은, 더러운 것의 힘을 빌려 '그'를 없애려 하는 당신은 과연."
"닥쳐. 그 이상 말하지 마."
더럽지 않을까요. 라는 말을 하려는 듯한 브렌의 입을 막아버리려는 고우였다. 고우가 브렌을 노려보았다. 증오와, 다른 여러 감정들로 가득찬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브렌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그렇게 분노하여, 저를 죽이려 든다 할지라도 두려울 게 없는 브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껴 두기로 하였다. 아직 꺼내지 않는 즐거움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법이다. 참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미학일 때가 있다는 것은 잘 아는 브렌이었다. 브렌은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기세다.
"좋습니다. 그 눈빛. 내가 가장 바라 못지 않던 겁니다."
"더러운 괴물 자식."
"네. 맞습니다. 그러니 마음껏 화를 내시길. 여기 이 더러운 것에게 말입니다. 아하하하하하!"
곧 브렌은 미친 듯 웃기 시작하였다. 하하, 하하하하! 그것을 보며 고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광인(狂人)처럼 웃는 브렌을 콱 밀쳤다. 정신없이 웃던 브렌이 비틀거리면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대로 고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겨우 중심을 잡으려는 브렌을 콱 밀치고는 어두컴컴한 너머를 향해 걸었다. 목적은 하나. 품 안의 봉투에도 쓰여 있을 그것. 고우의 소중한 가족, 그리고 행복을 빼앗은 이를 없애기 위하여.
"그래요! 그 기분 그대로, 체이스를 죽이고 오시길! 하하! 후후후후……."
그런 고우의 굳은 발걸음 뒤에 브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우는 그 소리를 무시하고 창고의 문을 열었다. 문 사이로 대낮의 햇빛이 새어 들어왔다. 어둠 속에 오래 있었던 탓일까. 여름의 뜨거운 햇빛에 눈이 부셨다. 고우는 되는 대로 손으로 햇빛을 가렸다. 아무래도 더럽혀진 이에게는 감당하기 벅찬 빛이다. 고우는 비참한 웃음을 지었다. 이미 스스로가 망가져감을 모를 리 없는 이였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추기엔 너무도 멀리 왔다. 그러니 그는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앞에 펼쳐질 길이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심연의 늪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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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브렌 글은 정말 빨리 썼습니다. 아마 그 땐 잠시 마귀라도 들었던 것이 아닐까요.
둥님을 영업시키겠다는 강력한 목적(헛소리)으로 먼저 보냈다가
결국은 신체이 글이랑 낼때 수정해서 냈었다고 합니다 (뭐한거지)
전에 썼던 글보단 사실 이걸 먼저 썼네요.
이것도 제 고우브렌의 대부분을 담았습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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