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미션 샘플 8 - 보라색 날개옷Commission 2016. 10. 1. 10:29
B형.
니오(@nio_orig)님의 커미션으로 진행했습니다.
의뢰하신 분이 참여중인 TRPG 세션의 캐릭터들(토카바네 바쿠+아마노가와 츠바사)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마노가와 탐정 사무소는 조용한 곳이다. 본디 사무소의 주인 혼자서 운영하던 곳인 데다 주인은 딱히 애완동물도 키우지 않은 탓이다. 혼자서 오래 살게 된 탓일까. 주인은 가끔 혼자 중얼거리곤 한다. 그 정도의 소리만이 존재한다. 걸려 있는 간판이나, 나름 정돈되어 ‘그래도 사람이 사는 곳’으로 보이지 않았더라면 누구나 꼼짝없이 빈 사무실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사무소에 머물기 시작한, 주인의 친구라고 자처하기 시작한 식객 때문일 것이다. 식객이 머물기 시작한 이유에 도리라고는 일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주인 아마노가와 츠바사는 이 시끄러운, 정확히는 난잡한 분위기 속을 견딜 수 없었지만 그는 식객을 쫓아낼 정도로 모질지도 못했다. 물론 식객이 그가 나가라 한들 나가지도 않을 것이었지만. 주인의 그런 속을 전혀 모른다는 듯 식객, 토카바네 바쿠는 이 날에도 의자에 앉아 과자를 맛나게 먹고 있었다. 와작와작 씹는 소리는 츠바사에게 심히 거슬리는 것이었지만, 어느덧 그 소리가 없으면 이상한 정도의 나날 또한 그들에게 찾아왔다. 이제 과자 소리 정도로는 집중력을 잃지 않게 된 츠바사는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과연 자신은 어디까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한 가득이나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츠바사가 그런 것을 스스로에게 허락한 적은 없다.
뒤적. 뒤적. 츠바사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에, 그가 평소에 듣던 것이 아닌 소리가 들렸다. 츠바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소리의 주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츠바사에게 뒤적이는 소리는 익숙하다. 보통 그 소리의 원인은 토카바네가 먹을 것을 찾아 냉장고를 뒤적이거나, 혹은 토카바네가 걸어다니느라 쓰레기를 밟는 소리이거나. 그러나 오늘은 뒤지는 곳이 달랐다. 아무튼 원인은 그 식객에게 있다. 이제는 식객보다는 친구라는 호칭이 익숙한 이는 츠바사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나 찾았어?”
츠바사와 눈이 마주치자 토카바네는 배시시 웃는다.
“아니, 뭘 뒤지고 있나 해서.”
대답하는 츠바사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오늘 토카바네가 뒤지던 곳은 평소의 냉장고가 아닌 츠바사의 옷장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토카바네의 막 나가는 행동에 익숙해졌다 해도 늘 새롭게 갱신되는 그의 기행에는 한숨이 먼저 나오는 츠바사였다. 대체 왜 남의 옷장을 뒤지는 거야.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에 원치도 않는 다른 자극이 들어오고 있으니 돌아버릴 것 같다.
“와. 진짜 츠바사 옷 없네.”
옷장 같은 곳은 뒤지지 말라고. 츠바사가 그를 나무라려 했지만 토카바네 쪽이 더 빨랐다. 토카바네는 어느새 고개를 돌려 옷장 안을 이리저리 바라보고 있었다. 옷장 안에는 정장 몇 벌이 전부다. 그에게는 일할 때 입는 정장 말고는 굳이 다른 의복을 갖출 필요가 없었던 탓이다. 정작 티셔츠에 바지 차림인 토카바네는 그것이 신기한 듯 옷장을 여기저기 보다가, 아래의 서랍을 열어보기도 한다. 숨어 있는 옷이 있는지 찾아보려는 것이다. 츠바사는 그의 행동을 말리려다 멈칫했다. 어차피 안 들을 것이다 싶었기에. 그 짐작이 틀림은 없었는지 토카바네 때문에 이미 뒤집어진 옷장에는 널브러진 츠바사의 정장의 모습이 보였다. 보기만 해도 여기저기 구겨져 있다. 저걸 다 언제 다리지. 세탁소에 맡겨야 하나. 츠바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진짜 정장밖에 없어! 정장맨이다!”
“다른 옷은 필요가 없으니까.”
“토카도 이 옷밖에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
“나도 정장만 있는 건 아니라고.”
“못 봤는데.”
토카바네가 눈을 깜빡인다. 츠바사는 정장이 아닌 제 다른 옷이 세탁기 안에 박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봐야 트레이닝 복 한 벌 뿐이라 변명거리도 되지 않음을 곧 깨달았다. 애초에 츠바사의 변명을 토카바네가 들을 지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헤헤. 마침 좋은 생각이 났다.”
“무슨?”
그 다음에 이어지는 토카바네의 말에 츠바사의 불안감은 커졌다. 저런 소리를 해서 잘 풀렸던 적이……. 제법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상한 불안감은 츠바사의 안에서 사라질 줄을 모르고 있었고.
“유카타를 입자!”
그 불안은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었다.
“뜬금없이 무슨 유카타야.”
“불꽃놀이 때, 츠바사만 안 입었잖아.”
“그 땐 일하는 중이었고.”
“유카타 없으면 재미없어! 입자!”
“오늘은 불꽃놀이 날도 아니잖아.”
“괜찮아! 내가 보고 싶으니까!”
식객, 아니 친구는 말을 들을 줄을 모르는 인사였다. 말만 안 들으면 다행일까, 행동조차 제멋대로라 다음 일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토카바네는 츠바사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가자는 듯 질질 당겼다. 가자, 츠바사. 칭얼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것이 유리한 고지를 가져가기 위한 토카바네 나름의 위장임을 안다. 그러나 결국 츠바사는 그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당장 급한 일도 없겠다. 하루 정도는 어울려도 되지 않을까. 이미 체념한 츠바사는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몇 번 휘말린 것도 같지만, 지금의 츠바사에게는 떠오르지 않는 일이었다.
토카바네는 경쾌하게 걸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 것인지. 끌려가는 츠바사는 영 불안한 감을 감출 수 없었다.
“너 돈은 있는 거야?”
설마 훔치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지. 작게 중얼거리는 츠바사를 보더니 토카바네는 항상 매고 다니던 가방을 열었다. 가방의 내용물을 향해 츠바사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보니 그 안에는 돈 뭉치가 있었다. 츠바사는 놀랐다.
“이거 다 어디서 났어?”
훔친 건가? 또 작게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토카바네는 돈을 버는 일을 일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토카바네는 대답 대신 츠바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처음에는 바로 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곧 깨달았다. 그 동안 줬던 심부름 값인가. 아무래도 토카바네는 츠바사가 준 돈을 쓰지 않고 모아두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 돈은 모으면서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영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기가 차서 얼굴을 찡그리는 츠바사를 보며 토카바네는 자랑스러운 듯 히히 웃다가 손으로 브이 모양을 만들기까지 한다.
“나 완전 열심히 모았어! 이걸로 츠바사 유카타를 사 줄 거야. 히히. 토카 완전 기특하지?”
“역시 너랑 말하다 보면 머리가 아파…….”
토카바네가 이상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 만한 이유는 츠바사에게 없다. 생각지 않기로 한다.
이윽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토카바네가 자주 가는 옷가게라고 했다. 자주 가는 옷가게라는 말에서 어쩐지 좋지 않은 느낌을 받은 츠바사였지만, 어서 오라며 자신들을 반기는 점원들의 태도를 보아 토카바네가 여기에서 특별히 사고는 치지 않은 모양이라 어떻게든 안심할 수 있었다. 이미 쳤는데 여태 안 들켰을 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뒤로 하기로 한다.
그나저나 화려한 가게다. 유카타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듯, 점포 안에는 온갖 색의 유카타가 있었다. 츠바사는 옷을 고르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색색의 옷감들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정말로 ‘자주 가는’ 가게인 거야? 토카바네를 붙들고 묻고 싶었던 츠바사였지만 어느새 주변에 그는 보이지 않았다. 흠칫 놀란 츠바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걱정은 크게 들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츠바사!”
멀찍이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츠바사는 자신을 향해 손을 있는 힘껏 흔들고 있는 토카바네에게 걸어갔다. 토카바네는 유카타 한 벌을 가리키며 방방 뛰고 있었다.
“뛸 것까진 없잖아.”
“얼른얼른 보여줘야지! 토카가 고른 거야!”
토카바네는 싱글벙글 웃으며 제가 집은 옷을 츠바사에게 건네었다. 검은 옷감에 보라색으로 수놓인 화려한 패턴이 인상적인 옷이다. 츠바사는 눈을 꿈뻑이며 그것을 보았다.
“…….”
너무 화려한데. 도저히 자신에게 어울릴 만한 물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츠바사는 눈썹을 찡그렸다.
“입어봐! 얼른!”
토카바네가 앞에서 손을 흔들며 방방 뛰었다.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보니 이것이 제일 마음에 든 모양이다. 어울려주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다. 츠바사는 한숨을 쉬며 탈의실로 향했다. 유카타를 제대로 입어본 적이 없어, 그는 점원의 도움을 받아서 옷을 갖춰 입었다. 겉옷을 둘러싸고, 허리의 띠를 맨다. 영 익숙하지 않은 옷이라 츠바사는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탈의실 밖으로 나왔다.
“우와아아아!!”
토카바네는 탈의실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쭈뼛쭈뼛 걸어 나오는 츠바사에게 총총 달려오더니, 곧 그의 주변을 맴돌며 유카타의 모습을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소매를 들춰본다거나, 여밈 부분을 슬쩍 들추려다 그것을 본 츠바사가 다리를 뒤로 슬그머니 뺀 탓에 실패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란 거냐. 난감한 얼굴색을 한 츠바사와 드디어 눈이 마주친 토카바네는 한 쪽만 보이는 눈으로 샐쭉 웃었다.
“츠바사 완전 최고야! 잘 어울려! 멋있어! 예뻐!”
“……마지막은 좀 빼 줄래.”
츠바사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으음. 맞는 말 한 것 같은데? 히히. 이걸로 하자. 오늘은 계속 이렇게 입고 있는 거야.”
그 말에 츠바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축제도 아니잖아.”
“괜찮아! 토카가 보고 싶으니까!”
“눈에 엄청 띈다고…….”
다시 탈의실로 돌아가려는 츠바사의 옷깃을 토카바네는 붙잡았다. 옅은 모래색의 눈동자가 츠바사의 시야에 확 들어온다. 그는 입술을 씹었다.
“……집에 갈 때까지다.”
“이거야! 이거!!”
체념의 목소리로 대답하기 무섭게 토카바네는 쫄래쫄래 어디론가로 달려갔다. 츠바사는 머리를 긁적이다 다시 탈의실로 돌아갔다. 안에 두고 온 자신의 원래 옷을 챙기기 위함이다. 순간 토카바네가 근처에 없으니 그 사이에 옷을 갈아입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츠바사에게 들었다.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친구’의 부탁이기도 하고, 이미 뱉은 말을 모른 척 무르기는 츠바사 자신이 가진 양심적인 부분에서 반하는 일이다. 츠바사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탈의실 밖으로 나오니 토카바네는 보이지 않았다. 점원에게 그의 행적을 물으니 계산을 마친 뒤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그냥 도망간 것이 아니라니 놀라운 일이다. 하긴 가게에 자신이 남아 있으니 무작정 도망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츠바사는 마무리 인사를 한 뒤에 가게 밖으로 나갔다.
가게 앞에서 토카바네를 찾으려고 츠바사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적당히 근처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직접 찾아보기로 다짐하고 츠바사가 사무소 가는 방향으로 몇 걸음 걷다 보니, 멀리서 토카바네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자기도 모르게 먼저 집에 가 버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다른 곳을 구경이라도 한 것인지. 알 길은 없다. 어쨌든 츠바사를 향해 달려오는 토카바네의 가방이 열린 채로 덜렁덜렁 흔들린다. 안의 내용물은 빈 것 같았다. 오늘의 유카타가 완전히 그의 전 재산을 털어버린 모양이다. 애초에 츠바사가 그에게 준 용돈은 푼돈 수준이었다.
‘그걸 모은 게 이상한 거지.’
“츠-바-사-!”
“……!”
츠바사가 혀를 쯧 차던 사이 토카바네는 그대로 츠바사에게 달려들어 확 안겼다. 츠바사는 깜짝 놀라 그대로 온 몸이 굳어버렸다. 이도 저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는 츠바사의 얼굴은 아마 그를 안은 토카바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음 축제엔.”
얼굴을 묻은 토카바네가 말했다.
“이거 입고 나랑 불꽃놀이 보러 가자!”
곧바로 그는 얼굴을 들어 츠바사를 보며 웃었다. 츠바사는 머쓱해져 시선을 홱 돌렸다.
“알았으니까 이거 좀 놔.”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는 말했다. 질색이었다. 이런 식의, 친분을 목적으로 한 접촉은. 이것을 잠시나마 허용할 수 있는 것도 츠바사가 정의하고 있는 ‘친구’라는 단어의 의미를 토카바네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싫어. 토카가 츠바사 잔뜩 안아줄 테야.”
“놔.”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두 번째 말에는 힘을 담았다. 토카바네는 치이 소리를 내며 그를 놓아주었다. 시무룩한 얼굴이다. 그것을 본 츠바사는 약간 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의 감정은 츠바사의 것이 아니었다. 괜히 허튼 여지를 남겨봐야 귀찮고 번거로울 뿐이다. 게다가 토카바네가 기껏 저런 얼굴을 해 봐야 어차피 오래 가지도 않는다.
“헤헤. 츠바사 정말 예쁘다.”
“그러니까, 예쁘다는 말은 좀 빼라니까.”
“왜. 진짠데.”
토카바네는 츠바사를 지긋이 보았다.
“분명 좋아할 거야.”
“누가?”
그 뒤 이어지는 토카바네의 말은 사고의 맥락을 몇 단계 뛰어넘고 있었다. 이런 적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상대의 얼굴이 제법 심각해 보여서 츠바사는 저도 모르게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츠바사가 좋아하는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소리.”
“츠바사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수 있잖아? 나처럼.”
토카바네는 고개를 한 번 갸웃한다. 츠바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어.”
“토카라고 말하지는 않았는데?”
“아니더라도 없어.”
츠바사의 말은 진심이었다. 오르페녹의 운명을 알게 된 이상 앞으로 살아 보아야 얼마나 살 것이며, 이런 몸이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좋아하기로 마음먹은 적도 없다. 누군가가 자길 좋아한다고 한들 츠바사 자신이 그를 좋아할 자신도, 이유도 없었다.
“그래도 만약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말이야~”
역시 토카바네는 그의 말 같은 건 듣지 않았다.
“불꽃놀이를 보러 가. 이 옷을 입고서.”
“그럴 일은 없다니까.”
“불꽃놀이! 퍼퍼펑!”
혼자서 축제에 간 것 마냥 토카바네는 팔을 화악 펼쳐 올리고는 입으로 폭죽 소리를 내면서 방방 뛰었다. 종잡을 수 없는 친구가 앞서 가는 것을 보며, 츠바사는 한숨을 푹 쉬고 그의 뒤를 쫓았다. 유카타 차림은 생각보다 편했다. 이 옷을 얼마 만에 입은 거지. 어렸을 때나 한 번 입었던 것 같은데. 자기 손으로 입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이 옷 얼마였던 거지. 토카바네는 돈이 얼마나 있었던 거지. 온갖 잡다한 궁금증이 츠바사의 머릿속을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그러니 이 옷도 이 걸음도, 아무래도 좋으며 가끔 떠오르는 추억 정도로 두어도 될 것이다.
다음 축제가 언제더라. 평소엔 관심도 안 갖던 축제날이건만, 츠바사는 사무소에 도착하면 한 번 날짜를 뒤적여 보기로 한다. 시간이 맞으면 저 멀리 앞장선 친구와 함께 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전에 자신이 살아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불사인 줄 알았으나 실은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증오스러운 몸. 그리고 결국 기대하게 되는 희망. 그 사이에 아마노가와 츠바사는 있었다. 몸을 받아들이는 것은 선택할 수 없고, 그러나 희망을 품고 나아갈 자신도 없는 미련한 이가.
“츠바사아!”
멀찍이서 손을 흔드는 이를 보면 아주 조금 부럽기도 했다. 자기 삶에 대해서, 자기 죽음에 대해서 의심하는 일 같은 건 없겠지. 처음부터 인간이었고 아마 죽을 때까지 인간일 테니까. 그러나 이 생각도 부질없는 것이다. 그는 그저 제 할 일만 하면 되니까.
츠바사는 상념을 떨쳐버리고는 어느새 다시 자기에게 뛰어와 팔짱을 끼려 드는 토카바네를 슬쩍 피하며, 사무소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더했다.
'Commiss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샘플 12 - 잡초와 형 (0) 2018.01.07 커미션 샘플 11 - 졸업 (0) 2017.11.06 커미션 샘플 5 - 유망(有望) (0) 2016.03.31 커미션 샘플 4 (0) 2016.03.31 커미션 샘플 1 (0) 201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