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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무키리] 알로하, 너의 마음
    가면라이더/Ex-Aid 2017. 1. 2. 17:23




    이 글은 참새(@Gs_EX_aid)님과의 연성교환입니다.


    주신 내용 : 

    키리야가 에무에게 애매하게 고백하고 대답 못 듣기. 이유는 12화 혹은 에무가 키리야를 그런 대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어서.


    - 가면라이더 엑제이드 12화 네타가 있습니다.



















     에무를 믿어.


     어째서 그 사람은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의 믿음에 보답하기로 결심한 날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치고 나도 사람을 잘 믿어버리는 타입이지만, 나는 일전에 그 사람에게 말했다. '당신은 믿지 않아.' 라고. 물론 당시의 나에게는 나름 온당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당사자에게 결코 기분이 좋은 말일 리가 없다. 특히나 나 역시 그 사람을 믿기로 다짐한 지금에 와서는.


     "나랑 하와이 갈래?"


     그 이후 어느 날. 나를 만난 그 사람이 꺼낸 말이었다. 물론 다짜고짜 저 말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 날 아침에 '나를 태워주지 않을래? 오늘 비번이거든. 너도지?' 라고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고, 나는 기꺼이 승낙했다. 여기 내가 엄청 좋아하는 가게인데 꼭 너와 가고 싶었어. 나를 불렀던 그 사람은 이 근방에서 제법 유명한 로코모코 가게에 데려다 주며 말했다. 소아과 간호사 사이에서 대단히 이름이 높은 가게라 나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로코모코를 먹어본 적이 없었던 터라 간 적은 없던 가게였다. 거기서 먹은 로코모코는 정말로 맛있었다. 


     "명인 취향인가 보네."


     그렇게 말하며 웃던 이의 옷이 오늘따라 유독 눈에 띄었다. 그래서 물었을 뿐이다. "로코모코도 그렇고, 그 옷도 그렇고. 키리야 씨는 하와이에 추억이라도 있는 건가요?" 내 물음에 그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초승달 모양으로 눈매를 휘며 웃었다.


     "응. 나 하와이 엄청 좋아해."


     그 뒤에 나온 말이 그것이었다. 나는 놀랐다. 키리야 씨는 이렇게 기꺼이 자기와 여행을 가 달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던가. 가벼운 마음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 이런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인가. 물론 어차피 이런 식으로 지나가다가 나오는 '어디에 여행 가자.' 라는 말은 결국 지나가는 말로 끝나기 마련이라 나는 좋다고 대답했다.


     "정말? 진짜로 나랑 하와이 가 주는 거야, 명인?"


     활짝 웃는 그 사람이 의아했다. 그렇게까지 기쁜 일인가? 어차피 가망 없는 약속일 확률이 높은데. 어느 새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뒤에도 그 사람은 계속 들뜬 것처럼 보였다. 


     "그럼 언제 갈래?"


     가게 근처의 공원을 걸으며 그 사람이 물었다. 나는 그 때 알았다. 이 사람이 진심이었음을.


     "네?"

     "하와이 말이야. 연수의면 시간이 잘 안나겠다 싶긴 한데."


     배시시 웃는 그를 보며 나는 차마 가벼운 마음으로 한 대답이었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 사람도 연수의를 해본 상황이니 대충 내 사정이야 알 것이다. 정말로 휴가 내기 힘드니까. 어떻게든 맞추면 되긴 하겠지만…….


     "일단은 그, CR일이 끝나야 뭐가 될 것 같아요."


     나는 일단 둘러댔다. 아니, 사실이긴 하니까. 키리야 씨도 내 말에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그 이전에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하긴 그게 문제네. 휴가지에서 긴급 콜 불리는 것도 별로니까. 그러면 말이야……."

     "하와이는."


     열심히 뇌내 계획을 읊으려던 키리야 씨의 입을 막듯 나는 말했다.


     "굳이 저랑 가지 않아도 되잖아요. 키리야 씨한테는 동료도 있고, 니시와키 씨도 있고."


     내 물음에 키리야 씨는 얼굴의 웃음을 거둔다. 내가 무엇을 묻는지 이해한 것이다.


     "그야 명인을 좋아하는 걸."


     그 뒤에 다시 웃으며 키리야 씨는 대답했다. 나는 다음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키리야 씨는 나를 보더니 흠칫한다. 그러더니 다시 얼굴을 바꾸며 씨익 웃었다.


     "거기다 적당히 짐꾼 하기도 좋아 보이고 말이야."

     "그 이유였던 거죠?!"


     내가 일부러 부루퉁한 반응을 보이자 키리야는 나를 삿대질하며 깔깔 웃었다. 맞아. 그런 거야. 내 어깨를 툭툭 치며 그 사람은 말했다. 


     "짐꾼이라면 더 좋은 사람을 구해 봐요."

     "에에. 싫어. 짐꾼은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완전 글렀다고. 잘 생각해봐, 에무. 나랑 가는 하와이 여행은 정말 흔치 않은 기회라고."

     "그렇기야 하겠지만요…….."

     "아무튼, 그럼 어쩔 수 없이 버그스타와의 싸움이 끝난 뒤로 미뤄야겠네. 그 때쯤 약속 잡자. 내게 어울려 줄 거지, 에무?"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 따라갈 수가 없다. 


     "알았어요. 저 실은 하와이 가본 적 없어서."

     "그래? 완전 재미있을 거야. 내가 열심히 가이드 해 줄게."

     "대신 저는 짐꾼 하고요?"

     "그런 거지. 좋지 않아?"


     키리야 씨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씨익 웃었다. 나는 웃으며 그 사람의 얼굴을 마주했다. 사실 놀라기는 했다.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거, 내가 생각하는 대로일까? 나는 그것을 그 사람 나름의 '고백'으로 받아들였는데. 아닌가? 하기는 맞다고 해도 지금 타이밍에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생각은 미뤄 두기로 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즐거웠다. 키리야 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정말 좋았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그리고 내가 믿기로 마음 먹은 사람. 이런 존재가 내게 얼마나 귀한지,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내 마음이 어떤가 하면, 계속 이 사람과 싸우고 싶다. 함께 있고 싶다. 그 정도에 불과하니까 어쩌면 이 마음이 그 사람에게는 너무 가볍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게는 지금이 소중하니까.


     그러니까 아직은 아니야.














     "잊지 마. 에무. 네가 웃는 한 너는 너야. 네 운명은 네가 바꾸는 거야!"

     "세계는 너에게 맡길게."


     쏟아지는 비의 화살 속에서 나는 알았다. 내가 누구를 잃었는지. 어떤 존재를 잃고 말았는지. 조각조각 흩어지는 몸은 흔적도 남지 않고 공기 중으로 흩어져버렸다. 내가 소중히 여겼을, 그러나 나도 그 마음을 몰랐던 이는 한 순간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왜. 왜 그랬어.

     이렇게 금방 잃을 줄 알았더라면.


     하와이를 같이 가자고 했잖아. 끝나고, 가기로 약속했잖아. 내가 좋다고 했잖아.


     "…….."


     그러고 보니 결국 거기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너무나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도 그런 가벼운 마음일 거라 생각했다. 나는 알지 못했다. 그 마음이 이렇게 무거울 줄은.


     "키리야 씨. 실은 나도 말이예요…...."


     그 사람이 남긴 게이머 드라이버를 끌어안았다. 잠깐이라도 닿았을 그 사람의 온기가 비에 씻겨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걸 잠시라도 잃지 않고 싶어서, 이미 부질없이 식어버린 그것을 하염없이 안고 있었다. 


     실은 나도 당신을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해요. 이제 대답해봤자 사라진 당신에겐 닿지 않을 것이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



     얼결에 나와버린 내 고백은 네겐 결국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좋았다.


     네 대답이 없더라도 괜찮아. 네가 나를 떠나지 않는다면 그걸로 족하니까. 내가 눈을 감을 때까지, 네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아. 소원을 이뤘다.

     아아. 행복해라.


     눈을 감으며 나는 가장 사랑하는 이를 눈에 담았다. 몸이 사라져도 너를 잊지 않도록.


     오늘 이후로는 울지 말아. 에무.

     너는 웃는 게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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