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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 샘플 11 - 졸업Commission 2017. 11. 6. 00:25
B형.
블로(@VlOnim) 님의 커미션으로 진행했습니다.
커플링 : 바이클론즈 - 피오화심.
- 바이클론즈 2기까지만 보고 썼으므로 이후 설정과 충돌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에, 긴 꿈을 꾸었다. 너무 짧게 느껴져서, 더 꾸고 싶을 정도로 달콤한 꿈. 아버지가 그리웠던 어린 아이였기에, 잠시나마 꿀 수 있었던 꿈. 그러므로 생각한다. 자전거를 더 오래 배웠더라면, 갖고 있던 운동신경이 너무나 좋지 않아서 더 오래 배워야만 했더라면.
그랬다면 그 사람을 더 오래 만날 수 있었을까.
부질없는 꿈을 현실이라 믿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구는 제국의 손에서 지킬 수 있었고, 실종된 부모님을 아직 찾지 못한 채로 오가의 남매들은 자랐다. 또 한 명의 형제가 성인이 되었다. 곧 또 한 명도 그렇게 될 것이다. 법적 성인이 한 명 늘어난다 하여, 오남매의 현실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다. 누군가의 삶 속에서 시간이란, 목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이어지고 마는 것이다.
아이들의 시간은 자란다. 앗 하는 사이에 초등학생이던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생이라고 해도, 어차피 동네 중학교라 초등학생 때부터 알던 아이들이 그대로 같은 학교에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오남매의 막내에게도 그것이 특별한 기분이 들 이유는 없었다.
“졸업은 끝이 아니고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언제쯤 지루하지 않을까? 이 날 들으면 마지막으로 듣는 것임에도 지나칠 정도로 한결같은 지루함이다. 오남매의 막내, 오피오는 의자에 앉은 채 하품을 했다. 일단은 보는 눈이 있는 관계로 최대한 티는 덜 내면서. 하지만 오늘 아침까지 초등학교를 다니던, 고작 13살의 아이가 집중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입을 막으며 하품을 해도, 묘하게 밀려오는 피곤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피오는 슬그머니 자신의 뒤쪽을 돌아보았다. 졸업식이 치러지는 영 크다고는 할 수 없는 강당 안. 그 뒤쪽에는 누군가의 가족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피오는 눈대중으로 자신의 가족을 찾아보았다.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피오는 다시 돌아 앉아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다. 가장 큰 형은 오늘도 배달이라고 했다. 작은 형은 아르바이트라고 했다. 셋째 누나는……온다고 한 것 같은데 잘 보이지 않는다. 바로 위의 형은 네 졸업식에 뭣하러 가냐며 툴툴거렸지만 아마 셋째 누나가 왔다면 같이 끌려 왔을 것이다. 아마 쪼끄매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것이겠지. 그 생각을 하니 어쩐지 피오의 기분이 좋아졌다. 피오는 안경을 고쳐 올렸다.
기나긴 이야기가 끝났다. 그 뒤로는 교가 제창이다. 마지막으로 부르는 교가. 라고 해봤자 어차피 제대로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피오는 흘러나오는 간주에 맞춰 작게 음을 내었다. 크게 부르기는 어쩐지 민망했던 탓이다. 어차피 동네 학교고, 그가 진학할 중학교도 근처에 있다. 마지막이라고 해봐야 전혀 감흥이 없는 것이다. 아마 여기 있는 그의 또래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문득 형의 졸업식이 생각났다. 당연히 넷째 형의 이야기이다. 바로 1년 전 이 날 그는 졸업했다. 그 때 했던 말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아. 지겨워. 어차피 중학교 가도 똑같은 애들인데.”
“그래도 초졸 했잖아. 축하할 일이지.”
그 날은 꽤 왁자지껄했던 것 같다. 태오 형도, 래오 형도, 미오 누나도 모두 우연히 시간이 맞았던 덕이다. 아무리 나쁜 상황이 있어도 다섯이 있으면 외롭지 않았다. 오남매의 넷째, 지오 역시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어느 정도였냐면, 근처에서 화려하게 졸업 축하를 받고 있던 오나전에게 시비를 걸 정도로.
“너는 이사 간다면서 전학이나 가지 그랬냐?”
“이 동네에 빌딩 공사 다 되어 가는데 왜 내가 전학을 가냐? 전학은 쫄리는 쪽이 가야지. 안 그러냐, 오지오?”
“아, 그러셔. 그러면 전학빵 지우개 딱지나 할 테냐?”
“내가 그걸 왜 하냐? 하등 이득 될 게 없는데.”
아서라. 하며 태오가 말리고 나서야 지오는 그와의 쓸데없는 싸움을 그만 두었던 것 같다. 어느덧 피오는 자기도 모르게 입이 부루퉁 튀어나와 있었음을 깨달았다. 알고 있다. 큰 형들은 오지 못한다. 미오 누나는 왔는지 안 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지오 형은 모르겠다. 작년을 생각하니 피오는 더욱 화가 났다.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1년 전에는 괜히 기대하고 말았던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피오는 오늘 자신이 혼자인 것이 너무도 서러웠다.
“1년 동안 즐거웠어요.”
어느덧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당에서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직전이다. 이제 곧, 피오는 이 학교의 학생이 아니게 된다. 그렇게 생각해도 역시 감흥은 없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맞아주는 가족이 없는 것은 서러웠다. 그런 피오의 생각과 관계없이, 어디에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급우 중 누군가가 우는 소리인 것 같았다. 외로워서일까? 아쉬워서일까? 피오에게 알 길은 없었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아이였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네가 울어봤자, 나보다 슬프진 않을 걸.’
내심 피오는 심술을 부린다. 그러나 곧 한숨을 쉬었다. 아무 소용이 없다. 어서 이 시간이 끝났으면 좋겠다. 미오 누나와 형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어른들 사이에 묻혀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없으면 어쩌지. 모두가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혼자 남는 것은 외롭다.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 이제 가도 좋아요. 여러분을 기다리는 가족에게로.”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들리지 않을 목소리를 피오는 작게 중얼거렸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가족을 찾아 뛰어갔다. 바로 찾는 아이도 있었고, 한참을 찾아 헤매는 아이도 있었다.
‘미오 누나나 찾아봐야지.’
작은 지오보다는 더 눈에 띌 테니까. 피오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어른들이 자리를 벗어나, 자신의 아이들을 찾으러 갔다. 흐트러진 대열 속이라면 아마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잘 안 보일까봐 괜히 안경을 치켜 올리며 익숙한 얼굴을 찾던 피오는, 그러다 문득 어떤 그림자를 보았다.
지극히 익숙한. 다시는 보지 못할.
‘어?’
피오는 놀랐다. 그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 형상이 보였던 곳으로 피오는 허겁지겁 뛰어갔다. 누나는 보이지 않았다. 지오 형도 보이지 않았다. 안 온 걸까. 섭섭함을 우선 삼키고, 피오는 무작정 달렸다.
만날 수 있을 지도 몰라. 어쩌면.
피오는 그가 꾸었던 긴 꿈을 생각했다. 그것은 3년 전의 기억. 피오가 아직 초등학생이던 때이다. 어느 날 지오가 데려온 외계의 할머니를 받아들여, 지구를 지키는 비밀의 용사가 되었던 때이다. 용사가 되는 것에 익숙해지던 때, 보조바퀴를 단 자전거로 자신들을 따라오지 못하는 막내를 가족들은 걱정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그가 어서 자신들을 따라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피오는 그것을 거부했다. 그러지 않아도 좋았다. 피오는 과거에 약속을 했다. 보조바퀴를 떼는 것은 아버지와 함께 하기로. 그것은 피오의 ‘꿈’이기도 했다. 그 꿈은 간단히 이루어졌다. 그 때 아버지는 곁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아버지가 아니어도 좋았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꿈은 없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오가 쫓는 것은 그 사람의 그림자였다. 피오가 보조바퀴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뒤로 다시는 그 공원에서 볼 수 없었던. 새하얀 눈처럼, 혹은 반짝이는 은처럼 보였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렸던. 한쪽 다리는 의족이었던. 사람을 경계하는 듯 보였지만 실은 상냥했던. 그 사람.
‘아저씨.’
피오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한날의 꿈이고, 그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잠깐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피오를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피오는 학교 안을 계속 달렸다. 1층 복도에서부터 옥상까지. 학교 전체를 구석구석 돌면서, 혹시라도 자신이 놓쳤을까봐 잔뜩 긴장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바람이 불었다.
피오는 다시 강당으로 돌아왔다. 그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역시 있을 리가 없다. 괜한 일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피오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것이 덧없는 미련이라도, 잊을 수 없다면 놓을 생각은 절대 없었다.
그를 만난 건 하늘공원에서였다.
“아버지 잃어버렸니?”
“그러니까, 형제 중에 너만 아버지한테서 자전거 못 배웠다? 나쁜 아버지네.”
“그럼, 자전거 못 타는 사람은 아버지 없는 거네?”
“그건 억지잖아요”
“그렇지. 네 말 고대로 하니까 억지가 되잖아.”
보조바퀴를 떼지 않으려고 고집을 피우던 피오에게 그가 참견을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 그는 피오가 자전거를 배우도록 도와주었다. 낯선 이였고, 참견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피오에게 관심을 놓지 않았다. 피오는 그 때 분명히 따스함을 느꼈다. 아버지와 함께인 것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작은 추억은 지금도 피오의 마음 속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지금까지도 미련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포기해. 피오에게 또 다른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는 근거가 있었다. 그 사람은 피오의 적이었다. 그는 제국 출신으로 피오가 지구를 지키는 용사 <바이클론즈>로 활동을 하던 때 지구에 ‘불가사리’라는 괴수를 풀어놓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불가사리 전문가로, 불가사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이였다. 그리고 피오가 알고 있는 한, 그는 이미 목숨을 잃었다. 제국을 몰아내는 마지막 싸움 때, 남은 불가사리 하나가 자폭하면서 그 역시 폭발에 휘말렸던 것이다. 그는 피오가 구할 틈도 없이 폭염 속으로 사라졌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피오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추억처럼 되는 일이란 없다. 마치 꿈처럼.
아이는 허상이 허상임을 알게 되며 한 걸음 어른에 가까워지기 마련이기에, 피오 역시 자신이 좇는 것이 허상임을 깨닫게 되면 또 한 번 자라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13살의 아이는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을 위해 잃는 것이, 피오에게는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아저씨…….”
울음이 날 것 같았다. 이런 날 울면, 분명 지오가 두고두고 놀릴 것이다. 그래서 피오는 열심히 참으려고 했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결국은 콧물이 나서 한 번 훌쩍 들이키고 만다.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아저씨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는 싫었다.
하지만 피오의 바람과는 달리, 점점 강당에 사람은 줄어들었다. 피오의 가족은 보이지 않았고,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한 강당 안은 왁자지껄함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부모와 자식이 삼삼오오 손을 잡고 강당 밖으로 사라진다. 가족이 없는 이들도 조용히 강당 밖을 빠져나간다.
피오는 깨달았다. 이제 강당 안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피오는 주저앉았다. 너무나도 울고 싶었다. 눈가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고 있었지만, 그것을 흘리지 않으려고 피오는 부단히도 애를 써야 했다.
“부모님 잃어버렸니?”
신기하게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오.”
아까 피오가 봤던 그림자가 어느덧 그의 앞에 있었다. 길게 늘어뜨린 백발. 일견 험악하게도 느껴지는 인상. 수염처럼 보이는 턱의 금장식. 용 모양의 금색 지팡이. 오른쪽 다리의 의족. 믿을 수 없게도, 그는 완벽하게 피오가 아는 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럼 여기 혼자 있어 뭘 할 거냐. 집에 가야지. 형 있잖아.”
“동생 졸업식에도 안 오는 형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괜스레 섭섭해져 피오는 말했다.
“사정이 있었겠지. 어차피 네 얼굴을 안 보고 살 것도 아닌데 그러겠어?”
“지금 그러고 있잖아요. 저는 여기 혼자 있어요.”
피오는 코를 한 번 훌쩍였다.
“……지금 아저씨라도 없었으면 정말로 외로웠을 거예요.”
“니는 왜 있지도 않은 놈을 찾니.”
그림자, 화심은 핏 웃었다.
“무슨 말씀이에요. 여기 있잖아요, 아저씨.”
“그 아저씨는 인제 없다. 너도 잘 알잖아.”
화심은 지팡이로 제 손바닥을 탁탁 쳤다.
“아니에요. 여기 있어요. 여기 있잖아요 아저씨가. 제가 아는 아저씨 그대로예요.”
“그야 네가 네 생각 갖다가 만들었으니 그렇겠지?”
탁탁 치던 지팡이의 끝이 피오에게 향했다.
“없는 걸 갖다 만들 정도로 외로웠니.”
“없다고 하지 마세요. 전 아직 믿고 있단 말이에요.”
“너 같으면 그 폭발에서 살 수 있겠어?”
피오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씹고 있었다. 나이에 비해 머리가 좋다는 건 이럴 때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오는 눈앞의 것이 진짜 화심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진짜 그라면 화심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 그의 입으로 나오는 말은 모두, 실은 피오 자신의 말이었다.
그랬다. 오늘 피오는 외로웠다. 있지도 않은 것에 잠시나마 안주해야 할 정도로.
“꼬마야. 어차피 졸업은 한 번만 하지 않아.”
화심은 피오를 내려다보았다.
“앞으로 네가 몇 번을 졸업할 텐데. 계속 이런 식이겠어?”
“그건 모르는 일이죠.”
피오는 고개를 저었다. 화심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결국 앞으로는 모른다는 거 아냐. 다음에는 제대로 다 오겠지. 네 가족들 전부 다.”
“가족 전부 다요?”
“그렇겠지. 너희 형제들 많다며. 그럼 다 같이 와서 시끌시끌하지 않겠어.”
“아저씨는요?”
어차피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은 알았다. 하지만 피오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무리 거짓말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할지라도. 무엇이든 대답해 줄 것이다. 피오가 만든 그라면. 피오가 알고 있는 그라면.
“내가 거길 가도 되겠어? 나는…….”
“괜찮아요. 아저씨라면. 괜찮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 다음 말은 잇지 못했다. 스스로 만들어 낸 환각조차도 피오의 뜻대로 해 주지를 않았다. 점점 화심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몸도. 화심을 구성하던 불완전한 것들이 천천히 흔들리다 점점 사라진다.
“그러니까. 다음 졸업식에는 꼭 와주세요…….”
그가 사라진 자리에서, 피오는 힘없이 다음 말을 말했다. 그 때에도 그랬다. 이번에도 그랬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전하지를 못하고 마는. 울지 않으려 했지만, 피오는 다시 울고 싶어졌다.
“어, 피오! 야! 어디 갔었냐! 한참 찾았잖아!”
그 때, 피오에겐 대단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피오의 시야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그 모습은 틀림없는 그의 형이었다. 피오는 깜짝 놀랐다.
“형!”
“야, 오지오! 좀 천천히 가라니까!”
지오의 뒤로 헉헉거리며 뛰어오는 사람은 피오의 셋째 누나 미오였다. 미오는 지오와 피오가 있던 자리까지 겨우겨우 뛰어온 뒤로 지친 숨을 몰아쉬었다.
“미안해, 피오야. 아니, 졸업식 중간까지는 분명히 있었는데 지오 녀석이 갑자기 화장실을 가겠다는 거야. 잠깐 간다더니 무슨, 변기 만들어 오는 줄.”
“아, 급똥이었다고. 미안하다고 했잖아.”
“미안하단 말은 피오한테나 해. 뭐하는 거야, 진짜. 보니까 우리 안 온줄 알고 피오 혼자 가려 했던 것 같은데.”
지오는 미오를 흘깃 보더니 입술을 부루퉁했다. 그러더니 피오에게 작게 “미안.”이라고 말했다. 시무룩한 표정은 감추지 못했지만, 피오는 어렵게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와 주었으니까. 전부는 아니더라도 여기에 있으니까.
“아, 맞다. 늦었지만 우리도 얼른 가자.”
“어디를?”
미오의 말에 피오가 물었다. 미오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짜장면 먹으러! 태오 오빠가 피오 졸업식이라고 짜장면에 탕수육 대자로 사주랬어.”
“헐, 진짜? 아싸. 탕수육!”
피오보다도 지오 쪽이 신나하고 있었다.
“너 먹을 거 아니거든? 피오 거 뺏으면 가만 안 둬.”
“쟤가 몇 살인데. 언제까지 지 먹을 것도 못 챙기고 떠먹여줘야 되는데.”
“네가 자제도 못하고 다 먹으니까 문제잖아.”
미오의 말을 들으며 지오는 툴툴거린다. 그것을 보며 피오는 웃었다. 탕수육이 소자인지 대자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와 주었다. 처음부터 왔던 것이다. 괜한 오해를 했고, 피오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그것이면 되었다.
“것 봐라. 넌 혼자가 아니잖아. 이제는 나 없어도 괜찮겠지?”
문득, 피오는 그런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아직은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을 할 틈도 없이 그는 사라져버렸다.
긴 꿈을 꾸었다. 너무 짧게 느껴져서, 더 꾸고 싶을 정도로 달콤한 꿈. 이제 그 꿈을 다시 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꿈이 아예 추억이 되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까지는.
떠나게 될 학교를 뒤로 하고, 피오는 먼저 앞서가는 미오와 지오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배가 고팠다. 늦게 먹는 짜장면은 분명히 맛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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