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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 살인사건> 샘플가면라이더/Ex-Aid 2017. 11. 22. 22:46
12월 10일 히어로 온리 <Hero's INN> 에 나올 책입니다.
부스 위치는 U5 <원고 마스터인 나야말로 신이다> 입니다.
키리야+쿠로토의 (일단은) 추리/미스테리물입니다.
결국은 추리물 껍데기만 뒤집어 쓴 느낌이긴 한데...
가면라이더 크로니클과 얽힌 살인사건을 키리야가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놀랍게도 쿠로토가 조수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것을 목표로 쓰는 중입니다.
A5 / 112P / 11000원
* 에무<-키리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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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분명 기대감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보았을 당시의 겐무 코퍼레이션은 신성 회사로, 전설적인 작품 「마이티 액션」으로 일약 대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나 역시 「마이티 액션」으로 인하여 겐무 코퍼레이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인간이 되었다. 겐무 코퍼레이션의 커다란 성공의 뒤로 내가 가진 감정은 당연하게도 신뢰감이었다. 분명 나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마이티 액션」을 사랑했던 만큼 기대했다. 그리고 그들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모두 알 것이다. 그것이 몇 년 쌓이면 회사의 연륜이 된다. 그리고 전통이 된다.
겐무 코퍼레이션이 그렇게 크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사건은 일어났다.
겐무 코퍼레이션이 발표한 새 게임 「가면라이더 크로니클」. 현실 세계에 창궐한 적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하는 용사가 되라. 선전만큼은 훌륭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게임은 내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것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게임이라니. 하지만 실제로 사망자가 나오고 말았다. 위생청의 권고로 인해 결국 판매는 중단되었고, 나는 그 게임의 소프트 하나 만지지 못했다.
만질 수는 있었다. 하지만 겁이 났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 때 네가 나타났다.
너는 만들겠다고 했다. 아무도 죽지 않는 크로니클을.
그래서 나는 너를 도왔다. 겐무를 뛰어 넘어, 겐무가 하지 못했던 일을 하겠다고 했어. 나는 너의 그 말을 믿었다.
우리는 가까워지는 듯 했어. 그것은 이윽고 완성되는 듯 했다. 마침 그 때, 진짜 「가면라이더 크로니클」도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다. 겐무 코퍼레이션에는 개혁이 일어났다. 나는 그 때 알았다. 나는 목숨을 위협받지 않는 「가면라이더 크로니클」을 하고 싶었다는 것을.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을까?
그 뒤 네가 만든 건 「가면라이더 크로니클」의 프리서버였다. 돈을 일절 받지 않고, 과거의 편린으로 남은 그 게임을 즐기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그들은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알고 있었다.
잘 되어가는 듯 했다.
그런데, 그런데 너는.
너는.
1
세이토 대학 부속 병원에 소속된 전뇌구명센터. 통칭 CR이라 불리는 그 부서는 게임을 기반으로 한 미지의 바이러스인 '버그스터'에게서 사람들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CR을 대표하여 게이머 드라이버로 바이러스와 싸우는 이들은 통칭 '가면라이더'라고 한다. 이들은 가장 위험한 버그스터 바이러스였던 게무데우스를 공략하여 버그스터가 위협했던 인류의 위기를 구했다. 그 이후로 정식 기관으로서 CR은 버그스터 뿐만이 아니라 전자 세계를 원인으로 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도 개시하고 있다.
현재 CR에 소속된 이들은 대부분 본업을 메인으로 하며 부수적으로 CR 업무를 보고 있었지만, 예외인 이들도 존재했다.
"히나타 심의관도 참 특이한 사람이란 말이지."
새하얀 테이블 앞에 앉은 까무잡잡한 남자가 말했다.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 위에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지루한 듯 손으로 펜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가요? CR이 계속 남게 된 건 쿄타로 선생님 덕분이잖아요."
그 남자의 앞에 선, 마찬가지로 새하얀 가운을 입은 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새하얀 가운 아래 형형색색의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오늘은 분홍색 티셔츠와 민트색 바지였다.
"그렇기야 한데. 여길 남겨놓을 필요도 별로 없잖아."
"저는 여기가 있어서 좋아요. 그러니 감사한 일이지요."
"전부터 느낀 거지만 에무는 히나타 심의관을 너무 감싼단 말이야."
까무잡잡한 남자 쪽에서 한숨을 쉬었다. 에무라고 불린 남자는 난처한 듯 웃었다.
"그야 쿄타로 선생님은……."
"그래. 네 은인이지. 뭐 덕분에 나도 감찰의무원에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에 있기는 한데."
"키리야 씨는 돌아가고 싶어요?"
에무의 물음에 키리야라고 불린 까무잡잡한 사내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어느 쪽이든 좋지만, 지금은 여기가 더 편해.
"가능하면 계속 여기 있어주세요."
에무의 말에 키리야는 흠칫 놀란다. 키리야의 표정을 본 에무가 우물쭈물 말을 잇는다.
"감찰의무원으로 돌아가면 키리야 씨를 지금처럼 만나기는 더 힘들어질 테니까…"
"뭔 소리를 하나 했더니."
키리야가 웃었다.
"에무가 나를 찾으면 달려갈 거니까 내가 감찰의무원으로 간대도 그런 걱정은 하지 마. 게다가 나 찾을 여유가 어디 있어. 에무도 이제 레지던트잖아?"
"그렇기는 하지만요."
에무의 눈썹 끝이 축 내려갔다. 키리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에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여기에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할 거니까. 에무도 지금 에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알았어요."
키리야는 고개를 끄덕이는 에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뒤로 다시 일하러 가야 한다며 CR 밖으로 나가는 에무를 배웅했다. 키리야 자신은 남고 에무는 나간 엘리베이터. 닫히는 문 너머로 사라지는 에무는, 그 와중에도 바닥에 꽈당 넘어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문을 젖혀 그를 돌보고 싶었던 키리야였지만, 이미 닫힌 엘리베이터의 문은 다시 열리지 않고 다시 CR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키리야는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에무, 괜찮겠지?’
뭐, 걱정해봐야 소용은 없다. 이제 그는 키리야가 처음 만났을 때의 호죠 에무가 아니었으니까. 다시 CR의 문이 열렸다. 하얀 가운 주머니에 손을 쑤셔 박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키리야의 시선은 누가 켰는지 모를 TV의 화면으로 향해 있었다.
“쿠죠 키리야아아아아……!”
속삭이는 듯, 하지만 거친 발성의 목소리가 키리야의 귀를 괴롭혔다. 키리야는 화면을 노려보았다. 화면 안에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이거 누가 킨 거야?”
키리야는 그를 보자마자 불만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않는다. 화면 안의 남자는 그런 키리야의 반응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다음 말을 이어간다.
“흐흐… 신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가능했는지를 증명하려는 듯 남자는 말을 이으려 했지만 키리야는 굳이 그의 말을 듣지는 않았다.
“에무가 켜놨던 모양이네.”
키리야는 돌아볼 것도 없다는 듯 티비를 휙 꺼버렸다. 팟, 화면이 명멸하고 화면에 비치던 이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CR의 구석에 있던 게임기에서 그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신의 위대한 업적을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거냐, 쿠죠 키리야아아아아!‘
“뭐. 심심하냐?”
“무슨 소리를! 지금 막 위대한 발명을 끝내고 나온 참인데!”
“또 신작 게임이기라도 해?”
키리야는 귀를 후비적거렸다.
“신작? 물론, 나는 신작 게임에도 혼을 쏟아 붓고 있지. 이 세상을 정복할만한 명작 게임을 만들어 낼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단 말이다. 하지만 말이야. 오늘 나, 단 쿠로토 신의 위대한 업적은 신작이라고 줄여버릴 만한 단순한 것이 아니라고. 그것은 바로, 네 녀석이 이렇게 화면을 꺼버려도.”
단 쿠로토 신이라고 자칭한 남자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방금 키리야가 끈 TV의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내 업적을 칭송하도록 할 수 있다는 말이지. 흐헤헤헤헤헤!”
“진짜 쓸모없는 거 만들었네, 신. 그냥 거기서 나오면 되잖아.”
키리야의 말에 쿠로토의 눈썹이 구겨졌다.
“쓸모없다니. 저 필드 안에서 꺼진 화면을 원격으로 킬 수 있는 기술이 쓸모없다고 하는 거냐! 정말 너는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그래서야 이 위대한 신의 재능에…….”
삑. 키리야는 빠르게 게임기 화면을 꺼 버렸다. 조용한 것을 보아, 아직 이쪽을 원격조종하는 방법은 개발하지 못한 모양이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네.’
키리야는 한 번 기지개를 쭉 피고, 커피 메이커를 향해 걸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지금 자신이 작성하고 있는 논문을 점검해 볼 생각이었다. 버그스터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지금 희생자가 된 사람들을 구하는 것에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키리야 자신이나 화면 안에 있는 그는 버그스터의 삶을 살게 되었지만, 아직 희생자들은 그 삶조차 선택받지 못했거나, 혹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연구는 계속되어야 하고, 그가 지금 작성하는 논문 또한 그 일환이었다.
‘이걸 발표할 때 누구 이름으로 해야 되나.’
지금 실종 처리되어 있는 쿠죠 키리야라는 이름을 썼다가는 세간이 뒤집어질 테니 이 또한 문제다. 마침 다 끓은 커피에 각설탕 5개를 집어넣은 키리야는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 의자에 대충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던 노트북을 켜, 다시 논문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럴 계획이었다.
삐릭, 삐릭, 삐릭!
요란스럽게 울리는 건 CR에서 준 게임 스코프였다. 목에 걸려 있으니 소리가 바로 귀로 들어왔다. 키리야는 깜짝 놀라며 스코프를 보았다. 통신 연결이 있었다. 키리야는 바로 통신을 받았다.
“키리야! 큰일이야!”
통신을 받자마자 여성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당황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뽀삐 삐뽀빠뽀였다. 그녀는 버그스터 중 하나로, 인간을 돕기 위해 지금도 CR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무슨 큰일?”
“어.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게임병에 걸린 환자가 나타났는데……,”
“진짜?”
버그스터 바이러스는 거의 사라졌을 텐데?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키리야는 그녀의 당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현재 완전체 버그스터로 남아 있는 건 뽀삐 삐뽀빠뽀, 저 화면 안에 있는 단 쿠로토, 그리고 쿠죠 키리야 자신이었다. 물론 버그스터 자체로는 파라드도 있었지만 그는 에무의 존재 때문에 완전체는 아니므로 제외.
“으. 설명하기엔 너무 길어! 위치 알려줄 테니까 얼른 와 줘!”
뽀삐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바쁜가 봐. 연락이 된 게 키리야 뿐이야.”
“그래?”
연락을 무시할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시계를 보니 아직 낮 시간이었다. 일을 하느라 정신없을 확률이 높다. 그러고 보니 카가미 히이로 쪽은 오늘 대수술이 있다고 했던가. 에무 쪽은 연수에 바쁠 것이고 하나야 타이가 쪽은……. 그렇게 생각하면 갈 사람은 결국 키리야 자신밖에 없었다.
“알았어. 금방 갈게.”
통신을 끊고, 곧 위치를 전송받았다. 키리야는 곧바로 제 몸을 그 곳으로 이동시켰다. 잠깐 데이터 조각 같은 잔상이 남고, 그 뒤로 그의 몸은 CR 안에는 없었다.
키리야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어딘가의 병원이었다. 세이토 대학병원은 아닌 평범한 동네 병원이다. 정확히는 동네 병원의 좁은 병실이다. 왜 이런 곳으로 오게 됐는지 살짝 의아하던 키리야였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병실 안에는 언제 사망했는지는 모를 인간의 시신이 있었다. 얼굴도 몸도 새하얀 천으로 덮인 그것은 분명 얼마 전까지도 숨을 쉬고 있었을 것이다. 아까 그를 다급하게 불렀던 뽀삐 삐뽀빠뽀는, 시체의 근처에서 카리노 아스나의 모습을 한 채로 키리야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리노 아스나는 뽀삐의 대외적 모습으로, 평범한 공무원을 연상시키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키리야. 여기.”
뽀삐가 그를 불렀다. 키리야는 그녀에게 건들건들 다가갔다.
“시신이네.”
“응.”
뽀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황에서 키리야를 부른 것은 거의 정답일 것이지만, 시신 검시는 감찰의무원이나 경찰 쪽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키리야는 그런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뽀삐를 바라보고 있었다. 뽀삐는 키리야의 얼굴을 보고 말을 이었다.
“키리야를 부른 건, 이 환자에게서 게임병 증상이 나타나서야.”
“엣.”
뽀삐의 말을 듣자마자, 키리야는 목에 걸고 있던 게임 스코프를 시신의 방향으로 대었다. 그러자 뽀삐의 말대로 확실히, 스코프에 게임병 증상이 잡혔다. 화면에 둥둥 뜨는 그것은 틀림없는 버그스터 바이러스의 신호였다.
“이 형태, 처음 보는데?”
“응. 쿠로토가 배양한 종류가 아니야.”
뽀삐는 키리야의 말을 긍정했다.
“이 게임병 증세 때문에, 아마 시신 자체는 세이토 대학병원에 이관되긴 할 거야.”
“그러면 지금 이 게임병에 대해 조사해봐야 하는 거네.”
“응. 다른 애들에게도 부탁할 테니 도와 주겠지만.”
키리야는 시신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아직 몸을 덮은 하얀 천을 걷지는 않은 관계로 대략적인 형태만 보였다.
“사인(死因)은?”
키리야가 묻자 뽀삐가 바로 대답했다.
“살해당했대. 뭐에 맞아서.”
“에엣?”
그 뒤에 들린 말에 키리야는 더욱 놀랐다.
“아니, 그걸 먼저 말해야지!”
키리야의 반응을 본 뽀삐는 놀란 모양이다.
“엣? 하지만 게임병이잖아?”
“살해 쪽이 더 큰 문제라고! 이러면 이 시체가 CR로 이관이 안 될 수도 있단 말이야.”
“그런 거야?”
뽀삐는 몰랐다는 듯 당황한 얼굴이다. 모를 만도 하다. 애초에 이건 인간의 절차지 버그스터가 알 만한 내용은 아니었으니.
“그렇지만, 키리야는 감찰의잖아? 시체 담당 아니야?”
“그렇기는 한데. 이러면 보통 사법해부로 넘어가니까, 감찰의보다도 법의학 쪽에 맡기기 마련이라고. 한 마디로, 분야가 달라.”
키리야는 머리를 긁적이며 뽀삐에게 설명했다. 뽀삐는 키리야의 마지막 말은 확실하게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곧바로 난감한 얼굴이 되었지만.
“그러면 CR에서는 조사를 못 하게 되는 거야?”
뽀삐의 눈을 보며 키리야는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진 않아. 이 사람이 게임병인 게 증명되면 이쪽으로 조사 협조 공문 오겠지.”
“그럼 지금 키리야는 이 시체를 조사할 수가 없는 거야?”
“꼭 그렇지는 않지, 감찰의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법의학 쪽도 배우니까.”
키리야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래도 이런 건 전문가한테 맡겨야지. 내가 할 일은 아니야. 에무가 외과 연수의 했다고 전문적 외과 수술 맡길 수는 없잖아. 그런 것처럼.”
“그렇긴 해.”
에무로 설명하니 뽀삐는 빠르게 납득한 모양이다. 일단 지금은 이 게임병의 데이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듯 보인다. 뽀삐와 키리야는 그 생각에 대해서는 동감을 표했다. 곧바로 조사에 착수해, 키리야는 게임 스코프를 통해 드러난 데이터를 일정 분량 기록해 두었다. 지금은 일단 이 수밖에 없으므로, 조사를 마친 키리야는 뽀삐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이후 시신은 어떻게든 처리가 될 것이다. CR로 일이 돌아올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곧바로 CR로 돌아온 키리야는, 위생성에 보고하러 떠난 뽀삐를 두고 먼저 수집한 데이터를 정리했다. 일단 현 시점에서 확실한 건, 죽은 사람이 게임병이고 그 바이러스의 형태가 쿠로토가 배양하던 형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그것이 어디에서 왔냐는 것이다.
‘정보가 너무 부족한데.’
미지의 버그스터 바이러스라는 것 말고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까지 아무 것도 몰라서야 곤란하다. 데이터와 노트북 화면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던 키리야는 곧 꺼져 있던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이. 신.”
반응은 없었다. 그가 게임기를 꺼놓았던 것을 기억하고, 키리야는 귀찮은 기색을 얼굴에 드러내며 게임기 앞에 걸어가 전원을 켰다.
“부웨에에에에에!”
그러자 화면 가득히 쿠로토의 일그러뜨린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현재 데이터로 된 창살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는 관계로 창살 앞에 최대한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형태였지만.
“아, 깜짝아.”
키리야는 눈살을 찌푸렸다. 쿠로토는 화면 너머에 있는 키리야를 보자마자 슬그머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뭐냐, 쿠죠 키리야. 이제 와서 이 신의 재능이 필요하게 된 거냐?”
그는 묘하게 뚱한 얼굴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렇게 됐네.”
“후후. 너는 또 다시 이 신의 재능에 감복하였는가!”
언제 뚱했냐는 듯 웃는 얼굴로 바뀐 쿠로토를 보며 키리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네가 볼 게 있어.”
어차피 이 상태면 대충 도와줄 것이니, 키리야는 빠르게 본론부터 말했다.
“뭐냐?”
쿠로토가 묻자, 키리야는 자신이 들고 있던 데이터들을 쿠로토에게 보여주었다. 쿠로토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것을 보았다.
“보이냐?”
“대충은. 이게 뭐지?”
“버그스터 바이러스 데이터.”
키리야의 대답을 들은 쿠로토가 의아한 빛을 감추지 못한다. 자신이 지금 든 생각을 믿을 수 없었던 듯 그는 데이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곧 이를 악물었다.
“누구 짓이냐? 누가 내 허락도 없이 부정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거냐?”
쿠로토는 언제 웃었냐는 듯 급격하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키리야는 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몰라. 지금부터 알아보려고.”
“최대한 빨리 알아봐라, 쿠죠 키리야. 용서할 수 없다. 게임 마스터인 내 허락 없이 버그스터를 이용해 부정한 짓을 저지르다니.”
“아니,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아직 확정이 아니거든?”
“그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것 자체가 부정한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쿠로토는 키리야가 들고 있던 것을 삿대질하며 외쳤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일이지. 버그스터 바이러스의 존재를 이용할 줄 아는 건 겐무의 관계자 외에는 너희들뿐이다. 그런데 너희들과 이 내가 모르는 버그스터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그리고 그게 퍼지도록 둔다고? 용납할 수 있겠나?”
“그야 용납할 수는 없지. 버그스터 바이러스가 퍼지는 건 우리한테도 곤란한 일이라고.”
“그럼 이럴 시간에 당장 조사해봐야지!”
성을 내는 쿠로토를 보며 키리야는 침착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이미 이런 쿠로토는 지나치게 익숙한 덕이다.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은데 문제가 있거든.”
“문제?”
쿠로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키리야는 자신이 든 데이터를 툭툭 치며 설명을 시작했다.
“데이터를 봤으면 알겠지만 이 바이러스는 ‘죽은’ 인간에게서 나왔어. 그리고 이 인간은 ‘살해’당했고.”
고개를 끄덕이던 쿠로토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어느 쪽의 문제지, 쿠죠 키리야? 절차냐, 아니면 현상 문제냐?”
“둘 다.”
쿠로토는 짧은 시간에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런 상태라 망설일 것 없이 키리야는 말을 이었다.
“게임병 때문에 CR에서 이 사체(死體)를 다룰 수는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얄짤 없이 사법해부행이야. 이게 언제 CR로 올 지도 알 수가 없다는 거지.”
“그럼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단 말이잖아.”
“현재로서는?”
쿠로토는 대놓고 이를 갈고 있었다.
“으으.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그런 의미에서 내가 왜 신을 불렀냐면.”
그러는 중에도 신이라는 단어에는 귀신같이 반응하는 쿠로토였다. 화를 내다가도 퍼뜩 키리야 쪽을 바라보았다.
“이 바이러스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좀 알아야 되겠거든? 일단 이게 게임병 바이러스라는 것이 확실하고, 출처를 알아야 CR에서도 조사권 달라고 비벼볼 수는 있을 거 아냐.”
“그거라면 네가 조사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피해자가 누군지 정도는 뉴스를 봐도 나올 것이고.”
쿠로토가 물었다.
“그렇기는 한데, 다른 방면에서의 정보가 필요하단 말이야. 일단 버그스터 바이러스는 데이터잖아?”
키리야의 말을 들은 쿠로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즉, 이 바이러스의 데이터 흐름을 조사해달란 말이렷다?”
“그런 거지.”
“후후. 그렇다면 확실히 이 신의 재능이 필요할 것 같군. 너희 의사들이 이런 걸 알 리가 없으니. 좋다. 데이터를 가져가도록 하지.”
“예. 예. 잘 부탁드립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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