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하나를 마치고 오니 벌써 5시가 다 되어 있었다. 슬슬 여름이 다가오는 시기여서 그런지 아직 해는 쨍쨍하다. 이번에도 역시 고된 수술이었다. 심장을 다루는 수술이 고되지 않았던 적은 그다지 없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그 힘듦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내가 천재 소리를 들어도,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삶을 살아 왔어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쉴 수 있을 때 쉬어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나는 시간을 내어 세이토 병원 근처의 유명한 케이크 가게에 발길을 향했다. 1년 전 쯤, 크리스마스였던가. 연수의가 치료해준 아이의 부모가 운영하는 가게였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실제로 케익을 먹어보니 꽤 맛있었고, 근처에서는 유명한 가게였던 모양이다.
“아, 카가미 선생님.”
나를 알아본 그녀가 손짓했다. 이 가게의 주인이자 그 아이의 어머니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인사했다.
“오늘도 쇼트 케이크인가요?”
그녀가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합니다.”
짧게 말하자 그녀는 알았다는 듯 곧 케익을 준비해 주었다. 쇼트 홀케이크. 내가 늘 여기에서 주문하는 것이다. 중요한 수술을 끝내고 나서 먹는 이것만큼 맛있는 건 또 없다. 나는 돈을 지불하고 귀중한 케이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CR로 돌아가보니 연수의, 아니 소아과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쿠죠 키리야의 모습도 보이지 않으니 방해꾼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이 상황에 만족하며 자리에 앉아 케이크를 꺼냈다. 품에 있던 메스로 그것을 예쁘게 잘라, 한 조각을 입 안에 넣어 맛을 음미하려던 참이었다.
“브레이브!”
쇼트 케이크의 달콤한 풍미에 대한 느낌을 만끽하려는 순간을 방해하는 이가 존재했다. 갑자기 나를 향해 뛰어와서는 등을 퍽 치는 누군가 덕에, 나는 깜짝 놀라 케이크를 뱉을 뻔했다. 내가 확 돌아보자 그 시선의 끝에는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소녀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잔뜩 한 채로 서 있었다.
“뭐냐. 케익 먹는 데 방해하지 마라.”
나도 모르게 짜증을 확 섞어버린 것 같다. 물론 그 아이는 그러든 말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한가하게 케이크나 먹을 때인 줄 알아?”
“당분 보충은 중요하다. 네 흥분을 가라앉히기에도 적합해 보이는데.”
그 말에 그녀는 흥. 소리를 한 번 내더니 내 옆에 앉아 언제 챙겨 왔는지 모를 포크로 내 케이크 한 조각을 찍었다. 아니, 내 것을 먹어도 된다고 한 적은 없는데. 내가 노려보든 말든 그녀는 결국 한 조각의 절반 가까이를 제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만족한 듯 활짝 웃는다.
이 아이는 사이바 니코라고 한다. 천재 게이머라고 한다. 다만 지금은 무면허의, 아니, 게임병 전문의를 하고 있는 하나야 타이가의 환자이자 동료 정도로 정의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녀는 어느 날 나타나 하나야 타이가를 졸졸 쫓아다니더니, 지금은 그가 있는 게임병 전문 의원의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으니 말이다. 말한 바로 알겠지만 평소의 그녀는 하나야 타이가의 옆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요즘 들어서는 CR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았다. 특히나 귀신같이 내가 있을 때만을 노려서 내게로 다가오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그녀가 기껍지는 않았으나(일단 내 케이크가 남아나지를 않는다는 점에서) 굳이 떼어 놓기도 미묘한 사정이라 그냥 옆에 두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그녀가 나를 붙들고 하는 이야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들어 봐. 타이가 그 자식. 대체 눈치는 어디 갖다 먹은 거야?”
이런 식으로 무면허의, 아니, 게임병 전문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그녀의 주된 패턴이었다. 나는 다음 케이크 조각을 먹으며, 그녀가 다음 이야기를 꺼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또 뭘 어쨌단 거냐.”
“뭐긴 뭐야. 맨날 하는 그거지!”
니코는 버럭 짜증을 냈다.
“얼마 전에 병원에서 실수한 것도 있고, 타이가가 요새 기분이 좀 별로였단 말이야?”
“그래서?”
그녀가 딸기를 집어 먹으려는 것을 나는 포크로 사수했다. 말하는 틈을 노려도 소용없다. 딸기는 내 것이다.
“그래서 이 니코님께서 마음을 있는 힘껏 담아, 정말로 타이가처럼 생긴 빵을 하나 사 들고 갔단 말이지.”
“무면허의를 닮은 빵?”
그런 게 있던가? 의문을 제기하려던 나를 보고 그녀가 말했다.
“요만한 토끼 빵 있어. 그게 되게 맛있거든. 나 학교 다닐 때 유명했어.”
니코가 손가락으로 크기를 보여주었다. 토끼 빵이라고 하니 왜 그를 닮았다고 하는 지는 조금 알 것 같지만……. 하나야 타이가가 빵을 즐겨 먹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째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쨌든 내 돈을 탈탈 털어서 그걸 사 줬단 말이야.”
“빵을 사는데 돈을 탈탈 털어야 하나? 아르바이트 하지 않나?”
“새 게임 사느라 없거든? 아니, 내가 왜 너한테까지 돈 쓰는 걸로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데? 본업 뛰면 내가 너보다 잘 벌 수 있거든?”
아무래도 그녀는 돈 문제로 무면허의에게도 잔소리를 상당히 듣는 모양이다.
“어쨌든. 그걸 타이가한테 줬는데. 뭐라는지 알아? ‘이런 걸 뭐하러 사다 놓냐? 건강 해치는 건 작작 먹어라.’ 라는 거야. 지금 건강 오락가락한 게 누군데 그게 나한테 할 소리야? 고맙다고는 못 할망정?”
니코는 무면허의의 흉내를 내면서 내 앞에 있지 않던 조각의 딸기를 노렸다. 그 쪽은 어쩔 수 없이 내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