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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브렌] 가까운 구원가면라이더/Drive 2015. 10. 6. 01:03
이 글은 가면라이더 드라이브 완결 기념 합작(http://spinningsurprise.tistory.com/11)에 냈던 글입니다.
연휴를 털어 낸 글이라 하야끄 자랑하고 싶었던 것입니다(미침
- 드라이브 40화, 44화 네타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비명소리가 울린다. 어느 연구소 안에서 울리는 그것에는 스파크가 지직거리는 소리도 섞여 있다. 곧 들려오는 것은 어느 남자의 높은 웃음소리. 그것은 어느 방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었다. 쓰러진 사내는 제 앞에서 전기 충격기를 들고서 웃고 있는 과학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사내의 노려보는 시선에도 개의치 않는 듯 비열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짓고 있다.
"왜, 고통스러운가?"
지금 사내의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로이뮤드'라는 기계생명체를 만들어, 인간 세계에서 선두주자로 유명한 과학자, 반노 텐쥬로라는 인간이다. 그리고 사내는 그의 손으로 창조된 존재였다. 사내는 이를 씹었다. 이 세계에 주어진 이름도 없는 사내는, 어떤 인간의 모습을 복제한 채로 반노의 실험체로 살아가고 있었다. 오로지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크윽……."
사내가 신음하였다. 잔뜩 찡그린 얼굴이 만족스러운 듯, 과학자는 미친 듯 웃는다. 깔깔거리는 소리가 연구실 안을 울린다. 사내는 온 몸이 아린 기분을 알았다. 이것이 고통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제 손에 뭔가 닿는 것을 느꼈다. 사내는 손을 보았다. 기계. 자신과 아주 비슷한 감촉이었다. 미친 과학자의 웃음소리를 멀리 두고 사내는 제 손에 닿은 것을 올려다보았다.
'003…….'
자신과 똑같지만 다른 것이었다. 그의 원래 모습과 모양도 조금 다른 것 같다. 비슷한 존재. 동족. 사내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았다. 그렇구나. 네가 나의.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어느덧 미치광이 과학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아픈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온 몸을 아리는 고통을 이겨내고, 그는 제대로 일어서 또 다른 동족의 모습을 보았다. 사내는 그것의 어깨를 붙잡고 힘없이 섰다. 003. 그렇게 쓰인 동족은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있었다. 사내는 깨달았다. 그 역시 이미 존재하는 이라는 것을.
"당신은?"
기계음이 가득한 목소리다. 인간을 복제하기 전이라, 아무 표정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내는 그의 감정을 알 수 있었다. 아직 불완전하지만, 역시 자신과 비슷한 존재이다.
"너의 동족."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아랫배에 갑자기 고통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배를 감싸며 주저앉으면 003은 놀란 듯 그를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그의 몸에 잔뜩 감긴 전선들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여, 사내는 그대로 푹 주저앉는다. 저를 내려다보는 003을 보며, 사내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었다.
"걱정해 주는 건가?"
"걱정?"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003이 되묻는다. 사내는 웃었다.
"차차 알아가면 된다. 내 동족이여."
기침을 몇 번 하고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다리에 어떻게든 힘을 주고서, 그는 003의 어깨를 다시 붙잡았다. 생채기가 난 얼굴로 그는 활짝 웃었다.
"나와 비슷한 존재. 나의 동족."
"동족."
기계음이 그의 단어를 따라한다. 사내는 잠깐 놀라다가도, 다시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다시 다리에 힘이 풀려, 사내는 털썩 주저앉는다. 이번에는 일어날 힘조차 없어, 그는 003의 다리 부분에 제 등을 기대어 앉는다. 그리고는 지친 숨을 몰아 쉰다. 다시 걸음소리가 가까워진다. 사내에게 있어 그것은 두려움의 소리이다. 몸을 흠칫 떨고 있으면 다시 그의 앞에는 반노가 나타나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아까보다 더욱 흉물스러운 물건이다. 사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 고통의 시간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괜찮다. 사내는 동족의 발을 잠깐 잡았다. 그의 앞이니까,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버티게 해줄 존재는 바로 뒤에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동족의 존재를 안 것만으로도 이렇게 안심이 될 줄이야. 사내는 눈을 감았다. 여전히 버티기 힘든 고통이 밀려온다. 이를 악물고 참다가도, 비명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번에 느껴지는 것은 온 몸이 타는 고통이다. 그가 들고온 것은 효력이 많이 세진 않은 화염방사기. 그가 낸 불은, 사내의 몸이 아주 타버리진 않을 정도까지였다. 뜨거워서, 살이 익는 것만 같은 감각. 하지만 사내는 버텨내었다. 오히려, 이것을 제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크아, 아아아악!!!"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그것은 완연한 고통의 것만은 아니다. 반노는 곧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해둔 질소를 그에게 분사한다. 불타오르던 이의 몸은 얼어붙었다. 그리고 사내의 모습은 사라지고 본연의 기계인간의 모습이 드러났다. 002. 가슴에 새겨진 넘버를 흘끔 보던 반노는 쯧 혀를 차더니 근처에 있던 사람을 부른다. 원래 있던 데에 데리고 가. 날카롭게 말하면 몇몇 이들이 그를 끌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쯧. 다시 한 번 손톱을 물어뜯는 반노 박사의 모습은 불안해 보이기도 하다.
003의 시선은 거기에서 하나도 떨어지지 않은 채였다.
*
반노 박사의, 고통의 정도에 대해 알아보는 실험은 계속되었다. 사실은 그것이 일말의 괴롭힘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연구실 안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로이뮤드 중 유일하게 인간의 몸을 얻은 002는 훌륭하게 그의 희생양이 되고 있었다. 그것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를 보며 반노는 만면에 미소를 띤다.
"아. 개운하군. 실험의 성과가 아주 좋아."
밥이라도 먹으러 갈까. 아무렇지도 않게 연구실을 떠나는 이는, 도주라도 할 세랴 문을 잠그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문이 쾅 닫히니, 쓰러져 신음하던 002의 손이 꿈틀거렸다.
"002!"
뒤에 있던 003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퍼뜩 놀라며 그를 보았다. 어느새 003은 움직일 수 있게 된 듯 하다. 사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결말조차 너무도 눈에 훤하다. 지금 제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는 001을 제외하면, 그를 위시한, 그 이후로 나올 수많은 자신의 동족들조차 자신과 같은 꼴을 당할 것이다. 너무도 빤히 보이는 결말이다. 적어도 저 사람 같지 않은 과학자 밑에서라면. 차라리 움직일 수 없었다면 좋으련만. 그가 움직이게 된 것은 곧 그 역시 실험 대상에 자신처럼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이 고통은…….
"괜찮습니까, 002?!"
그는 쓰러진 사내를 부축하고 있었다. 언제 이런 것까지 배운 것인지. 002는 고개를 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고맙다."
002가 말하자, 003은 흠칫 놀란다. 표정은 없었지만 고개를 스윽 돌리는 것을 보아 나름 부끄러워하는 듯 하다. 002는 웃었다. 그러자 003은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동족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연한 것은 아니야. 돕는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어느 인간을 떠올리며 002는 말하였다. 그러며 그는 003의 어깨를 탁탁 쳤다. 기계가 한번 덜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쨌든 쓰러져 있던 사내를 부축해 앉힌 003은 사내의 몸 여기저기를 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인간의 몸은 잘 모릅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이 정도면, 원래로 돌아가도 엉망진창이겠지요."
"그렇겠지."
"분합니다. '화'가 납니다."
사내는 흠칫 놀란다. 그는 003을 보았다. 여전히 표정은 없는 채이지만, 무릎을 꿇은 채 주먹을 쥐고 있는 이의 손이 떨리는 것은 분명 보았다. 쇠가 부딪히는 소리도 조금 들리는 것 같다.
"이 안에 있으면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립니다. 인간들은 '치료'라는 것을 할 수 있다 합니다. 다친 것을 낫게 할 수 있다고."
"그런가."
"하지만 나는 그 방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당신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002."
"괜찮아."
"그게 너무 화가 납니다. 나는 당신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 당신이 받고 있는 것이 힘든 것이고, 그걸 괴로움이라고 말한다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알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어."
그런 생각을 하였던가. 사내는 손을 뻗어, 지금도 떨리는 003의 손을 잡았다. 003은 고개를 들어 002를 보았다. 상처에 신음하면서도, 제 손을 잡아주는 이를 보며 003은 그 말을 한다.
"나도 당신처럼, 인간의 몸을 갖고 싶습니다."
"……!"
"인간의 몸이 된다면, 당신을 조금 더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그건 안 돼."
사내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애초에 자신이 인간의 몸을 갖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003은 그를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어째서입니까?"
"나와 똑같은 꼴을 당하고 싶은 건가? 그것만큼은 안 돼."
"왜 당신과 같은 고통을 당하면 안 되는 것이지요?"
순간적으로 사내의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보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왜 안 되지? 그의 고통이 곧 자신의 고통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쳤다.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저를 괴롭히는 최악의 인간과 똑같은 꼴이 된다. 사내는 결심했다. 몇 번이고 결심했다. 혼자 있을 때에도 고통을 당할 때에도 계속 새겼다. 이 고통을, 이 괴로움을 전부 되돌려 주겠다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알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 지독스러운 고통을. 인간의 손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부당한 고통을 받는 피해자는 사내 하나로 충분하다.
하지만 다음 의문이 들었다. 왜? 더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는다면, 많은 동족들이 고통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강한 동기가 되어 더 확실하게 인간에게 괴로움을 안겨줄 것이다. 그런데 왜? 거기까지 생각하던 002의 머릿속에 어떠한 단어가 떠올랐다.
"친구."
저도 모르게 꺼낸 말이었다. 002 자신도 놀랐고, 003 역시 놀란 듯 어깨를 흠칫 떨었다. 마치 본능인 것처럼, 002는 다음 말을 이었다.
"마음을 공유하며 또한 좋아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존재."
"……."
"003. 너는, 동족들은, 모두 나의 친구다. 그러니 이런 괴로운 마음은 전해줄 수 없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 말은 002의 입에서 빠져나갔다. 003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이해했을까? 그것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은 들었다. 002는 이제 알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먼저 인간의 몸을 얻고, 누구보다 고통을 알았으며, 누구보다 이 부조리함을 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
"003. 나의 친구여."
사내는 기계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양 뺨을 붙잡고서 그는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한다.
"네게는 절대로 이 고통을 주지 않겠다. 이것은 내 약속이다."
"002……."
"네게도, 아직 보지 못한 001도, 앞으로 계속 생겨날 다른 '동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이런 부당한 괴로움은 겪지 않도록 하겠다. 내 괴로움을 인간들에게 돌려주고, 나와 비슷한,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줄 것이다. 그러니까 안심해라. 나의 괴로움을 도와주려고, 네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
"……."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함께 일어선 003을 바라보았다.
"혹시, 다른 동족을 만난 적이 있나?"
002가 묻자 003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잠드는 곳에 다른 동족도 있습니다."
"나는 그 곳에 가지 못하니 네게 부탁을 해도 될까?"
당연하지요. 003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를 노릴 거다. 조만간 봉기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모두들 힘을 빌려달라고, 전해줄 수 있을까?"
"부탁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겁니다. 당신의 뜻이라면 말이죠. 002."
그 말에 사내는 웃는다. 아아, 이 존재는 이렇게나 자신을 지탱하고 있다. 비슷한 존재라는 것 하나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이 날 수 있다니. 이것이 구원인 것이고, 이것이 '친구'인 것인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002는 더 이상 그 시간이 두렵지 않았다.
*
기회는 찾아왔다. 반노의 든든한 조력자 중 하나였고, 로이뮤드의 공동 연구자였던 크림 스타인벨트가 그와 손을 끊은 것이다. 초조해진 반노는 인간체를 갖지 못한 나머지 로이뮤드에게 자신의 '악'이라는 감정을 강제로 학습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리에서 002만은 반노가 지닌 '악'을 학습하지 않게 된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그 악은 로이뮤드라는 종족을 한층 더 강하게 진화시켰다. 악이라고 하는 것은 착한 마음보다는 더욱 절실한 마음이다. 그 절실함이 로이뮤드를 강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옳은 방향인가? 002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할 여력은 없었다. 종족이 강해졌다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와도 같았다. 부당하게 당하고만 있던 스스로를 벗어나, 인간들을 제 아래에 지배하여, 진정한 종족의 자유를 일으킬 기회인 것이다.
002는 로이뮤드들을 설득하였다. '악'의 마음을 가진 로이뮤드들은 그의 마음에 절절히 공감하였다. 부당한 괴롭힘이 주는 부정적인 감정은 그들이 학습한 마음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002는 마침내 108체의 로이뮤드의 설득에 성공하였다. 모두가 봉기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침내 때는 다가왔다. 모두를 한 자리에 모아둔 그 날, 002는 가운데에 섰다. 그리고 주변에 서 있는 자신의 동족들을 둘러보았다. 동족이자, 친구이다. 그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003은 어느새 제 옆에 서 있었다. 이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공도 컸던 것을 생각한다. 참으로 든든한 존재다.
"모여 줘서 고맙다. 친구들."
002는 인간의 형태로 제 몸을 바꾸었다. 로이뮤드들이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 몸이야말로 내가 지닌 각오의 상징이다. 나는 이 몸을 가진 그 날 내가 받은 모든 괴로움과 고통을 되돌려주기로 다짐했다. 이 몸을 지닌 채로! 부당한 인간들을 짓밟고, 진정한 자유를 얻기로 했다!"
그는 가슴을 쾅 쳤다. 그의 행동에 모두의 시선이 꽉 들이찬다.
"친구들이여. 나는 맹세했다. 너희들에게는 나와 같은 고통을 주지 않겠다고. 이 고통은 나만이 기억할 것이며, 또한 이것이 우리를 자유의 길로 이끌 것이다."
흐읍. 그는 온 몸에 힘을 주었다. 그의 모습은 다시 기계로 돌아갔다. 그러나 곧, 그의 몸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붉은 오오라가 그의 몸을 감싼다. 그리고 한 번 몸이 번쩍 빛난다. 그는 탈피하듯, 002의 모습에서 붉게 빛나는 괴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둥글게 말린 금색 뿔과, 범상찮은 힘을 가진 붉은 색 몸. 그것은 마치 인간의 심장을 연상시키는 모양이었다.
"일어나라, 동포들이여. 나의 친구들이여!"
002는 손을 높게 들며 소리쳤다.
"나는 하트 로이뮤드. 너희들의 '심장'이다!!"
기계들은 고함쳤다. 108체 모두 지르는 함성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그 거센 기세는 하늘을 찌르듯 맹렬하여, 그 마음 그대로 그들은 '자신들을 만든' 이들을 모두 죽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그들은 마침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온 세상을 얼리는 대재앙, '글로벌 프리즈'를 일으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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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은?"
글로벌 프리즈는 실패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하늘이 완전히 그들을 버리지는 않았다. 002 자신도 위기를 겪었으나 마침 때맞춰 나타난 '여신'에 의해 살아나 전황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동료들은 몸이 파괴되는 대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치료를 할 수 있는 존재도 있고, 데이터도 어느 정도는 보존해 두었기 때문에 다시 기회를 노릴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그렇게 생각하며 체제를 정비하던 002, 하트의 눈에 낯선 존재가 보였다. 밀밭을 연상시키는 연갈색의 단발 머리카락에 은색 프레임의 안경을 쓴, 녹색의 마이와 회색의 바지, 그리고 갈색 구두. 거슬릴 정도로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걸어오는 이의 얼굴은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낯설지는 않았다.
"마침내 얻은 모습입니다."
'그'는 대답했다.
"설마, 003인가."
"그렇습니다. 하트."
003은 대답하며 씨익 웃었다.
"드디어 나도 인간의 몸을 얻었습니다. 우연이었습니다만."
"축하할 일이군. 너도 진화에의 문을 연 셈인가."
하트는 여유롭게 웃었다. 상대 역시 웃으며, 제 안경을 고쳐 올렸다.
"그럼 나는 이제 널 어떻게 부르면 되지?"
"'브렌' 로이뮤드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브렌?"
"'뇌'. 우수하고, 성실하고, 당신을 보필할 믿음직한 책사의 이름입니다."
그 말에 하트는 크게 웃었다.
"그거 재미있군. 네가 나를 보필한다라.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나의 친구여. 이미 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003, 브렌은 여유롭게 웃음으로 화답하였다. 그를 슥 보던 하트는 마침 뭔가 떠오른 듯 박수를 짝 쳤다.
"그래. 브렌. 나의 뇌라고 했지? 마침 부탁할 것이 있다."
"무엇입니까?"
하트의 부름에 기쁜 듯, 브렌은 안경을 한껏 치켜올리며 물었다.
"우리의 또 다른 친구를 해방시키는 일이지."
"또 다른 친구요?"
"그래. 인간의 의지에 이용된 가엾은 친구. 우리와 비슷하나 또 다른 존재이지."
아직 하트의 말이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는 브렌이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쓰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일 것이리라.
"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당신의 뜻대로."
"고맙다. 브렌."
하트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먼저 앞장섰다. 그 뒤를 브렌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따라간다. 다음만큼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뜻밖의 방해꾼이 있었지만 괜찮다. 아직 살아 있다. 모두가 살아 있다. 그러니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그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출 것이다. 그 때에도 함께이기를 바란다. 친구들과, 소중한 동포와.
제 뒤를 천천히 따라오는 브렌의 걸음 소리를 들으며, 하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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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웃음을, 되찾고 싶었어……."
"그래서 일부러 반노에게 따르는 척을 했던 거냐!"
"그래요. 좋은 어시스트였지요? 역시 나는 우수하고, 성실하며……."
우수하고, 성실하고, 그 다음은?
브렌은 모르고 있었다. 그 다음을 하트가 모르는 이상, 그 다음을 자신이 말해주지 않는 이상.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은 하트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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