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3일 2회 히어로온에 나올 예정인 울트라맨 지드 토바 라이하 X 아사쿠라 리쿠 소설본 <火の鳥>의 샘플입니다.
A5 / 40P / 5000원
본 회지는 2차 창작물로, 공식 제작진(츠부라야, 반다이 등)과 무관계합니다.
* Caution!
- 라이하가 죽습니다. - 엔딩 후의 이야기 날조이므로, 울트라맨 지드 엔딩 파트까지의 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인간들은 대부분 죽었습니다~! 신나는 아포칼립스~! 주의해주세요.....
“넌 어떻게 할 거야, 지드?”
모든 일이 끝난 뒤, 제로는 우주로 돌아가기 전에 나에게 물었다. 제로는 이지스의 힘으로 여러 우주를 돌아다닐 수 있는 모양이라, 내가 원하면 나를 어디든 데려다 줄 수 있는 듯 했다. “나 따라 올거면 말리진 않을 건데.”
“괜찮아요. 저는 여기에 있으려고요.”
나의 대답은 나의 생각보다도 빨리 나왔다. 애초에 바뀔 이유가 없는 생각이었기에 그러했을 지도 모른다. 제로는 잠깐 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너한텐 여기가 고향이니까.”
제로는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그럼 네가 내킬 때까지는 여기에 있어. 필요하면 부르고.” “네. 고마워요.”
그러고 난 뒤 제로는 자기가 떠나기 전까지도 나를 계속 돌아보고는 했다. 제로는 내가 걱정됐던 것일까? 하지만 나는 제로를 보낼때, 딱히 제로가 했을 법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 지구는 영원할 것이고, 내가 지키고 싶은 별이고, 끝내 아름다울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계속. 그럴 것이라고.
불새 火の鳥
지구. 내가 사랑한 별. 나를 키워준 별. 나의 소중한 별.
내가 이 지구에 살아가는 시간은 하루하루 쌓였다. 그 기쁨과는 별개로 점점 죽음과도 가까워져 간다는 것을 어릴 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은 쌓였고, 나의 동료들은 점점 나이를 먹었다. 얼굴에는 조금씩 주름이 늘어났고, 체력도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 중 가장 빠른 변화를 보인 건 역시 나보다도 한참 나이가 많은 레이토 씨였다. 그저 새치가 생긴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순간 백발이 되었다. 그럼에도 레이토 씨는 다 자란 마유를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 얼굴만큼은 변하지를 않아서, 그 때의 나는 여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은 그렇게 간단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 모든 것이 나의 착각인 것을 알게 한 게 레이토 씨였다. 다 말라비틀어진 손등. 점점 사라져가던 체온.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웃고 있던 그는, 아주 마지막의 마지막에 그의 영웅을 잠시 만난 듯 했다. 제로가 다녀갔던 것일까? 그의 기척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레이토 씨가 만났다고 하니 그런 것이겠지. 레이토 씨의 뒤를 이어 루미나 씨도 죽음을 맞이했다. 이미 성장한 마유는 부모의 죽음을 딛고 하루하루 살아갔다.
작은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나의 모습은, 나이를 먹어가는 다른 이들과 달리 20살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그대로였지만 동료들은 나이를 먹었다. 아니, 나도 나이를 먹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인과의 세월이 달랐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내 모습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내가 지구인이 아니라는 것에 더 이상 괴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는 동안에 라이하는……. 다행히도 아주 정정하다. 새까맣던 흑발이 모두 새어 백발이 되어도, 새하얗던 얼굴에 주름이 박혀도 라이하는 라이하였다. 이제 곧 100살이 되는 그녀였지만, 나이를 들으면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로 정정하신 할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 어쨌든 라이하는 그렇다. 20세의 모습 그대로였던 나는 덕분에 라이하 할머니의 손자로 살아가고 있다. 나를 그렇게 소개하면 누군가는 꼭 라이하에게 묻고는 한다. 남편은 어디에 있냐고.
“남편? 떠났어.”
라이하는 늘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 알아서들 뒷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을 듣는 나는 복잡한 기분이지만.
“리쿠.”
성운장의 구석에 앉아 있던 라이하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라이하는 말없이 자신의 자리 옆에 놓여 있던 목도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내게 툭 던졌다. 나는 그것을 받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내가 아니었다. 라이하는 또 다른 목도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기합소리를 한 번 내더니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식으로 라이하는 지금도 매일 단련을 하고, 나는 가끔씩 그녀의 상대가 되어준다. 라이하의 힘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아직도 대련을 하면 지는 게 절반이니 그녀는 역시 대단했다. 하긴, 라이하는 처음부터 그랬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첫 모습도 긴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었지. 복수를 하겠다고 말했던 라이하는 어느새 나의 가장 큰 기둥이 되어 있었다. 이 세계를 왜 지켜야 하는가. 그 이유조차도 모르던 나에게 이유를 알려준 사람이었다. 나는 소중한 존재들로 인해 쌓여 만들어진, 아사쿠라 리쿠라는 것을 알려준 존재였다.
그렇게 라이하에 대해 회상하는 동안 집중이 흐트러졌는지, 나는 잠깐 방심한 새에 라이하에게 목덜미를 빼앗기고 만다.
“아차.” “또 딴 생각 하지.”
라이하는 목도로 내 머리를 딱콩 소리가 날 정도로 툭 쳤다.
“아야.” “대련 때는 딴 생각 하지 말라고 했잖아.” “미안.” “지금만 미안하지?”
내가 웃자 라이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지쳤을 그녀를 앉히려 했다. 그러나 라이하는 내 손길을 막았다.
“라이하?”
나는 물었다. 라이하는 나를 제지한 채 성운당 가운데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구슬 앞에 서 물었다.
“렘. 모아의 상태는 어때?” “좋지 않습니다.”
구슬……이라고 하면 안 될 테고, 이 성운장의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목소리로 우리와 대화해주는 소중한 친구다. 그녀는 이 성운장의 시스템을 포괄한 수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모양이라 성운장 바깥의 소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라이하가 렘에게 물은 정보도 그 중 하나이지만……. 사실 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소식이기도 해서 의식적으로 피해 왔던 것이기도 하다.
“그건 알고 있어. 좀 더 정확하게 말해줘.” “리쿠가 괴로울 거라 생각합니다.”
고마워, 렘. 내심 감사 인사를 한다. 하지만 라이하는 고개를 저었다.
“알아야 해. 감춘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거, 렘도 잘 알고 있잖아.” “그렇지요.”
맞는 말이지만 수긍 너무 빠르잖아…….
“냉정하게 말해서, 지구인들의 말로 ‘오늘 내일’ 합니다.” “뭐라고?!”
나는 렘의 말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렘의 지구인 대상 농담은 그렇다고 쳐도, 그녀가 말하는 모아의 상태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촉박한 모양이었다. 모아. 나의 누나 같은 사람. 어릴 때의 나를 지탱해 주었고, 커서도 나를 옆에서 도와주었던.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나의 친구. 그녀 역시 라이하처럼 지구인이었으니 나이를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모아가 지금 생사를 오가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