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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니 빛나는구나 - 홀로 헤엄친다 (1)가면라이더/4z 2013. 8. 22. 01:04
나는 잉어였다. 이 호수를 헤엄치는 잉어. 호수가 얼마나 넓은 지도 모르고, 어디까지 가야 끝인지도 모른다. 잉어는 그저 살기 위해, 호수 안을 헤엄친다. 나는 잉어였다. 이 호수같은 세상이 내게 준 것은, 그저 헤엄치기 위해 필요한 아가미 뿐이었다. 잉어는 숨을 쉰다. 물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 밖인지, 무엇이 안인지도 모르는 채로.
그런 호수에 빛이 들어왔다. 너무나도 눈이 부신 빛이었다. 잉어는 눈을 감았다. 그래도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차갑기만 하던 호수에 따뜻한 빛이 내려앉고 있었다.
"여기에 자주 오나 봐?"
'빛'은 말했다. 잉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호수를 보고 있네."
"여기가 내 세상이니까."
잉어는 헤엄쳤다. 눈부신 빛을 옆에 두고. 빛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배우는 세상은 그것보다 훨씬 큰 걸로 알고 있는데. 교토대 물리학과 1학년, 에모토 쿠니테루."
빛은 잉어를 보고 있었다. 잉어 역시 빛을 보고 있었다.
"내가 헤엄치는 세상은 우주가 아니야."
잉어는 말했다.
"우주를 익힌다 한들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어."
"하지만, 우주에 갈 수 있을 지도 몰라."
빛은 내게 손을 뻗고 있었다. 이 호수에서 나가자고. 그렇게 말하는 손이 있었다.
"우리가 노력하면, 이 호수를 벗어나 저 머나먼 우주에 갈 수 있어."
"우주."
근거 없는 말이라고 잉어는 생각했다. 하지만 빛이 말하는 순간, 그것은 정말로 빛처럼 느껴졌다. 호수 안에서 헤엄칠줄 밖에 모르던 작은 잉어에게는 너무나도 커다란 빛이었다.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서는 빛이었다. 잉어는 망설였다. 섣불리 그 빛에 뛰어들 수 없었다. 잉어는 아직 겁이 많았기 때문에.
"괜찮아."
그 때 빛은 말했다.
"함께 헤엄치자. 우주에서."
마치 구원과도 같은 그 말은.
"같이 있어줄 테니까."
너무나도 따뜻해서.
"그러니까, 함께 가자. 네가 있어준다면, 우리는 함께 우주에 갈 수 있어. 새로운 세상으로. 미지의 힘으로."
눈이 부셨다.
"가자. 저 하늘로. 가자. 에모토."
잉어는 빛으로 뛰어들었다. 눈부신 빛 너머에는 평소에 알지 못했던 따뜻함이 있었다. 붙잡은 손에 남은 온기는 잉어에겐 과도하게 따뜻한 것이었다. 마치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빛은 손을 놓았다. 손에 남은 온기는 사라졌다. 하지만 아가미 안에 남은 온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따뜻함은 잠시가 아니었다. 난로를 놓아둔 것처럼, 아가미 속에 자리잡은 온기는 차갑기만 하던 잉어에게 체온을 주었다.
잉어는 그 때서야 세상의 따뜻함을 알았다.
잉어는 호수를 벗어나는 법을 알았다.
잉어는 우주라는 이름의 강으로 뛰어들었다.
─ 우타호시 로쿠로는 내게 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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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김우산입니다. 오랜만에 또 글을 갱신하네요.
이 글은 보시다시피 친세대 글입니다. 어제 포제 영상을 쭉 달렸더니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쓰고 싶었어요.
뭐 어떤 의미에서 교수님과 이사장님을 변호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교수님 쪽 글은 모 J님의 글이 있긴 하지만
제 해석을 통해 교수님을 해석해보고자... 결국 쓰게 되었습니다.
제목과 소제목, 모티브는 모두 あさき의 魚氷に上り 輝よいて에서 따왔음을 알려드립니다.
애초에 제목부터가 내놓고 저겁니다. 교효니 노보리가 물고기가 얼음이 녹은 강을 따라 흐르는... 봄을 의미하는 시어라고 하네요.
노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리플렉 비트를 하시면 됩니ㄷ(리게이냄새
나름 장편이 될 것 같아서, 글 구성은 소제목으로 이뤄집니다.
홀로 헤엄친다 - 봄을 등지고 - 햇빛을 맞으며 - 거품으로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네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윗 곡의 가사입니다.)
홀로 헤엄친다 부분은... 홀로인데 왜 로쿠로가 나오나 싶긴 할텐데.. 결국은 그렇게 되잖아요? 여러분 아시다시피.
대충 그런 식으로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사실 아주 찔끔찔끔 쓸 생각입니다. 제 조루근성 때문에 한번에 많이를 못 쓰겠더라구요.
천천히 갱신될테니 천천히 지켜봐주세요.
커플링성은 없는 관계로, 이 글은 비밀번호를 걸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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