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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합작 모두 공개가 되었으니 여기에 따로 올려도 되겠죠....
나중에 또 추가가 됐으면 좋겠네요. 그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헤이세이 라이더 글꽃합작 (http://snowflame.ivyro.net/flower/)
에모토 쿠니테루 + 하야미 코우헤이 + 가모우 미츠아키 -> 동백꽃
1
나에게는 두 명의 친구가 있었다. 한 사람은 태양이었고, 한 사람은 달이었다. 태양은 모두를 꿈으로 이끄는 이였고, 달은 뒤에서 모두를 믿어주는 이였다. 나는 그들의 사이에 있었다. 그들은 완벽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립했다. 완벽한 조합이었기에, 완벽한 대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선택해야 했다. 태양과 달. 그 둘 중 하나를.
나는 태양을 동경했다. 그리고 달을 사랑했다.
2
하지만 나는 달이 되었다.
3
‘태양’은 자신의 위성을 늘려갔다. 행성처럼 자신의 주변을 계속 돌아줄 이를 찾았다. 나는 태양을 도와야 했다. 태양이 없으면 달은 하늘에 존재할 수 없다. 나는 그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하지만 내가 알던 ‘달’은 태양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는 이였다.
나는 비로소 알았다. ‘달’이라고 생각했던 내 친구는 달이 아니었다. 그는 그 자체로 ‘별’이었다. 태양이 없더라도 제 힘으로 빛날 수 있는 별.
달은 처음부터 나였다.
4
꿈에도 잊을 수 없을 그 날 이후, 지구로 귀환한 나와 태양은 교토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이 자리는 태양의 꿈을 위한 자리였다. 나를 자신의 꿈으로 끌어들인 태양은 그 이후에도 나를 계속 제 꿈 안에 안으려고 했다. 나는 그런 그를 거부하지는 않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나의 제자네.”
그러던 중 태양이 제자라는 이름으로 데려온 아이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태양의 새로운 ‘위성’임을 알 수 있었다. ‘위성’의 모습은 어디선가에서 본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는 ‘위성’ 자체를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위성의 눈빛이나 모든 것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훌륭하고 우수한 제자지.”
태양이 붙인 한 마디에 위성의 얼굴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순간적으로 보였던 행복에 가득 찬 얼굴. 나는 그것을 보고 나니 위성이 무엇과 닮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야미 코우헤이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위성’은 차분하게 인사했다. 그 동작은 묘하게 태양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에모토 쿠니테루네.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서로 악수를 나누고 나서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위성은 태양을 동경하는 이였다. 태양에게 감화되어 오로지 태양만을 바라보는. 그리고 위성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할 줄을 모르는 이였다. 그의 눈동자는 그것보다 훨씬 강한 열망을 담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위성은 달의 자리를 원하는 것이었다.
달의 자리를 원했던 이. 위성에게서 보였던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니었다.
바로 나였다.
5
위성이 자리를 떠난 뒤에는 태양과 나 둘 뿐이었다. 나는 주머니 안에 있던 스위치를 꺼냈다. 붉게 빛나는 그것을 누르면, 나는 분홍빛으로 빛나는 또 다른 내가 된다. 그런 내게 태양은 물었다.
“그를 보며 무엇을 느꼈나, 바르고?”
“그는 훌륭한 호로스콥스의 일원이 되겠지요.”
그 말에 태양은 피식 웃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물론이지요.”
태양은 내 어깨를 탁 두드렸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네. 그는 나의 힘을 받지 않고도 위기라는 것 하나만으로 간부로 각성한 인간이지. 충분히 자격이 있는 자야.”
“그걸 아시면 무어하러 제게 물으시는 겁니까.”
또 다른 나는 지극히 차갑다. 나는 그것을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겉모습 안에 내 모든 것을 감춘다. 이 힘을 그에게서 받은 이후로 내가 배운 모든 것이었다. 그의 의도를 모르는 듯 말하긴 했지만 나는 이미 그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그가 내게 말한 말의 진의는 지극히 간단한 것이었다. ‘그는 자네와 꽤 닮지 않았나?’
나는 그의 질문을 외면했다.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었을 뿐이야. 그가 호로스콥스로서 훌륭한 인재인 지 아닌지, 그 눈을 믿고 싶은 것이지.”
“처음 말한 그대로입니다.”
“그거 아쉽군.”
태양은 결국 제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으로 마무리를 한다.
“그의 관리는 나와 레오가 번갈아 하고 있지만, 자네도 조금 손을 보태줬으면 하네.”
태양은 다시 내 어깨를 살짝 쳤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6
“아, 하야미 군.”
어느 날의 교토 대학에서 나는 그를 만났다. 하교하는 길이었던 모양이다. 그냥 봐도 무거운 가방을 매고서 걸어가던 그가 보이자,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
“에모토 교수님.”
그는 가볍게 목례했다.
“이렇게 또 만나게 되는 군. 잘 지냈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고, 나와 그는 이도 저도 아닌 묘한 어색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는 퍼뜩 그에게 말했다.
“아, 그래. 차라도 한 잔 하지 않겠나?”
“예?”
내 말에 그는 꽤 놀란 표정이다. 하긴,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었다.
“아, 역시 곤란할까?”
“아니오.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으니까요.”
그는 난처하게 웃는다. 얼굴에서 못내 불편한 기운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만나 뵙고 싶었다니. 그는 아직 거짓말이 서툴렀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구태여 내 발언을 철회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어렵게 얻은 기회와도 같았다. 그와 이야기를 해볼.
나와 그는 학교를 나와, 내가 알고 있던 어느 다방에 들어갔다. 사람이 많지 않은 조용하고도 침착한 분위기.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두 여기에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구석 자리를 향해 걸어가 앉으면, 웨이트리스 아가씨가 주문을 받았다.
“자네는 뭘 마시지?”
“케냐를 주로 마십니다.”
“그렇군. 케냐 하나. 콜롬비아 하나로 부탁하네.”
웨이트리스 아가씨가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던 그는 아가씨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교수님을 빨리 뵙게 되었군요.”
그의 말은 꽤 의아한 것이었다.
“그런가?”
“묻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요.”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눈이 보인다. 나를 닮은 듯, 하지만 닮지 않은 그것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뭐지? 전공에 대해서는 아닌 것 같고.”
그렇게 말하며 나는 내려온 안경을 살짝 올렸다. 이렇게 묻고는 있지만 이미 그 의도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이 아니고서야 그가 나를 만날 이유가 없다.
“가모우 교수님에 대해서입니다.”
역시나. 나는 한숨을 탁 쉬었다.
“가모우의? 그것은 직접 물어보면 되는 일이 아닌가?”
“물론 그렇습니다만. 직접 묻기엔 조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가모우와 관련되어 직접 물을 수도 없는 일이란 게 뭔지 궁금해지는군.”
나는 넌지시 웃었다. 그는 잠시 말을 가리려는 듯 입술을 움찔거렸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따뜻한 커피 두 잔이 우리의 눈앞을 오고 갔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커피를 갖다 줘야 했을 웨이트리스가 자리를 종종걸음으로 뜨고 나서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가모우 님이 좋아하시는 게 뭔지, 혹시 아십니까?”
커피를 뿜을 뻔했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선 내 짐작은 아주 정확했다. 생각보다 더 클 줄 알았는데. 내가 몇 번 헛기침을 하니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저것은 분명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을 진심이라는 것을. 나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하네. 조금 놀랐어. 그걸 나에게 물을 줄은.”
“교수님도 이상하게 보이십니까? 제자 된 몸으로 이런 걸 묻는다는 게.”
그는 난감한 듯 그렇게 말했다. 아니, 나는 그것보다도 더 큰 걸 물을 줄 알았는데. 라고 말을 하려다 나는 그가 아직 내 정체를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정체를 아는 이는 태양과 그의 비서뿐이다. 그 사실을 떠올리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네. 의외여서 말이지.”
그는 한숨을 쉬었다.
“가모우 님은 인망이 좋으신 분이지만, 이런 것을 물을 만한 사람들을 곁에 두지는 않으시더군요.”
“그건 나보다도 그의 비서가 있지 않나?”
험악한 얼굴을 한 그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썩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듯 표정을 구겼다.
“그도 잘 모르더군요.”
“그래서 나를 찾으려 했던 건가.”
“교수님은 오래된 친우시니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나는 난처한 감이 들었다.
“그럼 알려줄 수밖에 없기는 하겠는데. 좋아하는 것이라는 기준은 어떤 것인가? 가모우에게 선물을 주려는 셈인가? 그렇다면 그는 어떤 것이든 다 받을 텐데.”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어느새 나나 그나 커피에는 입에도 대지 않고 있었다.
“그 분에게 신뢰를 얻고 싶습니다.”
“이미 자네는 얻고 있지 않은가?”
“그것보다 더한 것을 원합니다.”
이런. 절로 나오는 한숨을 막을 틈이 내게는 없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완벽하게 나였다. 나의 과거를 그대로 밟고 있었다. 태양을 동경해서, 그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을 과거의 나. 그리고 그 과거의 내가 얻은 결과를 생각하면 그의 결말 역시 짐작이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말리고 싶었다.
“하야미 군. 그는 태양이네.”
오로지 그 마음이 내게 입을 열게 하고 있었다.
“태양은 말이야. 고고한 이라네. 제 혼자서 빛날 줄 아는 이지.”
그의 눈이 내 쪽을 향했다.
“공전은 허락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아. 가까이 다가가면 새까맣게 타고 재만 남지. 그는 그런 존재이네.”
“그건.”
그 뒤를 이으려던 내 말을 그는 차분히 끊고 있었다.
“가모우 교수님에게 가까이 하지 말라는 말로 들리는군요.”
“꼭 그런 것은 아니네만.”
난처하여 나는 다시 웃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해하기 어렵군요. 당신은 그 분의 친구인 것이 아니었습니까?”
“맞지.”
“그렇다면 그 분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실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먹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거기다 역으로 한 소리를 듣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사실 나로서도 더 이상 말릴 방법이 없었다. 나와 그는 직접적인 접점이 없었다. 내가 그에게 가진 감정도 결국은 그에게 붙잡혀 새까맣게 타버릴 그에 대한 동정일 뿐이었고, 바깥으로 나와 에모토 쿠니테루로서의 관계는 더더욱 희박했다.
“나는 내가 느낀 바를 말한 것뿐이야.”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모우 교수님은 당신을 신뢰하고 계셨습니다!”
그런가. 나는 이제야 그가 나를 보자 한 이유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라 함은,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의문점이 남아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굉장히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것이 사소한 것이었다면 나에게까지 물어볼 일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깊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그것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오직 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그렇게 보였다면, 나는 자네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소용이 없었겠군.”
“그건 무슨 의미지요?”
그의 물음을 나는 무시했다.
“자네에 질문에만 답해주자면, 그는 자신의 이상을 이해하고 제 뜻에 따라줄 이를 신뢰한다네. 그것이 자네가 원하는 것일 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결국 그가 원할 법한 답을 내주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태양이 나를 신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으니까.
“그것이 제게 가능할까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물었다.
“그것을 할 생각으로 내게 물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말에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곧 무언가 깨달은 듯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 말대로입니다. 도움 주셔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러고는 커피에 입도 대지 않은 채 그는 먼저 가보겠다며 내 앞을 떠났다. 말릴 새도 없이 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커피 값은 내가 내야 하는 건가. 물론 그럴 생각이긴 했지만. 그가 사라지고 아늑해진 카페의 테이블에서 다 식어버린 콜롬비아를 한 잔 마시며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7
“아름답지 않은가. 동백꽃이.”
어째서일까. 예전의 그 일이 떠올랐다. 나와 태양이 대학생이던 시절. 나는 별과 함께 동백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교토 내에 있던 동백의 숲 속에서 나와 그는 몸을 떨면서도 위로 펼쳐진 동백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론 속에서만 있을 수 없지 않느냐며 그가 제안한 것이었다.
“과연 그러하네.”
흐릿한 겨울 하늘 위를 붉은 꽃이 덮고 있었다. 봄이 곧 시작된다는 소식들이 연달아 들리지만 그럼에도 아직 몸은 으슬으슬 떨리는 와중에, 바람에 동백꽃이 흔들렸다.
“동백에 대해 이전에 들은 말이 있지.”
옆에 있던 별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 자네가 들으면 무슨 여자애들 같은 말을 하냐고 할지도 모르니까.”
“마치 그런 말을 이미 들은 것 같군.”
“가모우가 그러더군.”
나와 그는 웃었다. 아마 이 때는 지금처럼 난처한 웃음이 아니었겠지.
“동백꽃의 꽃말이 기다림. 혹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뜻이라고 하더군.”
별은 웃고 있었다.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나? 동백이 피는 시기는 지금 같은 시기야. 겨울이 막 끝나고, 이윽고 봄이 찾아오는 시기지.”
“봄이라.”
“기나긴 기다림이 끝나고, 마침내 사랑은 이루어져 봄이 찾아온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별은 낮게 뻗은 가지의 꽃 하나를 살짝 꺾었다. 자그마한 꽃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가모우가 그렇게 말할 만도 하군.”
“이거야 원. 자네도 그 소리인가. 뭐, 여성에게서 들은 소리이니.”
별은 당차게 웃으며, 내게 그 꽃을 쥐어주었다. 붉고 아담하다. 그런 말이 어울리는 꽃이 이 손에 있으니 굉장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에모토.”
문득 그는 말했다.
“인연은 좋은 것이네.”
“그렇지.”
나는 긍정했다.
“이렇게 함께 동백을 구경하러 올 수 있다는 게 인연이네. 다른 것이 아니고.”
나는 그 때에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비단, 누군가에게 감정을 받는 것만이 인연이 아닌 것이지. 잊지 말게.”
나는 그 작은 사실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알겠네. 우타호시.”
그리운 그 이름을 마지막으로, 나는 다시 그 카페에 돌아와 있었다. 식은 콜롬비아와 케냐는 그대로 잔 안에 있었다. 커피가 잔잔하게 흔들려 파장을 만들어냈다.
“우타호시.”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입에 넣어보았다. 이게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그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듯 밀려오면서, 나는 내가 잊어버렸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8
나는 동백이었다.
그랬기에 같은 동백을 보며, 너의 겨울이 끝날 날이 올 것이라고는 말해줄 수가 없었다.
겨울은 끝나지 않고 꽃은 피지 않는다. 꽃은 피더라도 지지 않는다. 영원의 겨울이 계속된다. 내 몸은 타고 있건만, 겨울은 끝나지 않는다.
그가 죽을 때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미련을 버리지 않는 한.
9
“바르고가 당신일 줄은 몰랐습니다. 에모토 교수님.”
세월은 지나고 지나 이윽고 싹이었던 동백은 나무가 되었다. 뭣도 모르던 대학원생은 어느덧 젊은 교장 선생님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였건만 그는 변하였다. 마치 이전의 나처럼.
“나라서 이상한가?”
“아니오. 그랬기에 당신이 했던 그 말이 이해가 되는군요.”
하지만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알면 지금이라도 그만 두지 그런가.”
“그러진 않을 겁니다. 전 가모우 님의 신뢰를 다시 찾았으니까.”
가엾게도 겨울은.
“그렇다면 자네는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야. 그것이 자네의 길이니까.”
자신이 깨닫기 전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는 건, 당신이 왜 그 때 그런 말을 하셨냐는 겁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아직도 그는 그 때의 눈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지극히도 순수한 이였다. 그 순수함이 변질되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조차도 알지 못하는.
“그것은 깨닫게 되는 순간 알 수 있지.”
“무엇을?”
“가모우는 자네를 보고 있지 않다는 단순한 사실.”
“그럴 리 없습니다!”
그가 화를 내었다. 그것을 안 그는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물론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걸 모르기에, 자네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네.”
봄을 갈구해도 끝나지 않는 겨울.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니, 정확히는 모르는 것보다는 외면하는 것이겠지. 진실에서 눈을 돌리고, 어쩔 수 없었다며 자기를 변명하는 거야.”
마치 내가 그랬듯. 하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었다. 겨울에 안주하면 봄은 오지 않는다.
“교수님.”
“이제 나를 좀 보내주지 않겠나. 일이 좀 바빠서 말이야.”
봄을 낳는 것은 희망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아직 두 개의 희망이 있었다. 그 새싹은 커지고 커져, 이윽고 태양마저 감쌀 것이다.
그럴 수 있는 희망이었다.
10
“결국 살아남는 건 저로군요. 바르고.”
“상관없어.”
그래. 이미 늙어버린 동백이 바랐던 봄은 사실.
“마지막에 다시 친구가 생겼으니까.”
겨울은 이제 끝이 났다.
11
그와 함께 맞고 싶었던 봄.
실은, 셋이서 함께 맞이하고 싶었던 그러한 봄.
*
당신의 말대로.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 나니 알게 되는군.
당신이 이겼어. 바르고.
내가 바란 봄은 처음부터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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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교장이 다루기 너무 힘듭니다. 방심하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양반이예요.
특히나 과거의 교장이라는 것은......
분명 처음에는 교장에 교수님을 끼얹은 글을 쓰려 했으나, 써놓고 보니 교수님에 교장을 끼얹은 글이 되어 있더군요. 이는 아마 제 생각에 동백꽃이 말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라는 걸 한 것에 가까운 게 에모토 교수님이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오히려 교수님 내면을 파고드는 편이 본질에 맞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는 뻥이고 그냥 저 쪽이 더 쉬웠습니다. 교장 개새끼 해봐.
이 글을 쓴 지가 두 달... 저는 지금 교장 과거날조물을 쓰고 있습니다. 더 괴롭습니다.
과거의 교장은 너무 튀어서.... 감당이 안 됩니다 아마 저때부터 한계를 느끼고 접었어야 맞지 않나 싶은데 저는 결국 접지 않았습니다 빠가사리가트니
24시간 뒤 죽는다면 (http://toku24hour.tistory.com/)
- 하야미 코우헤이
* 가면라이더 포제 46화 네타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오늘 하루 겪었던 상념이 지나간다. 피스케스를 각성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환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하던 순간. 그 분은 결국 원하시던 것을 이루었을까. 많은 이야기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온 몸에 느껴지는 고통과 함께 몸이 폭발한다. 갈기갈기 찢어지는 몸을 느끼면서 내 마지막 바람이 우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보고 계십니까, 가모우 님. 제 존재의 무거움을.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모든 기억은 거기에서 끝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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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는 그리도 바라지 않았던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햇살이 창문을 넘어 내게로 내려오지만 눈꺼풀은 무겁기만 하다. 어렵사리 눈을 뜨면 어느덧 출근할 시간이었다. 나는 재빨리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차를 몰고 학교로 가는 길은 평소와 같았지만, 오늘은 나에게는 특별히 다른 날이었다. 피스케스를 각성시키기 위한 일련의 계획의 마무리를 짓는, 그리고 우리의 사명이 모두 끝날 역사적인 날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어디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어차피 나는 평소에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별 일은 아닐 것이다.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교장실에 들어가, 오전의 일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는 그랬다.
"교장 선생님. 왔다고, 여기."
하교 시간이 되자 하루 전의 계획대로 그들이 나타났다. 포제, 메테오. 어제의 나는 스위치를 빼앗자는 계획을 그들에게 제시해, 이 곳으로 불러내었다. 부른 목적은 이 둘을 래빗 해치 바깥으로 유도하는 것. 이 둘이 래빗 해치 바깥에 있는 동안 타츠가미는 피스케스의 스위처의 인질을 확보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래빗 해치에 남아 있는 이들로는 스위처를 막기가 힘이 들 것이다. 그렇게 스위처를 안전한 곳에서 빼내어, 결국은 싸우게 만들어 스위치의 힘이 눈을 뜨도록 만드는 것이 내 모든 계획이다. 이는 그를 위한 첫 발판이었다.
"그래, 안내하지."
여기까지는 계획대로이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기시감이 느껴졌다. 어째서지.
"여기다."
나는 이사장실로 그 둘을 안내했다. 그들은 딱히 나를 의심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의심할 만한 상황이 오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아무튼 그 상황이 지금의 나를 굉장히 유리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것이 끝난다면, 나는 이제 그 분의 곁으로. 이사장실 문을 열고 그들이 먼저 들어갔다. 나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비어 있는 이사장실이 낯설다. 원래는 항상 그 분이 계셨어야 할 자리인데. 어울리지 않다. 라는 생각을 한다.
"정말로 있는 거겠지, 그 붉은 방인가 하는 곳."
메테오, 사쿠타 류세이가 물었다.
"그래. 가모우와 열 두 사도가 접견하는 곳이다. 가모우는 우리에게 그 방에서 지령을 내렸지."
나는 그의 질문에 대답해주며, 그 방의 문을 열었다. 우리들이 원래 있었던 그 곳의. 문을 열고 나니 느껴지는 에너지의 차이의 그들은 꽤나 놀란 반응이었다.
"자, 어서."
나는 그들을 방으로 이끌었다. 살짝 긴장한 얼굴로 들어오는 이들을 보니, 역시 아직 학생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어라, 그런데 이 생각도 언젠가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기시감. 이전부터 계속 느껴지던 이 감각은 나와 그들이 붉은 방에 도착해, 예상대로 타츠가미가 설치해뒀을 폭탄 제미니가 나타나고 나니 확실해졌다.
"위험해!!"
어디까지나 아군임을 가장하며, 나는 제미니를 막았다. 이 행동조차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곧 그 희미하던 기시감이 점점 뚜렷해지는 것을 알았다. 이제 다음 행동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내가 막고 있는 동안, 이대로면 곧 제미니는 폭발할 테고. 그리고 너희들은.
"폭탄 제미니다!"
"도망쳐!"
제미니의 폭발을 피해 도망칠 것이다. 그리고 제미니는 폭발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타츠가미로부터 받은 스위치가 있다. 스위치를 재빨리 눌러, 나는 그 폭발을 피했다. 아마 밖으로 도망친 그 둘은 타츠가미가 적당히 시간을 벌어주겠지. 나는 변한 내 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말로, 끝. 이제 곧이다. 이제 다음에 내가 해야 할 일, 그리고 어떻게 될 지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그 순간, 나는 내 기시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꿈인 줄만 알았는데."
별이 알려준 것일까. 아니면 운명의 장난일까. 나는 알고 있었다. 이대로 계획을 진행시킨다면 나는 죽는다는 것을. 죽음. 꽤나 먼 개념이었다. 특히나 이 몸을 가진 뒤로는. 물론 그 죽음이라는 것을 아주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딱 한 번, 죽었던 적이 있다.
- 하지만, 리브라. 지고 말았군?
잊을 수 없는 패배의 순간. 실패란 곧 죽음과도 같은 우리 호로스콥스. 그 때에 나는 한 번 죽었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내가 살아났던 것은 내가 눈을 가졌기 때문에. 호로스콥스 각성자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죽기 전에 손을 넣었다. 그것을 본 그 분은 나를 살려주었다. 나의 능력은 분명 유용한 것이었다. 그 분의 이상을 이루는 데에는 말할 것도 없이 필요한 것이었기에.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내 사명은 이제 여기서 끝이 난다. 그렇다면 그 뒤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는 그 분에게 의문을 가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 바르고가 없는 지금, 나와 같이 갈 이는 자네와 레오밖에 없지 않은가.
그 말에 안심이 되었다. 그 말을 믿고 나는 이 마지막 계획을 시행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 분과 같이 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내가 어떻게 될 지 알고 있었다. 이대로 피스케스에게 간다. 포제와 싸운다. 그리고 그 분이 마지막 스위치를 손에 넣어 다크 네뷸라가 열린다. 하지만 그 분은 무방비 상태. 포제가 달려든다. 그리고 그것을 내가 막는다. 그 데미지를 모두 받고, 나는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간밤에 꾸었던 꿈의 반복이자, 그것이 내 현실이었다.
이대로 가게 된다면 나는 죽는다. 하지만 가지 않게 된다면. 적어도 마지막 순간의 선택만 다르게 하더라도 나는 살 수 있었다. 단 하나의 선택이 나를 죽음에서 놓아주기도 하고, 죽음으로 이끌기도 한다. 만일 내가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분명 흥미로운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내 선택에 대한 결말이 내게 있어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내가 그 곳에 가지 않더라도 그 분은 무사히 우주로 갈 것이다. 그리고 그 분이 우주로 떠나게 된다면 그 여파로 이 구역은 파괴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똑같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나는 내 죽음 뒤는 모른다. 나는 그 때 죽었고, 그 뒤로 그 분이 무사히 우주로 가셨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다.하지만 내 몸을 버린 것이었다. 그 선택을 해야 할 정도로 나는 그 분의 이상을 이루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되었던 그 분은 우주로 간다. 그렇다면 굳이 내가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 그 분을 배신할 이유는 없다.
그러면, 망설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나는 지팡이를 들었다. 사자나미 해변. 그와의 약속 장소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마무리 될.
이후로는 간단한 일이었다. 해변에서 싸우고 있는 피스케스와 타츠가미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포제의 모습을 하고 피스케스에게 다가가, 방심하던 피스케스를 공격해 스위치를 빼앗는다. 저 멀리에서 그들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모든 것을 마쳤다.
"늦었구나."
목적은 달성했다. 나는 변신을 풀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교장 선생님, 살아 있었던 겁니까!"
"역시 네 놈, 스위치가 목적이었나!"
각기 한 마디씩을 던진다. 나는 그들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 피스케스 스위치는 스위처가 자기 의지로 누르지 않으면 각성하지 않는 성가신 물건이라서, 쿠로키 군이 누르게 하려고 애를 좀 썼지."
"전부 연기였나!"
"당연하지. 내가 그 분을 배신할 리가 없지 않나."
쿠로키, 이전에 피스케스였던 그 여자아이를 감싸던 그들이 보인다. 배신당한 얼굴. 그렇게 억울한가? 그런 내 옆에서 타츠가미가 말했다.
"네 놈의 삼류 연극에 어울리느라 고생 좀 했지. 죽지 않을 정도만 부상을 입혀달라니, 어울리지도 않는 짓을 시키고."
흥. 나는 웃었다. 여기서 바라보고 있으니 꽤나 절경이지 않은가. 아직 뭣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의 얼굴이란.
"나를 이해해주는 분은 가모우 님 뿐이다. 그 분의 힘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지."
아아. 그렇다. 그렇기에 당신은 옳다. 그렇게 생각하던 나의 멱살을 포제, 키사라기 겐타로가 덥썩 붙잡았다.
"그러면 당신이 학생들을 배신했다는 걸 반성한다는 말도 전부 거짓말이었단 거야? 난 당신을 믿었다고!"
믿음이라니. 한심할 정도로, 어리석은 말이지 않은가.
"그건 네가 어리석은 탓이다."
나는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젖비린내 나는 어린 아이의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 뒤에 의미가 없다 말을 해도, 그는 듣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청춘을 더럽히는 자는 용서를 못하겠다는 말을 할 뿐. 그 분의 위대한 힘을 알지 못하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어리석은 녀석. 나는 그에 대한 평가를 그것 이상으로는 할 수 없었다. 청춘이라는 건 얼마나 허황된 것이란 말인가. 특히나 나는 그런 것조차 가진 기억이 없는데.
"너희들이 나를 막는다고?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때, 그 분이 오셨다. 가모우 미츠아키. 나의 위대한 선지자. 그리고 그 때 다시 떠올랐다.
나는 죽는다. 이제.
갑자기 다리에 힘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분명, 죽음은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분이 우주에 간다면 모든 것을 이루리라. 그것만을 내 사명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제 죽는다. 나는 사라진다. 나는 사라질 것이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한번 박히니 빠져나갈 줄을 모른다. 죽는다. 내가 사라진다. 내가 곧.
"그러니 너희는 거기서 얌전히 내 여행을 지켜보거라. 12개의 스위치가 모두 모인 이상, 나를 막을 이는 아무도 없으니."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의 사명은 그 분과 함께 하는 것이다. 거부란, 있을 수 없다. 나는 나의 스위치를 자리에 넣었다. 스위치 12개가 모두 모이자, 그것들은 강한 빛을 내며, 무언가를 끌어들였다. 하늘이 순식간에 보랏빛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지껏 느껴본 적이 없는 강력한 기운들이 내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었다.
"와라, 다크 네뷸라! 그리고 나를 프레젠터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다오!"
그 분의 외침이 들렸다. 나는 그 분의 여행을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난다. 모든 것이. 내 사명도.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것도. 나는 준비를 해야 했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지금에는 당신을 쓰러뜨릴 수 있어, 사지타리우스!"
왜냐하면, 예상대로 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타호시 켄고, 나의 기억 속에서는 그의 말을 듣고, 포제가 달려든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 다리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해야 했다.
"에모토 교수님의 데이터가 알려줬다. 사지타리우스가 12개의 스위치를 모으고, 워프 게이트를 열 때 공격력은 0이 된다고! 그렇기 때문에 에모토 교수님은 스위치 배포에 협력하면서도 나에게는 포제를, 사쿠타에게는 메테오를 넘겼던 거다. 사지타리우스를 쓰러뜨릴 수 있는 이 순간에 모든 걸 건 거다."
이제 최후의 통첩이 시작된다.
"가라, 키사라기! 끝장을 내버려!!"
이 뒤는 알고 있다. 타츠가미가 막으려 하지만 메테오 때문에 막히고, 포제는 공격을 가한다. 그것을 막을 이는 나밖에 없었다. 나는 그 때의 꿈을 기억했다. 그 때엔 어떻게 뛰어들었더라. 무엇을 생각하며 뛰어들었더라. 아아, 그 때엔 별 생각이 없었던가. 그저 가모우 님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만으로 달려들었던가.
아마, 그랬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그 분이 위험할 테니까. 내가 어찌 되든 그 때에는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나의 사명은 거기서 끝이 났다. 사명이 없는 자에게 살아갈 힘이란 없다. 어차피 나는, 거기서 살더라도 죽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 나는 이미 한 번 죽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나는 부담없이 그 분을 위해 몸을 던졌던 것이 아닐까.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마쳤다. 더 이상의 목표와 사명은 내게 존재하지 않았다. 가모우 님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나라는 여행은 이것으로 모두 끝이 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보고 계십니까, 가모우 님. 제 존재의 무거움을."
그리고 마지막까지 당신이 나를 기억하도록. 나라는 존재를, 당신을 위해 일했던 나를 잊지 않도록.
온 몸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나는 오로지 그것만을 바라고 바랐다.
-
"그는 나라는 태양을 도는 위성이다. 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나는 친구를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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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이미 죽어버린 몸을 던진다는 느낌의 교장으로 썼습니다.
사실 이 생각을 가끔 했거든요.
교장이 그 때 죽었던 건 이미 34화때 죽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렇지 않고서는 34화때 살려달라고 그렇게 발악한 사람이 46화에 그렇게 간단하게 몸을 던져 죽는다는게 설명이 되지가 않아요 제 안에서.
저걸 증명할 수단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미 죽을 생각 했다와 두번째는 그 때 살려고 했던게 아직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어서. 인데...
뭐. 저 글은 전자를 생각하고 쓴 글입니다. 마감에 쫓겨 급하게 썼던 글인데... 제일 빨리 썼대요. 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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