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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과 너가면라이더/Ex-Aid 2018. 5. 7. 20:35
이 글은 5.6 제 3회 쩜오 어워드에서 배포된 글입니다.
쩜오온 고생 많으셨습니다!
찾아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심하진 않지만, 고어한 느낌을 주는 표현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 미세하게 트릴로지 겐무vs레이저까지의 네타가 있습니다.
악몽과 너
Kamen Rider Ex-Aid Fan Book
Kujo Kiriya + Hojo Emu (with Parad)
나의 시야 안에는 무너지는 세상이 있었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어떤 ‘바이러스’가 세상을 무너뜨렸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급격하게 퍼진 바이러스들이 일제히 발병 증세를 일으키면서, 인류는 급속도로 목숨을 잃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의사들이 있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그들은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장담한다. 분명히 그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병이 지나치게 특수했다. 의사들이 손을 쓰기엔 그 병은 너무나 강력했으며, 또한 해결 방법이 없었다.
증상 자체는 게임병과 비슷했다. 발병한 뒤에는 인간들이 모두 데이터로 산화하는 것까지. 그렇다면 아마 원인은 어떠한 버그스터 바이러스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게임병과 이 바이러스의 발병효과에 차이가 있다면, 게임병은 육신도 함께 데이터화하지만, 이 이름 모를 병은 오로지 인간의 기억, 속칭 영혼이라고 하는 것만을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억만을 지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사람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육체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영혼을 빼앗긴 인간이란 마치 껍질처럼, 그저 숨만 쉬는 존재로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아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신을 구성하던 근원을 전부 빼앗긴 인간은 결국 그 생체기능마저도 정지한다. 그렇게 사망한다. 지금 내 뒤에는 그렇게 죽은 인간들의 시체가 쌓여 있다. 살고 싶어 병원을 찾은 이들이었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었다. 나는 그 쌓인 시체더미 옆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내가 할 일은, 그 죽음 속에서 원인을 찾아내야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는 소용이 없었다. 살아 있는 인간이 없다는 것은, 내가 그 원인을 규명한다 한들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어느 누구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내가 지키고자 했던 사명을 지키지 못했다. 그것만이 지금 내게 닥쳐온 현실이었다.
신기하게도 나만은 죽지 않았다. 대선생도 하나야 선생도 다른 사람도 모두 죽었지만 나만은 살아 있었다. 누군가 죽기 전에 내게 그 이유를 말해주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버그스터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몸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 막연했던 추측은, 확실히 나 혼자 남고 나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나만 멀쩡할 수가 없다.
나는 시체더미를 멍하니 보았다. 이제 아무 것도 작동하지 않는 세이토 병원의 어느 방에는 창문 사이로 하얀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분명 이 방도 용도가 있었을 텐데, 뭐 하는 곳이었는지 나도 슬슬 기억이 나지 않았다. 병이 진척이라도 된 것일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이 방의 용도가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나는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몸에 남긴 이야기를 최대한 전하고자 함이다. 이 시체들은 마지막으로 죽은 인간들의 것이다. 자신의 기억을 최대한 많이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러나 결국은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것이었다. 나는 웃었다. 살아있는 누군가가 본다면, 그 표정은 꽤 기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이럴 때 새삼 실감한다. 나는 혼자 살아남았다는 것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컴퓨터도 작동하지 않는다. 인류가 존재하지 않는 원시의 세계란 이렇게나 불편하다. 이런 이야기를 카르테용 종이에 적어내며 나는 흘끔 옆을 보았다. 거기에 너는 있었다. 눈을 감은 채로, 목만을 덩그러니 남겨둔 채로. 나는 너의 머리를 쓸었다. 생체 활동을 그만둔 지 꽤 된 몸이라 언제 부패되어 사라질지 모름에도, 신기하게도 모양은 그대로 갖고 있는.
에무. 에무. 그 이름을 속으로 몇 번 새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병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소중한 사람에 대한 것을 잊게 된다. 나 참. 이걸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 거지. 어쨌든 그를 보고 있자니 기억을 잃는 것부터 시작하는 이 병에 에무가 처음 감염되었을 때가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다.
“어라. 누구시더라.”
나를 보며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던 이는 어느 날부터 내가 누군지 떠오르지 않아 난처해했다. 그리고 그 뒤로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아마 나에 대한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보는 내 모습은 꽤 수상해 보였을 테니 경계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나를 잊은 그 날 에무는 그 땐 아직 살아 있었던 대선생도, 하나야 선생과 니코도, 뽀삐도 전부 잊었다. 그는 자신이 CR 소속으로 이 병의 치료를 맡고 있다는 것도 며칠 지나서는 잊고 말았다. 신기한 건 그가 죽기 직전까지 파라드만큼은 잊지 않고 있었다는 것인데, 아마 그건 파라드가 에무 자신의 버그스터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파라드가 그 자신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파라드가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꽤 오랫동안 병과 싸워 왔다. 자기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는 걸 파라드를 통해 알았던 그는 파라드를 통해서 자신의 기억의 파편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다른 이들이 먼저 영혼을 잃었다. CR의 인간이라고 할 이들이 나 말고는 존재하지 않을 동안에도 에무만큼은 살아 있었다. 에무는 최대한 병과 싸우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차라리 나도 병에 걸렸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파라드가 말해줬어요. 당신이 제게 꽤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그랬어?”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에무가 말했다. 그를 도와줄 의사나 간호사는 거의 없을 때였다.
“다 기억은 할 수 없어도, 파라드가 한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
에무는 힘없이 웃었다. 그 말이 기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너의 마음을 받는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내게는.
“저는 곧 죽을 거예요.”
그 뒤에 그는 말했다.
“오래 버텼잖아. 살 수 있어.”
“파라드가 기억을 알려줘도, 이제는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요.”
에무는 체념한 듯 말했다. 아니야. 난 네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았어. 하지만.
“제가 죽으면 파라드도 죽을까요?”
그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파라드에게 몸을 주겠다고 했는데, 계속 거부하고 있어요.”
파라드의 마음이 나는 신기하게도 이해가 됐다. 그는 에무가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파라드가 완전체가 되는 편이 나을 텐데.”
“…….”
파라드가 그걸 바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에무의 마음을 모르는 바도 아니어서, 나는 섣불리 어떤 말을 더할 수는 없었다.
“저. 부탁이 있어요.”
“뭔데.”
“파라드를 부탁해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마지막까지 네가 걱정하는 이는 정해져 있었다. 그 또한 너답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하릴없이 그 자리를 물러났다. 죽음을 예감한 이는 자기 자신과의 이별을 치르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나보다는 말이지.
그렇게 물러난 뒤 며칠 뒤 이 방에 여러 구의 시체가 쌓였다. 그 중에 그의 시체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그 날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파라드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던 건 아직도 병원 안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돌보고 있던 뽀삐 삐뽀빠뽀 정도였을 것이다.
“키리야.”
그 뒤로 며칠이 지나 뽀삐 삐뽀빠뽀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나는 곧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지킬 수 없었어. 인류를. 미안. 미안해.”
뽀삐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나는 어떠한 위로도 그녀에게 더해줄 수가 없었다. 내가 그 마지막 인류야. 그렇게 말해도 아마 지금은 크게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참 울던 뽀삐가 어디론가 사라졌을 때, 나는 썩지도 않고 한 더미로 쌓인 시체들을 보았다. 그러다 퍼뜩, 무언가를 깨달았다. 나는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던 시체 더미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 곳에 너도 있을 것이다. 네가 거기에 있을 텐데. 왜 나는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지. 인류였던 것들을 헤집으며 너를 찾는 나는, 분명히 누가 봐도 제 정신은 아니게 보였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아무도 없는 이 세계에 내가 제 정신이든 아니든 알 바인가. 나는 인간이던 것들을 뒤적거렸다. 지금의 내게 과연 감찰의 자격이나 있을까.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나 무념 같은 것은 전혀 생각지도 않는, 지금의 내가 의사이기는 한 것일까. 무언가에 홀린 듯 한참을 뒤지던 나는 결국 너, 호죠 에무를 찾아냈다. 너는 눈을 감고 있었다. 행복한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 얼굴은 깨끗하면서도 내가 알던 이가 틀림없었다. 나는 그를 끄집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시체 더미에 끼어 있었다. 있는 힘껏 빼내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내 힘을 쏟았다. 지나치게 힘을 준 것인지 투둑 소리가 났다. 근섬유가 떨어지고, 곧 뼈가 해체되었다. 너는 목만으로 나의 품에 안겨 있었다. 너를 안고 있던 나는 곧 사태를 깨닫고 멀어졌다. 으아악. 하고 언제 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소리를 오랜만에 냈던 것 같다. 에무는 데구르르 굴러가고 있었다. 나는 곧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지르며 그를 찾으러 갔다. 그를 얼른 주워든 나는 먼지라도 묻었을 세랴 그의 얼굴을 손으로 탁탁 털었다. 그는 여전히 잠든 채였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 채로. 그러나 그 얼굴을 본 나는 안도했다.
그래. 에무. 너는 몰라도 돼. 지금 내가 얼마나 추한지. 눈을 감고만 있으면 돼. 나의 운명 같은 건 보지 마.
다시 지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내 옆에 있는 에무를 쓰다듬었다. 분명히 생체 활동이 정지했을 것임에도, 썩어 문드러지지 않은 육체는 그것이 그라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몇 가지 문장을 적었다. 이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내가 적고 있는 것은 결국 어떤 의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환자의 미소를 되찾겠다고 하던,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데에 성공한 어떤 인물의 이야기.
“레이저.”
그런 내 뒤에, 파라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나는 흠칫 놀랐다.
“파라드?”
힘겹게 나온 목소리. 파라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에무를 놓아줘.”
그 뒤 들린 말에 나는 놀랐다. 의문스러웠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지?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에무를 놓아줘.”
“이미 죽은 녀석을 무슨 수로 놓아주라는 거야.”
나도 모르게 에무를 끌어안고 나는 말했다. 파라드는 손가락을 들었다. 그의 검지 끝은 내가 안고 있는 에무를 가리키고 있었다.
“인류는 죽지 않았어.”
그 뒤에 파라드는 건조하게 말했다.
“영혼이 데이터화해서 사라진 게 아니야.”
“…….”
나는 그의 말에 놀랐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내가 본 것들은 뭐란 말인가. 뇌사한 것처럼 그저 숨만 쉬다, 며칠 뒤에는 그 활동조차 멈춘 것이 죽음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이지?
“단지 잠들었을 뿐이야.”
파라드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레이저. 돌아가자.”
“어디로?”
“우리 모두가 살아 있는 곳으로.”
살아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그 에무를 돌려줘.”
파라드는 재차 손을 내밀었다. 나는 내가 안고 있는 에무를 보았다. 평온하게 잠든 이 에무는 지금의 나를 살게 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너의 싸움을 기억하기 때문에 나는 죽을 수 없었다. 더 이상 너를, 내가 살길 바라는 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네가 에무를 놓아주지 않으면, 이 꿈은 끝나지 않아.”
“……꿈?”
“넌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영문을 모르겠다. 나는 파라드를 바라보기만 했다. 물론, 에무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지금의 그는 나의…….
“괜찮아요. 키리야 씨.”
그 때, 내 품 안의 에무가 말했다.
“정말로 괜찮으니까.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에무?”
“파라드를 믿어요. 저를 믿어요. 키리야 씨.”
목만 있는 너는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그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네가 이 병에 걸린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얼마 만에 너를 보는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손은 떨리고 있었다. 나는 또 오랜만에 울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내가 이 상황에서 계속 너를 놓지 못했던 것은. 네 머리나마 손에 넣고 싶었던 이유는.
인류가 나만 남았다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조차.
나는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것이다. 너의 그 미소를.
나는 에무의 머리를 파라드에게 내밀었다. 파라드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러자 파라드가 든 에무의 머리 밑으로 조금씩 육체가 생기고 있었다. 이윽고 그것은 온전한 호죠 에무의 모습이 되었다. 에무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돌아가요, 키리야 씨. 이 악몽을 끝내야죠.”
나는 그 손을 망설임 없이 잡았다.
“헉!”
다시 눈을 뜨니, 나는 CR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잔뜩 걱정한 듯한 에무의 검은 눈이었다.
“아앗, 키리야 씨! 드디어 돌아왔군요.”
에무는 안심한 듯 숨을 크게 쉬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어째 몸에 감각이 금방 돌아오지 않는 것도 같고.
“정말, 키리야 씨. 또 저 없는 동안에 무모한 짓이나 하고.”
“에무. 지금 대체…….”
“백신 테스트를 자기 몸으로 하는 의사가 어디 있어요?”
에무는 내가 눈을 뜨자마자 나무라기에 바빴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에무뿐만이 아니라 다른 CR의 사람들도, 모두 살아 있었다. 나는 내 볼을 살짝 꼬집어보았다. 아프다. 그 때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꽤 기나긴 악몽을 꾸고 있었음을.
“아니, 그렇지만…….”
“부작용이 악몽을 꾼다 정도여서 다행이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
이제야 기억이 났다. 나는 얼마 전에 새로 발견한 버그스터 바이러스의 성분을 바탕으로 백신의 신약 테스트를 진행했다. 버그스터 상태에서 리프로그래밍을 통해 원래 몸으로 돌아온 나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버그스터 바이러스의 잔재 테스트를 위해서 일단 내 몸으로 실행해 본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꽤 큰 부작용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나를 에무와 파라드가 구하러 와 줬던 것이겠지. 그나저나 악몽이 세계 멸망인 데다가 에무가 나를 잊는 꿈이라니. 지극히도 끔찍한 꿈이다. 내가 싫어하는 걸 무의식이 재현해 낸 건가?
“미안.”
나는 곧바로 사과했다. 에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싸움 이후 인간으로 다시 살아났을 때 결심했던 것이 있었다. 더 이상은, 에무를 그런 일로 괴롭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 벌써 그것이 깨져 버렸으니 할 말이 있을 턱이 있나.
“파라드랑 같이 구하러 왔던 거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머쓱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에무는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으음. 파라드가 구하러 간 건 맞아요. 키리야 씨의 의식 데이터가 잠시 다른 세계에 있다고 그랬거든요. 하지만 제가 가지는 못했을 텐데요.”
“그래?”
“맞아. 나 혼자서 레이저 데이터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곧 에무 옆에 뿅 모습을 드러낸 파라드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꿈 속에서 손을 내민 파라드는, 진짜 파라드가 나를 찾아온 것일 테다. 나는 그를 보고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그것 참 고생했네. 고맙다, 파라드.”
고마움을 표시하자 파라드는 어깨를 으쓱한다. 할 일을 했다고 말하고 그는 에무의 안으로 쑥 사라져 버렸다. 뭐, 이래저래 둘에게 은혜를 입은 건 맞는 것 같다. 내게 손을 내밀었던 파라드. 어쩌면 꿈속에서 내게 말했던 그 에무는 파라드가 전해준 에무의 마음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게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람. 내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보다도 나는 이 세계에 돌아온 것이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이니까.
그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에무.
그 말을 밖으로 꺼낼 일은 없겠지만 나는 안도했다.
후기
멘탈이 좋지 않아 계속 제대로 된 원고를 못 했습니다.
배포본이나마 낼 수 있어 다행입니다.
본 책이 어떻게 될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제 뇌 속의 ‘키리야는 정말로 에무를 사랑’을 구현해보려고 쓴 글입니다.
망하는 뇌가 합쳐져 기묘한 악몽이 탄생했습니다.
도저히 팔 만한 물건은 아닌 듯 해 배포합니다.
트릴로지를 보고 나서 원고를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걸 보지 않았다면 또 다시 흑역사가 나올 뻔했기에......
재밌게 보셨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또 뵐 수 있기를.
Kamen Rider Ex-Aid Fan Book
Hojo Emu + Kujo Kiriya
Not For Sale
Written by KIM K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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