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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우] 이방인
    가면라이더/Drive 2016. 8. 15. 23:07



    쩜오 어워드에 나왔던 신고우 엔솔로지의 축전으로 드렸던 글입니다.

    A5 2페이지... 우사니에겐 너무나 빡센 조건이었습니다 밟느라 넘 힘들어줬네요.

    진짜 그 안에 내용다운 내용을 넣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쓰는 건 그래도 금방 썼던 기억이 있네요.

    저는 고우의 짝사랑 아주 사랑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망합니다. 2페이지 안에 망했네요. (미침


    엔솔은 많이 파셨겠지 (이럼) 아무튼 대체적으로 좋은 책이니 재밌게 보셨기를 바랍니다.





    --


     “고우는 역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나 영화 안 본지 엄청 오래 됐걸랑. 오랜만에 재밌는 걸 봤네. 그것도 신 형님과 함께.”


     복작복작한 영화관을 나오며, 시지마 고우는 제 옆에 선 토마리 신노스케의 등을 탁 친다. 신노스케를 올려다보며 활짝 웃는 고우를 보며, 신노스케는 질 수 없다는 듯 씨익 웃으며 고우의 등을 퍽 쳤다. 신 형님 손 은근히 아프다고~! 고우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게 누가 형님 등을 그렇게 팍팍 치라 했냐고. 뭐, 고우가 재미있었으면 됐어. 나도 오랜만에 스트레스 좀 푼 것 같고 말이야.”


     다른 사람에게 닿지 않도록 신노스케는 슉슉 주먹을 지르는 흉내를 낸다. 아까 보았던 영화 주인공의 액션이다. 그렇게 재미있나. 고우는 남은 팝콘을 와작 씹으면서 신노스케를 물끄러미 보았다. 액션 영화 같은 삶은 거의 매일 살고 있는 주제에, 신기하게도 액션 영화가 좋단다. 사실 고우는 영화 장르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애초에 즐겨 보는 것도 손에 꼽고, 영화를 즐겨 볼 정도로 여유로운 삶을 살아본 적도 요 근래 없다. 물론 신노스케에게 비번 날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한 것은 고우 자신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어디까지나 핑계. 그래서 장르도 대충 무난한 액션 영화로 부른 것이었다. 그게 뜻밖에도 신노스케에게 스트라이크 존이었던 것일 뿐.


     영화의 줄거리는 별 것 없었다. 무료한 삶을 살고 있던 형사가 어느 커다란 사건에 휘말린다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 하필 수사 영화였던 게 문제였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고우는 뒤늦게 생각한다. 하여튼 못 말리는 인사다. 그냥 경찰을 할 수밖에 없는.


     그는 고우의 누나인 키리코의 선배이며, 특상과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면라이더이다. 원래는 수사 1과의 형사였다 하고, 지금은 고우 자신과 함께 기계생명체, 로이뮤드를 쓰러뜨리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고우 자신이 그를 시험하기 위해 열심히 도발했지만, 그 끝에서 신노스케는 고우에게 말했다. “너의 브레이크가 되어 줄게.”


     그 말은 계속 곁에 있어준다는 뜻일까. 당시에는 ‘잘 따라와야 할 거야.’ 정도로만 대꾸했지만 곧 고우는 깨달았다. 자신이 그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영화를 보자 한 것도 그 연속이었다. 스스로 막을 새도 없이 마음의 그릇에서 넘쳐흐르는 잔해들을 어떻게든 처리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아직 그 잔해들은 신노스케의 얼굴을 보는 정도로 어떻게든 정리할 수 있었다.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차피 신노스케는 처음부터 온전한 고우의 것이 될 수는 없었다. 고우가 가장 사랑하는 누나가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고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자리가 그 곳에 없음을.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 옆에 앉아 보고 싶었다. 그 자리가 제 것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영화였다. 그의 ‘옆 자리’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었다. 영화에 제대로 집중했을 리가 없다. 제 옆에서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신노스케의 얼굴만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계속 고우는 다른 이를 생각했다. 그 얼굴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 욕심은 부려도 되는 거잖아. 그렇지? 누나.


     “신 형님.”

     “응?”


     감상에 빠져 있던 신노스케를 고우가 불러 세웠다.


     “다음에도 또 같이 봐도 될까?”

     “당연하지. 고우가 보자고 한다면 언제든 환영이야.”


     활짝 웃는 신노스케를 보았다. 글세. 그 다음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신 형님. 고우는 내심 그렇게 말하며 다음 장소로 가자고 그를 이끌어, 영화관 밖으로 빠져나갔다. 남은 시간은 어차피 얼마 없다. 그 잠깐이라도 꿈을 꾸고 싶었다.


     어차피 이방인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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