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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우주 - 2. 침잠(沈潛)
    가면라이더/4z 2018. 11. 5. 23:48


    1. 존재(存在) - http://libracollection.tistory.com/339
    2. 침잠(沈潛) - 현재 페이지
    3. 재생(再生) - http://libracollection.tistory.com/341
    4. 각성(覺醒) - http://libracollection.tistory.com/342




    2. 침잠(沈潛)
    어둡고 깊은 수렁 속으로



     6


     어영부영 며칠이 또 지나갔다. 하야미는 혼란스러웠지만, 그 동안 마냥 놀지만도 않았다. 그의 손에는 새로운 종이 뭉치들이 쥐어져 있었다. 그 와중에도 새 논문은 다시 만들어졌다. 초안에 불과한 레벨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시 검토는 필요할 것이다. 하야미는 새로이 만들어진 그것을 들고 오늘의 목적지로 향했다. 지도교수의 검토를 위해서라면 목적지는 단 하나일 것이다.

     시오자와 교수의 연구실 앞은 조용했다. 물론 연구실은 보통 조용한 편이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고요했다. 하야미는 그의 연구실의 문을 두드렸다. 평소였다면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릴 법도 하건만, 반응은 없었다. 안에 불은 켜져 있었다. 화장실에라도 간 것일까. 하야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역시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죽을 듯이 무거운 공기를 뚫고 하야미는 안으로 들어갔다. 곧 돌아올 외출인 것 같기에 그 안에서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자리에 앉으려던 하야미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켜진 채 있는 모니터 안에 있는 어느 문서였다. 이걸 작성하다 나간 모양이었다. 하야미는 별 생각 없이 그 문서를 슥 보았다. 만일 그것이 보통 문서였다면 아마도 그것으로 그의 모든 행위는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문서는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이건...."

     하야미는 이를 악물었다. 그것은 따분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기각당한 그의 또 다른 논문이었다. 따분하다. 다른 주제를 써라. 그런 허울 좋은 말로 자신의 논문을 기각시킨 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것마냥 훔쳐 쓰고 있었던 것이다. 하야미가 알던 시오자와 교수의 이미지가 무너져가는 것이 보였다. 그는 누구인가. 이 문서를 쓰던 것이 정말로 그인가. 차라리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하야미의 머리는 분명히 그의 짓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 컴퓨터는 교수 전용 컴퓨터이다. 더군다나 그는 전적도 있다. 더 이상 이도 저도 할 것 없다. 그는 자신의 논문을 베낀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릴 수만 있다면 그는 완벽하게 실각당할 것이다. 하야미는 몸을 떨었다.

     그러나. 무슨 수로 알려야 하는가?

     "하야미 군인가."

     그런 하야미의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라도 해주려는 듯 마침 시오자와 교수가 나타났다. 하야미는 당황하며 그에게 인사했다. 시오자와 교수는 하야미를 잠시 쳐다보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새 논문은 썼나?"

     그는 뻔뻔스레도 그렇게 물어왔다. 하야미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그런 식으로 또 자신의 논문을 빼앗을 생각일 것일까? 하야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그래? 그게 아닌데 날 찾아왔단 말인가? 놀랍군."

     물론 하야미의 짐 속에는 새 논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야미의 의심이 확신이 된 지금, 그는 이것을 시오자와 교수 앞에 내놓고 싶지 않아졌다. 분명히 또 빼앗기고 말 것이다. 하야미가 그의 표절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이런 식의 반복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자신이 어떤 것을 내놓더라도 통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순간, 그는 버림받을 것이다. 아무 것도 남지 못한 채로. 하야미는 이미 그 과정을 지나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인간을 싫어하는 인간이었다. 인간을 혐오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그는 자신의 능력만을 갈고 닦았다. 그 능력 앞에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한때에는 그들을 믿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야미의 능력이지 하야미가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버림받았다 느낀 것도 벌써 수어 번. 그것이 싫어 사람을 멀리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이 꼴이라니.'

     하야미는 갑자기 왈칵 뭔가가 솟음을 느꼈다.

     "논문에 대해 조금... 조언을 얻고 싶어 왔습니다만 바빠 보이시는군요."
     "아니, 괜찮네만."
     "아니오. 교수님 방해를 할 수는 없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만 던진 채, 하야미는 연구실을 나갔다. 그런 하야미의 뒷모습을 시오자와 교수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야미의 발걸음은 이전에 갔던 실습실로 향해 있었다. 사실 이전부터 그 실습실은 하야미가 제일 좋아하는 곳 중 하나였다. 구석에 있기에 수업을 제외하면 잘 오지 않는 곳. 역으로 말하면 그가 마음껏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과도 같다.    

     "젠장!!!!"

     실습실에 들어서자마자 하야미는 제 앞에 있는 책상을 쾅 쳤다. 손이 얼얼했건만, 그는 그 아픔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야미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 자네는 능력이 좋으나 힘이 부족하지.

     그 때 머릿속에 마치 구원처럼 그 목소리가 떠올랐다.

     - 그래서 자네가 논문을 빼앗긴 것이네.

     '젠장!'

     - …힘을 자네에게 줄 수 있네.

     힘이 필요하다. 하야미는 그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대로는 능력마저 빼앗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것은 하야미가 인간을 미워하게 된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랬다. 자신은 힘이 없었다. 그랬기에 모두가 자신을 미워했던 것이다. 

     힘이 필요했다.

     "원한다면, 주겠네." 

     그 생각을 함과 동시에 그 목소리 또한 들려왔다. 머릿속의 환청이 아닌, 실제 목소리로.

     "자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는 웃었다.

     "이것을 받게."

     그는 다시 그 스위치를 내밀었다. 이번의 하야미는 망설이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 소중한 것을 쥔 양 제 품에 안았다. 하야미의 그 얼굴이 그는 썩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자네를 위해 설명해주지. 이것은 무한한 우주의 힘이네. 자네를 더욱 강하게 해줄 미지의 힘이라네. 이것이 자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지. 즉 어느 정도의 위험성은 가지고 있지. 하지만 그만큼 신비로운 힘인 것이야."

     위험 부담이라는 말에 잠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하야미였다. 하지만 곧 그는 생각을 고쳤다. 이 위험은 힘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의식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었기에. 하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드는 눈빛이군."

     그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자네라면 이것을 잘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가, 감사합니다."

     하야미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에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뭐, 내게 감사할 것은 없네. 나는 이 힘을 사용할 자가 조금 더 많이 필요한 것 뿐이니까 말이지."

     그리고 어둑하던 실습실의 불이 켜졌다. 환하게 켜진 실습실의 문 앞에는 하야미가 보기에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그러니 잘 부탁하네. 하야미 군."

     하야미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네. 가모우 교수님."

     그 순간 하야미는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그리고 가모우가 떠난 그 자리에, 하야미는 가만히 서 있었다. 가만히 서서 가모우에게서 방금 받은 스위치를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듯한 묘한 감각이 있었다. 이것이 힘의 감각인 것일까. 하야미의 가슴이 뛰고 있었다. 검은 몸체에 붉은 스위치. 가모우가 준 그것은 상당히 정교한 물건이었다, 이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진 것일까. 하야미는 이리저리 들여다보았지만 그의 눈으로는 원리조차 짐작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하야미는 그것을 살짝 눌렀다. 스위치가 눌리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자신을 덮는 느낌이 났다. 하야미는 자기도 모르게 실습실 벽에 있던 거울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그는 깜짝 놀라 주저앉았다. 저것이 누구인가. 저 거울 앞에 보이는 자신은 정말로 자신이 맞는 것인가. 

     "너는 누구지?"

     저도 모르게 하야미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거울에 비춰진 괴물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하야미는 그 때가 되어서야 그것이 자신임을 인정해야 했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차분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붉은 빛과 황금빛을 안고 있는 화려한 왕관 장식을 지닌 머리가 먼저 눈에 띄었고, 그 아래로 화려한 색색의 보석이 온 몸에 장식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주체할 줄을 모르고 눈부시게 빛이 났다. 그나저나 변하기는 했지만 이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야미는 가모우에게서 그 사실은 듣지 못하였다. 그는 결국 스위치를 다시 눌렀다. 색색으로 빛나던 제 몸은 다시 원래대로, 추레하고 수수한 하야미 코우헤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것이 그가 의미한 힘인 것일까. 하야미는 그 의미를 아직 명확하게는 알지 못하였다.






     7


     "힘을 아직 해방하지 못하였군."

     어영부영 또 며칠이 지난 뒤, 하야미는 우연히 가모우를 만났다. 가을이 지나고 이윽고 곧 겨울이다. 쌀쌀한 교토 대학의 광장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서 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야미는 우물쭈물 말했다. 아직도 그는 가모우 앞에 서면 긴장하고는 했다.

     "그럴 만도 하지. 이것이 눈을 뜨려면, 자네가 이것을 갈구할 만한 강력한 동기가 있어야 하니."

     가모우는 하야미의 가슴을 가볍게 툭 쳤다.

     "자네의 별자리는 왕관자리로군."

     가모우가 뒤이어 말했다.

     "왕관이라는 것은 그 존재 자체로 화려한 물건이지. 왕을, 그리고 그 자신을 빛나게 만드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아."

     하야미는 그의 말을 불안한 얼굴로 듣고 있었다.

     "자네가 동경한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군."
     "저조차 모르는 것을...."

     하야미는 쓸쓸히 웃었다.

     "조디아츠 스위치는 사용자의 감정에 반응하는 물건이네. 별자리 자체는 숙명일지도 모르지만, 그 모습과 형태. 모든 것은 사용자의 감정을 코즈믹 에너지로 형성화시킨 것이야. 즉, 자네가 변한 모습은 자네의 감정 그 자체."

     가모우는 다시 하야미의 가슴을 가리켰다.

     "그리고 자네가 가장 바라던 것이네."
     "제가... 바라던 것...."
     "빛은 완전하지. 스스로 빛나며 아름답지. 자네가 동경한 것은 완전함. 아닌가?"

     가모우가 넌지시 묻자, 하야미는 난감한 듯 웃었다. 그는 참으로 솔직한 인간이었다. 아직도 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먼저 가보겠습니다. 충고, 감사드립니다."

     하야미는 가모우에게 인사한 뒤,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니, 도망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정말로 지금은 그에게 완전히 알몸을 내보인 듯한 기분이었으니까.

     그런 하야미의 뒷모습을 가모우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야미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왕관은, 왕의 긍지로서 빛나는 법이지. 절대로 스스로는 빛나지 않아. 뭐, 아무렴 어떠한가. 그대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것인데."





     완전함. 가모우의 그 목소리가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난 하야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단어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여태 하야미가 막연하게만 느껴왔던 것에 대해 가장 완벽한 해답을 내려주고 있었으니까. 완전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완전했다. 가모우와 마주치고 있을 당시에는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기에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지만, 걸음을 더하면 더 할수록 하야미는 가슴 속에서 확신이 생겨남을 느끼고 있었다. 그 확신은 이윽고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었다. 하야미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자신이 가진 이 힘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하야미 코우헤이는 변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또 다른 자신으로. 그것이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길인지도 모르는 채.

     “어라. 수석 나리 아냐?”

     앞으로 해야 할 일 생각에 고양되어 있던 하야미의 흐름을 방해하는 이가 있었다. 예의 그 무리 다섯. 하야미는 얼굴을 찌푸렸다.

     “오, 웬일이야. 찌푸릴 줄도 알고. 평소에는 쭈구리처럼 말도 안 하더니.”

     한 사람이 그리 말하자 다른 이들이 같이 낄낄거렸다. 하야미는 이들에게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지금 자신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인간 쓰레기들에게 투자할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야미의 바람이 쉽게 이루어질 분위기는 아니었다.

     “비켜 주지.”

     하야미는 어렵게 말했다. 이걸 말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몇 번을 확인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하야미의 속도 모르는 채, 그들은 코웃음쳤다.

     “싫은데? 우린 너랑 좀 얘길 하고 싶거든.”
     “할 이야기 없어.”

     하야미는 다음 말을 꺼냈다.

     “우린 있는데 어쩌나?”

     하야미 나름의 발악은 안타깝게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 무리들이 하야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야미는 답답함을 느꼈다. 지금 당장에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아니, 벗어나야 했다. 해야만 할 일이 있다.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안 그래도 곧 시험이잖아? 네 도움을 꼭 받고 싶어서.”
     “거절했을 텐데. 비켜.” 

     하야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하야미에게는 그들과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피곤하고 힘든 작업이었다. 사람과 말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고, 익숙해지지도 않았던 데다가 그들과 있을 때는 항상 소모적이게 되었다.  즉 그는 지금 스트레스 폭발 직전인 상황이었다. 당장에라도 이 앞의 인간들을 치워버리고 싶다는 생각만이 하야미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필기만 보여주면. 나도 공부는 해야겠지 않겠냐.”
     “비키라고 했다!!”

     결국 폭발하고 만 하야미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순간 들린 큰 소리에 움찔 놀라다가도 그들은 평소의 하야미일 것이라 생각하고서 말을 이었다.

     “이봐. 이봐.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해. 필기만 보여 달라고 말을 하는데 그래버리면 우리가 놀라잖아?”

     그 때 하야미는 제 주머니에 있던 물건에 생각이 미쳤다. 아아, 그랬다. 자신은 이미 이 상황을 종결시킬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놓고 여태껏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바보가 아닌가. 하야미는 속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꼭 쥐었다. 검은 스위치. 하야미는 조심스레 그것을 제 주머니 안에서 꺼내들었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비켜.”
     “거 말이 되게 안 통하네. 너는 비키라는 말밖에 모르냐?”

     그 무리가 하야미에게 다가온다. 하야미는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알았다. 붉은 버튼을 눌렀다. 강력한 힘이 제 몸으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화려한 조디아츠의 모습이 된 하야미 앞에, 힘 앞에 쓰러진 무리들이 보였다. 겁에 질린 얼굴. 하야미는 만족했다. 아아. 그래. 물러나. 내게서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 그들은 필사적으로 하야미에게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하야미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이제야 비켜주네. 진작 말을 듣지.”
     “으, 으아…….”

     다리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을 보며 하야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했다. 이대로 비켜줬으니 얌전히 갈까. 하지만 과연 이 모습을 보았다 해도 그들이 얌전히 자신에게 길을 비켜 주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래. 아예 영원히 비키도록 하자. 

     그에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들과 하야미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야미는 손을 뻗어 한 사람을 잡았다. 가장 앞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이였다. 하야미는 벌레를 잡듯 그를 들어올렸다. 그의 몸이 힘없이 끌려 올라왔다. 공포에 질린 그의 얼굴이 하야미의 눈에 보였다. 

     “사, 살려줘. 잘못했으니까.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제발…….”

     하야미는 그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너, 너무 시끄러워.”
     “살려줘. 뭐든 할 테니까. 제발.”

     하야미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제 손으로 그의 목을 꺾어버렸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그의 명줄은 끊어지고 말았다. 하야미는 사람이었던 것을 던져버렸다. 힘없이 나동그라지는, 한 때에는 인간이었던 것을 보며 도망치지도 못한 나머지 사람들이 주저앉은 채 겁에 질린 얼굴로 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자신들은 살 수 없다는 체념 같은 것이 보였다. 틀린 것은 아니네. 하야미는 생각했다.

     “너희들은 어때? 생각 같아선 살려주고 싶지만.” 

     그 말에 긴장하던 이들의 얼굴에 힘이 빠졌다.

     “역시 안 되겠네. 같이 쉬어.”

     그 말과 동시에 하야미는 손에서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내었다. 폭발음과 함께 몇 개의 비명소리가 함께 들렸다. 그리고 곧 조용해졌다. 무리들을 순식간에 침묵시킨 하야미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용하다.”

     이제야 조용해졌다. 세상이 고요로 잠긴 느낌이 들었다. 하야미는 다시 버튼을 눌러, 제 모습을 되찾았다. 제 발 앞에 쓰러진, 아까까지는 사람이었던 존재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얼굴을 보니 공포에 질린 그대로였다. 하야미는 피식 웃었다. 그들은 대가를 받은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대가. 바쁜 자신의 길을 막은 대가를 말이다.

     하야미는 유유히, 생명이 사라진 그 자리를 떠났다. 





     8


     “그거 알아? 살인사건이래.”
     “본 사람이 없다지 뭐야.”
     “학교 안에서 대놓고 죽었는데 원인 불명이라는 게 말이 돼?”

     그 다음날 교토 대학은 그 전날에 발견된 원인 불명의 시체 다섯 구에 대한 이야기 뿐이었다. 원인 불명이니. 목격자가 없느니. 그 덕분에 매스컴에도 화려하게 진출하게 된 셈인지라 모두 흥분하고 있었다. 상당히 흉악한 사건인데도 어떤 수단으로 죽게 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 사람들의 흥미와 두려움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모든 강의실마다 그 이야기뿐이다. 그 안에 있던 하야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는 관심 없는 이야기였다. 혹은 굳이 그것에 관련해 쓸데없는 추측 같은 것은 듣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나을까. 하야미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원인을 모르기에 시끄러운 것이지, 원인은 지극히 간단했다. 자신의 힘 때문. 하야미는 그것이 부르는 잡음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제 앞에서 가장 크게 그 문제의 ‘잡음’을 내는 여자에게 향해 있었다. 그런 하야미의 시선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던 그 여자는 휴식 시간에는 물론이요, 교수가 강의를 하는 와중에도 아랑곳 않고 떠들고 있었다. 하야미는 불쾌했다. 지금 당장에라도 눈 앞에 있는 여자를 조용히 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야미는 제 안에서 끓는 감정을 가만히 두고 있었다. 평소라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참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참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힘이 있었다. 힘이 있다면, 더 이상 앓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가진 힘으로 그 여자를 조용하게만 만들면 되는 것이다.

     하야미는 그 생각대로 행동했다. 여자가 일행과 따로 떨어지기를, 그리고 주변에 자신을 보는 이가 없기를 바랐다. 그 때는 생각 외로 금방 왔다. 여자는 아무도 없는 건물 앞에 있었다. 하야미에게 주어진 그 한 순간. 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스위치를 눌렀다. 이제는 완전한 자신이 된 그 괴물의 형태로, 하야미는 주변을 시끄럽게 하던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뒤에 위협이 다가오는지도 모르던 그 여자의 목을 부러뜨렸다. 그녀는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축 늘어졌다. 됐다. 꽥꽥거리던 그 목소리를 망가뜨렸으니 이제 조용해질 것이다. 하야미는 사람이었던 그것을 던졌다. 이제는 그 자리를 빠져나오기만 하면 되었다. 사람을 침묵하게 만든다는 것은 이렇게나 간단한 일이었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하야미는 유유하게 그 건물 근처를 빠져나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하야미 군?”

     하야미의 뒤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섬뜩하면서도 끔찍한, 하지만 하야미의 내면이 가장 바라온 목소리였다.

     “하야미 군이지? 자네.”

     그 목소리는 시오자와 교수의 것이었다. 하야미는 뒤를 돌아 그를 보았다. 하야미가 마주한 시오자와는 이전에 알던 그와는 다른 얼굴이었다. 조금은 거만한 표정이 있던 얼굴이 지독한 경악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야미는 그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마침 근처에 있던 건물은 그의 연구실이 있던 곳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여기서 뵙게 되는군요. 시오자와 교수님. 이런 곳에서 뵐 줄은 몰랐는데 말입니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 하야미의 속이 끓어올랐다. 잠시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그가 이 힘을 가진 이유. 그에게 이 힘이 필요했던 이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앞에 있었다. 당장에라도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있었다. 이제 하야미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모든 것을 빼앗기는 그가 아니었다. 하야미는 시오자와 교수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이마에 일그러진 주름이 초라해 보였다.

     “자네였나? 이 난리를 친 게?”

     시오자와 교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겁에 질린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네.”

     하야미는 단호하게, 하지만 희열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오자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건가.” 

     시오자와의 마른 입술이 공포에 덜덜 떨리는 것이 보였다.

     “뭐가 불만이라 이 난리를 낸 건가? 어??"

     그는 밀려오는 공포 속에서 어떻게든 이성을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힘겨운 얼굴을 하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시오자와를 보니 하야미는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시오자와는 인정하려 하지 않겠지만, 하야미에게 이것은 명백한 입장 역전이었다. 처음으로 그가 누군가보다 우위에 서 있었다. 단 한 번도 올라간 적이 없는 자리에 있었다. 이는 말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지금껏 그를 업신여겨온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보며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는 분명 그 힘 때문이었다.

     - 자네는 능력이 좋으나 힘이 부족하지.

     구원과도 같던 그 목소리를, 하야미는 다시 떠올렸다.

     - …수 있네.
     - 절대적인 힘을, 자네에게 줄 수 있네.

     절대적인 힘. 그랬다. 이것은 절대적인 힘이었다. 상성 우위를 뒤집을 수도 있는, 그래서 원하는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 하야미에게는 이제 힘이 있었다. 힘이 없어, 모든 것을 빼앗기던 그는 정말로 사라진 것이다. 하야미는 확신했다. 하야미는 떨고 있던 시오자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저명하신 교수님이, 제자가 이러는 이유를 모른다고 하지는 않으시겠지요?”
     “모, 몰라! 나는 모르는 일이야!”

     시오자와는 필사적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하야미는 피식 웃었다.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모른다고?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하야미는 이를 악물었다.

     “이전에도 말했지요. 당신이 발표한 논문. 그것은 처음부터 제 것이었다는 걸 교수님은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 그건.”
     “교수님은 말씀하셨지요. 그런 의혹을 제기할 것이라면,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지만 그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또 보고 말았거든요. 당신이 따분하다고 기각시킨 제 논문. 그것을 또 교수님의 사용하고 계셨다는 것을. 그건 발표하셨습니까? 어떻던가요. 학계의 반응이 아주 뜨겁던가요?”

     “그 때였나. 그랬던 거로군!”

     시오자와는 뒤늦게 이전의 상황을 깨달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늦은, 의미 없는 깨달음이었다. 하야미는 한 걸음. 시오자와 교수에게 다가갔다.

     “안타깝지만 교수님, 저는 제 것에 대해, 당신에게 허락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라스트 원. 손 안에 있던 스위치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를 구원해준 그 목소리와 함께 스위치의 형태가 바뀌었다. 하야미는 그것을 보았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것을 누르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것을 하야미는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스위치를 꽉 쥐고, 그는 시오자와 교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것은 당신에의 복수입니다, 교수님.”
     “하, 하야미 군. 용서해 주게. 그건 내 실수였어. 다시는……!”

     뒤늦은 사과. 하지만 그것은 그저 자신의 힘에 굴복했기 때문임을 하야미는 알고 있었다. 이런 인간일수록 자신의 힘을 뼈저리게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하야미는 최후의 한 마디를 더했다.

     “부디, 편안한 죽음이 되기를.”

     그 말과 동시에 그는 스위치를 눌렀다. 스위치의 힘이 이전과는 다르게 하야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하야미의 몸이 변한다. 그리고 하야미는 동시에  제 몸 옆으로 쓰러지는 과거의 자신의 몸을 보았다. 아, 나는 이렇게 생겼던가. 처음 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하야미는 씁쓸히 웃었다. 하지만 이렇게 감상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시오자와 교수는 하야미의 모습을 보고는 본격적으로 겁에 질린 듯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려 했다. 이 소리가 누군가에게 들리기라도 하다면 정말로 위험해진다. 하야미는 망설이지 않았다. 새로운 자신이 쥐고 있던 지팡이. 하야미는 그것을 그대로 시오자와의 등을 향해 던졌다. 순식간에 시오자와의 등을 그의 지팡이가 뚫었다. 단발마의 비명이 들렸다. 그것을 끝으로 시오자와는 하야미의 앞에 시체로 남았다. 그의 많은 것을 앗아간 이의 최후 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허무했다. 하야미는 제 지팡이를 뽑고, 시오자와 교수의 얼굴을 확인했다. 공포에 질린 그 얼굴이 그대로 시신이 되었다. 하야미는 그것을 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그의 가슴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끓어올랐다. 아무 것도 없었다. 성취감도 없었다. 괴로웠다. 기뻤다. 족쇄에서 해방되었다. 어떤 것인지도, 무엇인지도 모를 상념들이 하야미를 채우고 있었다. 

     전부 끝이 났다. 이제 아무도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들렸다. 차분하면서도 뚜렷한 구둣발 소리였다. 하야미는 긴장했다. 전부 끝이 났는데, 이대로 들킬 수는 없었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었다. 잔뜩 긴장한 채로, 하야미는 발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박수 소리가 들렸다. 짝짝하는 소리에 하야미는 놀랐다.

     “훌륭하네, 코로나.”

     박수 소리, 구두 소리. 그 모든 것의 주인은 하야미를 구원한 바로 그 목소리였다.

     “가모우 교수님.”
     “이제 자네도 그 힘을 사용할 줄 알게 되었군. 이렇게까지 시끄러울 줄은 몰랐지만 말이지.”
     “…….”

     가모우는 근처에 쓰러져 있던 시오자와의 모습을 슬쩍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과한 욕심은 좋지 않다고 내 분명 말을 했거늘. 화를 부른 건 자네의 욕심이야, 시오자와.”

     그의 모습을 보며 하야미는 이윽고 긴장하던 몸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새어 들어오는 고통에 하야미는 주저앉았다. 제 몸의 별자리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여태껏 본 적 없는 강렬한 것이었다.

     “크아아아아악!”

     하야미는 몸을 감쌌다. 그러다가 참지 못하고 바닥을 마구 긁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하야미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시오자와의 눈을 감겨주던 가모우는 그의 반응을 느끼고 깜짝 놀란 듯 하야미를 보고 있었다. 

     “설마.”

     가모우는 놀란 듯 보였다. 하야미는 그에게 이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밀려오는 고통을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죽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자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코로나. 자네는 거기서 죽어서는 안 되는 몸일세.”

     그런 하야미를 읽기라도 한 듯, 가모우는 차분히 말했다.

     “자네가 왜 시오자와를 벌해야 했는지 잘 떠올려 보게. 무엇을 위해서였나?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였나? 자네가 힘이 필요했던 이유, 그 모든 것을 떠올려 보게.”

     그 말에 하야미는 떠올렸다. 논문을 쓸 때의 자신. 논문을 빼앗긴 자신. 시오자와를 벌해야 했던 이유. 자신이 얻으려 했던 것. 물리학을 좋아했던 이유. 그 모든 것은 하나였다. 

     “우주…….”
     “우주?”
     “우주를, 찾고 싶었습니다.”

     가모우는 만족한 듯 웃었다.

     “그래. 자네는 이대로 여기서 죽을 텐가?”

     하야미는 고개를 저었다.

     “죽고 싶지 않습니다.”

     고통에 물드는 와중에도, 그는 말했다.

     “역시, 자네를 고른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군.”

     가모우는 여유롭게 하야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 고통이 곧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암시라도 하듯.

     “그렇다면 살아보게. 그 목숨.”

     그와 동시에, 하야미의 몸에 또 고통이 엄습했다. 복수를 전부 이룬 이후, 끝도 없는 허무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랬다. 자신은 결코 여기서 죽을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죽기 위해 산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죽으려고 절대적인 힘을 원했던 것이 아니다. 살아야 했다. 살기 위한 힘이었다. 죽은 듯 살지 않기 위한 힘이었다. 이 힘을 이대로 잃을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아아!!”

     고함과 동시에, 하야미의 몸이 빛났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몸에 새로운 별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 별은 빛을 내며, 그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었다. 화려한 코로나 조디아츠 때와는 다르다. 검은 몸체에 차분한 분위기.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옆에 쓰려져 있던 '자신'은 어느덧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방금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고통도 없었다.

     “이건…….”
     “축하하네. 하야미 군.”

     상황이 파악이 안 되던 하야미를 보며, 가모우는 여유롭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것은 명백한 축하를 위한 것이었다.

     “이제 자네도 어엿한 호로스콥스의 일원이 되었군.”

     가모우는 그렇게 말했지만, 하야미는 어리둥절한 채였다.  

     “호로스콥스라고 함은, 나의 이상에 따라 줄 열 두 별자리의 사도를 말함이네. 그 중 천칭자리 조디아츠, 리브라. 그것이 자네의 새 몸일세. 하야미 군.”
     “천칭…….”
     "천칭은 판단의 수단이지. 또한 자네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지. 자네가 그 힘을 잘 활용하리라고 믿고 있네. 리브라."

     갑자기 하야미의 가슴이 뛰었다. 이는 분명 신뢰를 받고 있음이라. 하야미는 처음으로 느끼는 이 감정이 낯설었다. 신뢰받고 있다. 여태껏 자신이 어느 특정한 누구에게 이런 기대를 받은 적이 있었던가. 이것은 어려운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설레는 감정이었다. 하야미는 제 왼손을 보았다. 쥐고 있던 스위치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붉은 색의 스위치. 그것을 눌러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 하야미는 가모우를 보았다. 가모우는 그런 그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말을 했다.

     “자네가 이렇게 훌륭하게 각성했으니, 이제 나는 자네에게 사명을 내릴 수 있게 되겠군.”
     “사명이라고 함은…….”
     “우선 이 자리를 떠나고 설명하지. 의심을 받을 수가 있으니 말이야.”

     가모우는 두 시체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하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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