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너에게 우주 - 4. 각성(覺醒)
    가면라이더/4z 2018. 11. 6. 00:20


    1. 존재(存在) - http://libracollection.tistory.com/339
    2. 침잠(沈潛) - http://libracollection.tistory.com/340
    3. 재생(再生) - http://libracollection.tistory.com/341
    4. 각성(覺醒) - 현재 페이지




    4. 각성(覺醒)
    주어진 미래, 미래를 주는




     13


     하야미가 아마노가와 학원 고등학교에 부임한 지도 어느새 3달이 지나 있었다. 2학기에 부임하기 시작해, 물리 선생으로서 자리 잡은 그는 생각 외로 굉장히 적응을 잘 하고 있었다. 이전보다 여유로워졌다고는 하지만 사실 조금 걱정했던 하야미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고, 가모우 역시 그런 그를 보며 ‘역시 자네라면 해낼 줄 알았어.’라고 했었다. 하야미는 기분이 좋았다. 이대로라면 괜찮다. 이렇게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믿음이, 어느덧 그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고 있었다.

     “더 홀이 갑자기 활성화가 되었다는군.”

     그러던 와중에, 어둡고 검은 그 방에서 가모우가 말했다.

     “분명 향후 6년 후까지는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고…….”

     하야미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주의 신비란 알 수 없는 것이지. 가끔씩은 이렇게 변덕을 부리기도 하는 것이 우주라는 게야.”

     가모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에서 하야미는 그 말의 뒤에 나올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씀은.”
     “자네가 나설 때가 되었다는 것이야. 리브라.”

     가모우가 하야미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이 붉게 빛나는 것을 하야미는 보았다. 그것은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마 활성화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은 하네만. 그동안 또 다른 별이 태어난다면, 그것 나름대로 재미있는 이치겠지.”
     “이사장님의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야미는 고개를 숙였다. 우주가 또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14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하야미는 오늘도 평범하게 수업이 끝이 난 뒤의 학교를 걷고 있었다. 하교 준비를 하는 학생들 사이로 걸어가면서 몇몇 여학생들의 인사를 받았다. 이미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젊고 잘생긴 물리 선생님으로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과거의 하야미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겠지만. 

     “하야미 선생님.”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었다. 선생님인가 생각했지만 그 목소리는 조금 앳된 것이었다. 하야미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자리에는 한 학생이 쭈뼛쭈뼛 서 있었다.

     “……소노다 군?”

     놀랍게도, 최근 하야미가 예의주시하던 학생 중 하나였다. 소노다 사리나, 2-A반. 얌전하며 또한 수업에도 착실한 편이라 하야미의 호감도를 높이 산 아이였다. 물론 하야미가 예의주시하던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죄송하지만, 혹시 오늘 시간 있으신가요?”

     소노다의 말투는 차분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하야미는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물론 그에게 시간은 있었다. 그는 그의 사명을 위해, 더 홀이 활성화되는 동안에는 일부러 이후 시간을 모두 비우고 있었다. 그 시간동안 새로운 조디아츠를 양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즉어떤 의미에서 그는 시간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소노다는 달랐다. 그는 하야미가 예의주시하던, 조디아츠 후보인 학생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위해 내줄 시간은 얼마든지 있음을 의미했다.

     “그럼요. 소노다 군의 부탁이라면 들어줘야지요. 상담?”
     “네. 그거.”

     소노다는 살짝 웃었다. 꽤나 예쁘장한 얼굴인지라, 그 잠깐의 웃음에도 매력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하야미는 여유롭게 웃었다.

     “그렇다면, 조금 있다 교무실로 오도록 하십시오.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알겠습니다.”

     소노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것은 어쩌면 그녀가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해 볼 기회이기도 했다. 하야미는 아직 담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후보가 있더라도 상담할 만한 명분을 쉬이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랬던 만큼 이것은 분명히 그에게 있어 기회였다. 

     하지만 여전히 소노다의 의도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랬기 때문에 그녀는 후보로 지목될 수 있었다. 소노다의 반에서 그녀의 존재감을 따지고 보면, 사실 제로에 가까웠다. 조용하고. 크게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지 않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하야미의 눈에는 보였다. 그녀가 입을 닫고 있는 것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야미가 3개월 동안 지켜본 그녀의 행동 등의 모든 것은 하야미 자신과 거의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에. 하야미는 오늘 소노다와의 만남에서, 그 이유를 캐낼 생각이었다.

     “이전에 선생님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바보라는 말을 하셨죠.”

     그리고 그걸 알기라도 하는 듯, 교무실에서 만난 소노다는 그를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그런 말을 하기는 했었죠.”
     “옳으신 말씀이라 생각했어요.”

     소노다는 시선을 낮추었다.

     “마치 저 같은 사람을 아시기라도 하는 듯한 말씀이었죠.”

     그러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무엇을?”

     하야미는 물었다. 소노다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 했다.

     “저에게는 복수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는 말 치고는 굉장히 예상 외였다. 하지만 예상 안의 말이기도 했다. 복수의 대상. 하야미는 이전의 일을 떠올렸다. 비슷했다. 어쩌면 이렇게 흡사할까. 굉장한 우연이었다.

     “갑자기 굉장한 말이 나오는군요. 소노다 군.”
     “이 이야기를 다른 선생님에게는 하지 않으실 것이라 믿습니다.”
     “할 수도 없습니다.”

     하야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소노다는 장난치지 말라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선생님이 이사장님과 가깝다는 건 이미 모두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게는 선생님밖에 없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하야미는 생각했다. 어쩌면, 진짜일 지도 모른다고. 그것은 어떠한 직감이었다. ‘자네는 혼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네.’ 가모우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섣부른 확신은 금물이었다.

     “말해 보십시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마치 가모우가 그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그리고 하야미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아이는 분명히 진짜다.

     “1학년 때부터 저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소노다는 차분히 말했다. 위화감이 들 정도로 차분했다.

     “괴로운 시간이었죠. 물건을 빼앗기는 건 기본이고, 일부러 보이지 않을 만한 곳에 상처를 낸다거나. 뭐,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그 사람은 무의미했습니다.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지요. 오히려 그 애들의 편이었습니다.”

     하야미는 생각했다. 정말로, 똑같다고.

     “2학년이 되어서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교실인데, 어지간히도 심심했는지 여기까지 건너오곤 했죠. 반 아이들도 전부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돕지 않았다는 것입니까.”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온 거예요.”

     소노다는 여전히 일관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투는 묘하게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았다.

     “선생님은 이사장님에게 가장 가까우신 분이죠. 그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든 전한다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선생님은, 입을 다물면 바보라는 이야기도 하셨지요.”
     “그래서.”
     “용기를 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요.”

     소노다는 또 살짝 웃었다.

     “선생님이 이사장님에게 전하신다 해도 그것이 이루어질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전부터 이 이야기를 선생님에게는 하고 싶었습니다.”
     “어째서입니까?”
     “그래도 된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고개를 살짝 들며 웃는 소노다의 얼굴은 학생의 풋풋함이 담겨 꽤 예쁜 얼굴이었다. 하야미도 살짝 웃었다.

     “그렇다면 소노다 군.”
     “예.”

     하야미는 한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만일 내가 말해도,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네.”
     “그런 경우를 생각하고 있다면, 스스로 복수할 겁니까?”
     “…….”

     소노다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곧 진정시키고는 차분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곧 그녀는 대답했다.

     “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안에는 충분히 독기가 들어 있었다. 하야미는 웃었다. 이것은 진짜였다. 이윽고 그것을 시험해볼 때가 된 것임을 하야미는 깨달았다. 하야미는 제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을 잠시 만지작거렸다. 질감이 있는 스위치가 그의 손끝을 왔다갔다 움직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소노다 군의 말을 전하도록 하지요. 그 학생들의 이름을 여기에 적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소노다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의 이름을 적어 내렸다. 다섯 명 정도. 그 명단을 확인한 하야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노다는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나갔다. 하야미는 그 명단을 가만히 보았다. 어떤 학생들인지는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눈에 띄는 불량아들이었다. 가끔씩 사고를 쳐서 가모우를 난감하게 만들던.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야미는 알고 있었다. 숨겨져 있던 진화의 재능이 꽃을 피우려면 그에 알맞는 양분이 필요했다. 하야미는 경험상 알고 있었다. 그 양분이 부족하면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그 양분이라고 함은, 조금 더 강한 동기였다.





     15


     며칠이 지났다. 여전히 더 홀은 활성화가 된 상태였다. 물론 소노다의 상태에도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하야미는 소노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니, 아마 가모우에게 그 이야기를 전한들 소용은 없었을 것이다. 하야미는 처음부터 그녀를 방치할 생각이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각성하지 못함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스위치를 받았을 때 망설인 기억을 떠올렸다. 그것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한 동기가 필요했다. 그 동기는 간단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복수하고 싶다는 그 마음이 강하게 원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진화라는 꽃을 피우는 양분이 되는 것이다. 하야미는 차분했다.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는 생각 외로 빨리 왔다. 하야미는 우연히 지나가던 길에, 소노다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었던 듯, 다섯 명 정도의 여학생들이 그녀를 둘러싸고는 뭐라 욕설을 하고 있었다. 욕설에 침까지. 불량아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사라진 그녀들 사이에는, 소노다가 주저앉은 채 혼자 있었다. 서러움과 분통함의 오오라라고 할까. 그것이 하야미의 눈에 보였다. 하야미는 때가 왔음을 실감하였다. 그는 제 손에 있던 붉은 스위치를 눌렀다. 그는 곧 검은 그림자가 되었다.

     소노다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되는 것일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생각을 해도 알 수 없었다. 결국 그 역시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어째서. 어째서 나에게만. 소노다의 원망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힘이 필요한가?”

     그 때 소노다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소노다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검은 괴물이 있었다. 그 모습에 소노다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뒤로 몸을 향했다.

     “너를 해칠 생각은 없다. 나는 그저 너에게 묻는 것이다.”

     소노다가 몸을 떨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낯선 괴물은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너에게 힘을 주겠다.”
     “힘, 이라고요?

     소노다는 어느덧 얼굴에 냉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래. 너에게 복수할 수 있는 힘을.”
     “복수.”

     소노다는 그 단어를 제 입에 담았다. 어느덧 그녀의 몸은 떨지 않고 있었다.

     “당신 같은 힘인가요?”
     “비슷하지.”
     “그 애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고 하셨죠?”
     “그래.”

     소노다는 살짝 웃었다. 예의 그 웃음이다.

     “당신의 힘을 주세요. 저는 그 애들에게 복수할 힘이 필요합니다.”

     훗. 검은 괴물은 웃었다. 

     “그렇다면, 별에게 소원을.”

     검은 괴물, 리브라 조디아츠는 제 오른손에 있던 것을 그녀에게 건네었다. 그것은 조디아츠 스위치였다. 그가 이전에 받았던 것과 같은. 소노다는 그것을 의아한 듯 바라보더니 곧 받아들였다. 스위치를 제 품에 넣는 것을 확인한 리브라는 말했다.

     “그것이 네게 힘을 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제 스위치를 다시 눌렀다. 그는 어느덧 검은 괴물에서 인간 하야미 코우헤이로 돌아와 있었다. 소노다의 시선은 스위치를 향해 있었다. 아직 그를 보지 못한 듯 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별에게 묻도록 하세요.”

     그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소노다가 그를 올려다보고는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럴 것이다. 그 선생이 괴물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을 테니까. 하야미는 웃었다.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소노다 군.”

     그녀의 대답을 들을 것도 없이 하야미는 뒤로 돌아 걸어갔다. 소노다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그 동안은 아직 조용했다. 물론 조용한 것은 소노다 쪽의 이야기였고, 다른 쪽은 굉장히 시끌벅적했다. 며칠 뒤면 아마고 축제였기 때문에. 특이하게도 이 학교의 축제는 겨울에 이루어진다. 날짜 선정에 불만을 가진 이도 있기는 했지만, 보통은 축제라는 것에 의의를 두고 정성스럽게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축제인가.”

     하야미 역시 간접적으로 그 영향을 받고 있었다. 축제라고 해서 선생들이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일은 없었지만, 학생들의 분위기라는 것이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도 묻어나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물론 하야미에게 축제라는 것이 좋은 기억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이곳의 아이들이 그렇게나 활기차기 때문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야미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것에 휘둘리다니, 아직 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냥 축제가 활기찬 것은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에게 굉장히 불길한 내용의 소문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강아지 같이 생긴 괴물이 습격한다는 둥의 믿기 힘든 것이었지만, 물론 하야미는 그것을 듣고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강아지라. 그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그런 별자리도 있었다. 그렇다는 건 그 아이는 역시 진짜였다는 것이다.

     이제 그로서는 그 다음을 시험해야 했다. 각성까지 할 수 있는가의 여부. 레오나 바르고나 자신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각성을 위해서는 라스트 원에 도달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조디아츠의 힘이 가장 강해진 상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직 소노다는 거기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녀를 만나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어라. 안녕하세요. 선생님.”

     소노다는 학교 옥상에 있었다. 하야미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의 얼굴은 예전과 꽤 달라져 있었다. 차분하지만 묘하게 자신감이 없던 얼굴이 아니었다.

     “그 힘. 잘 쓰고 있는 모양이군요.”
     “네. 덕분에.”

     소노다는 활짝 웃었다. 저렇게 웃은 적이 있었던가?

     “아직 힘의 끝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 같군요.”
     “끝이라는 것이 있는 건가요?”

     소노다는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하야미는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익숙하다. 그는 난처하게 웃었다.

     “끝이라기보다는 최종 형태라고 하는 편이 낫겠군요.”
     “아. 그런 거라면.”

     소노다는 납득한 듯 보였다.

     “꽤나 화려하게 사용하고 있는 듯하군요.”

     그 말에 소노다는 살짝 웃었다.

     “그저, 경고를 주고 있는 거예요. 다시 절 괴롭힌다면 그 때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소노다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다 인정도 있는 편 아닙니까.”
     “인정일 리가요. 겁을 줘야 모으기 편하죠.”

     소노다의 얼굴에는 이전과는 다른 여유가 있었다. 그 여유에는 묘한 섬뜩함 비슷한 것이 있었다. 

     “본보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무도 저를 건드린다는 허튼 짓 같은 건 안 할 테니까.”
     “그를 위한 힘의 시험입니까?”
     “네. 제 힘을 알아야 그 애들한테 복수하지요.”

     소노다는 제가 쥐고 있던 스위치를 만지작거렸다. 그 얼굴은 만족스러운 듯 하야미에게 보였다.

     “좋은 힘이네요, 선생님. 이런 걸 가지고 계셨으니 이사장님이 필요 없으셨겠죠.”

     그리고 그녀는 역시 하야미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이유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야미의 이 제자는 의외로 만만치 않은 아이였다. 하야미는 웃었다.

     “그렇다면, 제가 여기에 온 이유도 알고 있겠군요.”
     “저를 보러 오신 게 아닌가요?”

     소노다는 물었다. 그 얼굴은 순수하게도 보였다. 아마, 순수한 것이 맞을 것이다. 순수한 복수의 화신. 지금의 그녀는 그러했다.

     “그렇습니다. 그대를 보러 온 겁니다. 강아지 군.”
     “그 호칭.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하야미 선생님.”

     소노다는 난처한 듯 말했다. 물론 하야미는 그 말을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

     “아무튼 힘을 잘 쓰고 있는 것 같아 안심했습니다. 기대하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뜨려던 하야미에게 소노다는 말했다.

     “축제 날.”

     하야미가 소노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축제 날. 제가 원하는 것을 얻겠습니다.”

     소노다의 미소는 햇살에 비쳐, 섬뜩하지만 아름답게 보였다. 학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16


     소노다 사리나는 하야미 코우헤이를 동경하고 있었다.

     그는 완벽한 교사상이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한 모습에, 어느 누구도 가벼이 보지 않는 공평함. 거기에 수업 내용도 훌륭한. 그녀가 보기에는 정말로 완벽한 교사였다. 그녀가 동경하던 이상적인 교사, 그 자체였다. 소노다는 교사를 꿈꾸고 있었다. 언젠가, 자신이 가르치는 것을 훌륭히 실천하는 아이들을 보며 만족하는 것이 그녀의 꿈이었다. 그런 꿈은 생각보다 쉬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괴롭힘을 당한 것도 그것의 연장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괴물임을 알았을 때, 기쁘다고 생각했다. ‘힘이 필요한가?’ 그 말은 그녀에게 구원과도 같았다. 그렇습니다. 필요합니다. 저는 힘이. 모두를 휘어잡을. 모두를 가르칠 수 있을 힘이.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을 입 안으로 참아내느라 얼마나 힘겨웠던가? 그의 손에서 스위치를 받아, 그것을 사용해 본 그녀는 놀랍고 또한 기뻤다. 아아. 이런 힘이. 나에게도 이런 힘이 있었구나. 잦은 괴롭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괴로움. 그것으로만 가득 차 있던 소노다의 마음속에 자신감이라는 꽃이 피어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소노다는 그 힘을 쓰는 데에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의 안에 있는 강력한 동기가, 그 힘을 망설이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복수.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못된 이들에게는 복수이다. 벌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소노다에게는 그럴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 그랬기에 지금은 경고만 내리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거나, 아주 약간씩 위해를 가하는 정도로만. 그들이 공포심에 굴복하여, 더 이상 자신을 건드리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그 강아지 괴물이 소노다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 못한 듯 했다. 그렇게 쓴 맛을 보고도 멍청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몰랐다.

     “축제.”

     아마고의 축제. 모두가 기뻐할 그 축제에서 그녀는 복수를 달성할 생각이었다. 죄 없는 이들을 자신보다 만만하다는 이유로 괴롭히는 머저리들에게 복수와 본보기를.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훌륭한 교육의 일환이었다. 가르침. 모르는 이들에게는 가르침을 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마, 그가 자신에게 스위치를 준 뜻이지 않을까. 이 힘으로,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라고. 그리고, 알려고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벌을 주면 되는 것이다.

     아아. 선생님. 나는 당신이 되고 싶었어요.

     소노다는 제 손의 스위치를 보았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녀에게 공명하고 있었다.





    17


     아마고의 축제날은 아수라장이었다. 활기참과 정신없는 광경이 뒤섞인 광경이었다. 그 현장 속에서 하야미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 많은 곳은 꽤 괴로웠다. 물론 많이 익숙해진 편이었지만. 사실 오늘 같은 날은 교통 정리만 해도 애를 많이 먹는 셈인지라, 하야미는 벌써 지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얼굴만큼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보세요, 하야미 선생. 이거 너무하지 않소? 벌써 실신한 사람이 몇이야.”

     옆에 있던 고문 선생이 한숨을 쉬었다. 

     “하하. 어쩔 수가 없군요. 이건.”
     “이 정도면 질투가 날 정도인데.”

     고문 선생은 툴툴거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하야미의 얼굴을 보고 실신한 몇몇의 여성들이 있었다. 물론 일시적인 효과일 것이겠지만, 의외로 그의 효과는 상당했던 모양이다. 젊고 잘생긴 물리 선생님을 보러 원정까지 오는 학부모도 있었던 모양이니.

     다만 하야미는 거기에 신경을 쓸 만한 여지가 없었다. 소노다의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축제날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라는 말. 그녀의 성격상 분명 실현될 것이다. 어느 정도의 난동은 괜찮지만, 지나치면 수습이 어렵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소노다에게서 신경을 끌 수가 없었다. 일단 지금까지는 아무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 가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었다. 

     “꺄아아아악!”

     하야미가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렸다. 하야미는 그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이쪽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하야미는 근처에 있던 고문 선생의 눈에 띄지 않도록 그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향했다. 조용히, 빠르게 걸어간 그의 눈에, 비명소리의 주인인 듯한 여자아이가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하야미가 다급히 물었다. 그녀는 하야미를 보고 놀란 얼굴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하야미의 시선이 그녀의 손가락 끝을 향했다. 그 끝에는 놀라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런.”

     정말로 사고를 거하게 쳐놨군. 하야미는 한숨을 쉬었다. 다섯 명이 모두, 한쪽 팔목이 벽 옆 기둥에 묶인 채로 죽어 있었다. 무엇에 의해 죽은 것인지는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시체의 상태가 깨끗한 것과 여러 상황을 보면, 꽤나 순식간에 죽은 듯 했다. 겁에 질린 얼굴로 죽어 있던 그 아이들의 시체 위에는 ‘약자를 괴롭힌 대가’라고 쓰여 있었다. 보통 독한 짓이 아니었다. 하야미는 현기증이 나 이마를 짚었다. 이 정도면 수습하기 이래저래 귀찮단 말이지. 그 장소가 그나마 지금에는 사람들에게 눈에 띄지 않는 곳이었으니 망정이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이 본보기를 완전히 해치는 건 그녀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가엾은 첫 발견자는 하야미를 두고 도망쳤다. 어쩔 수 없다. 이미 본 눈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제 곧 다른 이들이 모일 것이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걸 보여줄 수는 없다. 본보기라는 것은 조금 늦어도 된다. 오늘이 아니어도 되는 것이다. 하야미는 제 몸을 숨긴 뒤, 붉은 스위치를 눌렀다. 그리고 그의 힘으로 그 모습을 환상으로 잠시 바꾸었다. 참혹한 벽은 이윽고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변해 있었다. 물론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내일에는 다시 이것이 발견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확실히. 

     그런 사후조치를 취한 뒤, 하야미는 걸어갔다. 축제가 진행되는 화려한 교실을 뒤로 하고 그는 소노다를 찾았다. 옥상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에 가 있단 말인가. 하야미가 그녀를 어렵게 찾았을 때에는 이미 축제는 다 끝나 있었다. 그녀가 있었던 곳은 어두운 교실 안이었다. 2-A. 그녀의 반 교실이었다.

     “이상한 일이예요.”

     하야미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는 말했다.

     “사람들이 모르는 건 그렇다 쳐도, 그 애들에게 복수했는데도 아무 것도 변하지가 않았어요.”
     “…….”

     하야미는 소노다를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은 원래 변하지 않습니다.”

     소노다 앞에 선 하야미는 제 스위치를 눌렀다. 순식간의 그의 모습은 검은 괴물로 변하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변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이.”

     소노다는 그 말을 되뇌었다.

     “이미 너는 그 답을 알고 있었을 터이다.”

     하야미는 차갑게 말했다.

     “아무리 네가 용을 써도 타인이라는 것은 간단히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은 변할 수 있다. 내 자신이 진화를 이룩하게 되는 순간. 그렇게 되면 세상은 변한다.”
     “내가 변해야 한다고.”

     소노다는 말했다.

     “그럼 그동안 제가 받았던 모든 것은 전부, 제 잘못이라는 건가요.”
     “아니.”

     리브라 조디아츠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그들이 나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어두운 교실 안에서 그녀의 눈망울만이 빛이 났다. 그 빛이 나는 눈동자는 지독한 슬픔을 담고 있었다. 하야미는 그것을 이해했다. 그것은 그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왜. 왜 나를 괴롭히지. 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 억울함은 뼈저리게 이해했다. 그랬기 때문에 변했다.

     “내가 변하면 남의 태도가 변한다.”

     그랬기에 하야미는 그녀에게.

     “태도가 변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즉, 변한다.”

     그럴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싶었다.

     “너는, 그럴 수 있는 아이다. 강아지 군.”

     너는 나와 같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소노다가 쥐고 있던 스위치의 모양이 변했다. 라스트 원. 그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조금 놀란 듯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매는 올곧았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물론 하야미는 조금 놀라고 있었다. 여태껏 라스트 원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아무렴 어떠하랴. 더 홀은 아직 활성화중이다.

     소노다는 그 스위치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가차 없이 눌렀다. 그녀의 모습이 강아지자리의 조디아츠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옆에 소노다의 껍데기가 쓰러졌다. 자신도 이런 모습이었던가. 하야미는 그 때를 떠올렸다. 

     “흐으!”

     그 순간, 그녀의 몸이 경련했다. 그녀의 몸이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눈부신 그 빛이 순식간에 지나가자, 그녀의 모습은 바뀌고 있었다. 마치 탈피하듯, 강아지자리의 껍질을 벗어난 그것은 전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야미의 예상대로였다. 그녀는 정답이었다. 전갈자리의 조디아츠. 스콜피온이었다. 그녀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리브라 조디아츠는 말했다.

     “축하한다. 너는 이제 우리와 동격이다. 스콜피온.”

     자세한 설명은 후에 해도 된다. 지금은 그 기쁨을 즐기기를. 진화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선택되었다는.

     “나는, 스콜피온.”

     소노다 사리나, 아니 스콜피온 조디아츠는 제 모습을 믿기 어렵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윽고 그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듯, 리브라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자네가 해낼 것이라 믿었지. 리브라.”

     그리고 스콜피온은 눈 깜짝할 새에 그 붉은 방으로 와 있었다. 물론 그것은 리브라의 힘이었다.

     “당신은.”

     스콜피온, 소노다는 그를 보고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놀랍게도 이 학교의 이사장이었던 것이다.

     “만나서 반갑군, 스콜피온. 자네가 오기를 기다렸지.”
     “가모우 이사장님.”

     소노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가모우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며 웃었다.

     “영광스러운 우리 호로스콥스가 된 것을 축하하네. 자네는 이로서 우주로의 진화의 길을 얻은 셈이지.”

     가모우는 소노다를 보며 말했다. 소노다는 어느새 붉게 바뀌어 있던 자신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 자리에는 전갈 형태의 괴물 대신, 평범한 갈색 생머리의 여고생이 있을 뿐이었다.

     “소노다 군이라고 했던가. 리브라가 이전부터 자네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각성했군.”
     “당신은 전부 알고 계셨던 건가요.”

     소노다는 그에게 물었다. 가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사정은 몰랐지만, 자네의 각성 과정은 보고 있었지. 여기에서는 흐르는 별을 볼 수 있거든.”

     가모우는 어느새 변신을 풀고 있던 하야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네의 성과. 아주 훌륭했네, 하야미 군.”
     “과찬이십니다.”

     하야미는 가볍게 목례했다.

     “더 홀이 다시 활성화가 되는 그 날. 부디 잘 부탁하네.”
     “당신의 뜻대로.”

     그의 눈치를 보아하니, 소노다에게 새로운 사명을 내릴 생각인 듯 했다. 하야미는 자신이 물러나야 할 자리임을 알았다. 그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아마 새로이 태어난 별은 제 알아서 역할을 할 것이다. 자신처럼 그에게 감화되어, 그를 위해 봉사할 것이다.

     그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17


     하야미가 소노다를 각성시킨 다음 날, 더 홀의 활성화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전에 모두가 예상한 대로, 이제 남은 세월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야미는 계속 변해가고 있었다. 진화하고 있었다. 교사로서의 경험을 쌓았다. 인망도 얻고 있었다. 담임도 경험하였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아무 것도 모르던 대학원생도 아니었고, 어렵사리 박사 과정을 밟던 학생도 아니었고, 초보 교사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그는.

     “그렇다면, 만장일치로 차기 교장은 하야미 선생님인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로 교장이 되었다. 이사장 가모우 미츠아키의 지원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가 교장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능력 때문이었다. 학부모조차, 그가 교장이 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하고 있었다. 그 정도의 인망이 어느 새 그에게 쌓여 있었던 것이다.

     하야미가 교장이 된 것은 그의 인망과 능력을 이용해 새로운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함임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를 위한 지원이었음을 하야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 하루도, 가모우를 위하지 않겠다 생각한 날은 없었다. 자신의 사명을 마칠 그 날까지. 그에게 다른 선택지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걷고 있는 길은 모두 가모우가 열어준 것이었기에. 가모우라는 태양을 따라 공전하는 행성의 궤도였기에.

     그리고 그는 몰랐다. 지금 자신이 승인하려는 전학 절차. 그 서류에 적혀 있던 키사라기 겐타로라는 이름이 이후 자신에게 어떠한 운명으로 다가올 지. 어떤 형태로 마무리가 될 지.










    *




     - 소노다 군이 곧 실패할 것 같군. 이제 자네의 차례일 것 같네.

     “네. 알겠습니다.”

     자신 대신에 사명을 다하고 있던 소노다의 실패 소식이 들려왔다. 교장으로서 해야 하는 일에 바빴던 그였지만, 가모우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가모우는 또 다시 하야미를 무대로 불러주었다. 그의 무대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손을 붙잡으며, 하야미는 무대에 입장했다. 사명(使命). 그것을 통해 빛날 자신을 믿으며.


     

     하지만 그가 두 번째로 각성시킨 간부는 완벽히 그의 손을 떠난 이였다.

     “선생님과 저는 간부 동지. 즉, 동등하다. 명령체로 말씀하지 말아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는 태풍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윽고 하야미에게 몰려올 폭풍이었다. 폭풍이 몰려온다. 빛나던 길만 걸어왔던 그에게. 그 방법밖에 모르던 그에게.

     그 폭풍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 것인가.
     아아.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후기>

    안녕하세요. 김우산입니다.

    이번에는 교장 과거 날조책을 들고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 책은 7월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케스가 잡히고 말았죠. 그래서 생각보다 미리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우여곡절이 참 많은 책이었습니다. 그 말인 즉슨 더럽게 안 써졌다는 것입니다.

    교장의 과거라는 것은 결국 교장이 잘 나가던 시절을 의미합니다. 즉. 제가 좋아하는... 교장이 바닥까지 구르고 굴러서 이윽고 깨달음을 얻는 것과는 아주 한참 거리가 먼 글이라는 뜻입니다. 이야. 처음 이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시바 이걸 정사로 밀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들 거라 했는데.. 쓰다 보니 그런 건 없고 남는 건 악이요 하는 말은 교장 자살해라 뿐이었습니다. 이미 죽었지만 자살해라. 

    후... 아무튼 어찌저찌 나오게 되네요. 진지하게 펑크 내고 처음 예정대로 7월에 낼까 고민을 좀 했었는데 다행히 어떻게 마감이 됐습니다. 저는 천재가 아닐까요? ...죄송합니다.

    제가 원하던 교장상이 여기에 잘 표현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실상 요약하면 교장은 어떻게 쓰레기가 되었는가? 인데. 중간에는 왠지 할리퀸 소설 같은 느낌도 나고 참 오묘한 글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도 제 글을 봐주시는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이런 걸 사주셔서.


    - Thanks to this song.

    天庭 - あさき
    空の便箋、空への⼿紙  -  シド

    '가면라이더 > 4z'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천칭] 雫 - 예약특전  (2) 2024.01.16
    너에게 우주 - 3. 재생(再生)  (0) 2018.11.06
    너에게 우주 - 2. 침잠(沈潛)  (0) 2018.11.05
    너에게 우주 - 1. 존재(存在)  (0) 2018.11.05
    [게천칭] 인연의 끝  (0) 2018.05.07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