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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천칭] 雫 - 예약특전
    가면라이더/4z 2024. 1. 16. 16:50

    https://libracollection.tistory.com/187

     

    [게천칭] 雫

     

    libracollection.tistory.com

     

    이 글은 판매 당시 <물방울>의 예약특전으로 전해드렸던 8p짜리 특전입니다.
    (2013년 발매니까 진짜 언제적 글이야... 벌써 10년 전이라고?) 

    오프라인으로는 남아있는데 파일이 날아갔더라구요.
    복원작업 겸 올려봅니다.

    2024년을 달리는 이 시점에도 게천칭에 낚인 어느 불쌍한 분을 위하여...

     

     

     

     

     라플라스의 눈을 가지게 된 이후로 나는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비단 별자리의 운명 뿐은 아니었다. 별자리의 운명만 볼 수 있는 편리한 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게 아니기에 지금도 이 눈에 고통이 몰려오는 것이겠지.

     그리고 나는 그 고통 너머에서, 언제나 그 녀석을 보았다.

     

     

     

     *****

     

     그 녀석이라고 하면 다른 이를 칭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자리를 빼앗고, 내 신임을 빼앗아가려고 했던, 그래서 내가 아주 멀리 보내버렸던. 캔서. 키지마 나츠지. 분명 나는 그 때 모든 미련을 버렸다. 그 녀석을 다크 네뷸라로 보내는 데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가지지 않았단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녀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라플라스의 눈을 가진 이후인 듯 했다. 내 집에는 언제나 그 녀석이 있었다.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린 것처럼. 그 뿐만이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가끔은 바깥에 나와서도 그 녀석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라플라스의 눈을 이용할 때면 그 얼굴이 지독할 정도로 선명히 나타나서 가만히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 녀석의 표정은 알 수가 없다. 어떤 날에는 동정에 가득 찬 눈빛, 어떤 날에는 이상하게 슬퍼 보이는 얼굴. 그 슬프다는 말이 그 녀석과는 썩 그리 어울리는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그리 보이는 것을 어쩌랴. 하지만 어차피 환상. 아마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크윽......!"

     라플라스의 눈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는 능력이었다. 초신성에는 어느 정도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은 그 동안 초신성을 사용했던 간부들을 보며 어느 정도 눈치를 챘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나는 눈을 사용할 때마다 그 날 밤중에 밀려오는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 눈을 찌를 듯, 정확히 말하면 내 눈을 찢어버리는 것 같은 고통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능력을 강화하려고 하면 할수록 고통은 더해진다. 하지만 이겨내지 않는다면 내 능력은 진화하지 않는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 분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능력을 더더욱 진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몰려오는 지금의 고통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나는 결국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침대 앞에 쓰러지고 말았다. 눈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온 감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파. 아파! 특히나 오늘은 더더욱 심했다. 어디서 흐르는지도 모르는 물이 눈을 감싼 내 손 안을 가득 적시고 있었다.

     "크윽, 흑......"

     안 돼. 버텨야 해. 나는 어떻게든 다른 손을 뻗어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부족했다. 고통은 멈출 줄을 몰랐다. 오히려 내가 참아내려고 하면 더더욱 심해지는 것 같았다. 이 집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점이 이렇게 다행스러울 줄이야.

     "이것만 참으면. 그 능력이 내 것이 돼......."

     그래. 그렇다. 참으면 돼. 참아내면 완전히 내 것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더더욱 그 사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가모우 님. 당신뿐입니다. 내게는 당신뿐입니다.

     "이걸로, 진화하는 거다...."

     나는 스스로를 다스렸다. 이 고통을 참아낼 수 있도록, 이 고통이 줄 결과에 대해 머릿속에 계속 새겨내었다. 고통만을 기억하는 이 감각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고 있었다. 온 몸의 신경이 눈에 쏠린 느낌이었지만, 그걸 밀어내야 나는 버틸 수 있으니까.

     "괜찮다. 코우헤이. 괜찮아......"

     그리고 나는 감싼 눈 사이로 분명히 그 녀석을 보았다. 웬일일까. 그 녀석은 내게 손을 뻗고 있었다. 그리고 닿지도 않을 내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환상 주제에. 사람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손 너머에 보이던 그 녀석의 얼굴은 잊을 수가 없었다. 답지 않게 슬픈 얼굴. 처진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거지? 묻고 싶었지만, 환상에게 물어 답이 나올지의 여부는 알 수 없었다. 그 녀석의 얼굴을 봤기 때문일까. 신기하게도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존재치 않을 얼굴이었건만, 그 녀석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버틸 수 있었다. 네 놈에게 질 수는 없었다. 네가 여기 있는데,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설사 네가 환상이라도 말이다.

     

     

     

     *****

     

     바르고를 내 손으로 처분한 날, 그 날에도 역시 네가 있었다. 나는 그 날의 기쁨을 기억했다. 내게 있어 거대한 눈엣가시 중 하나였던 그 사람을 타츠가미와 내가 제거했다. 그 분을 배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없이 유용한 존재였지만, 배신이라는 이유는 처분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래, 결국 살아남은 건 나였다.

     "그래. 나는 살아남았어. 나는."

     그래.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아서 나는.

     "그 분의 곁에 끝까지 있는 건 나야."

     가모우 님. 너무나도 고고하고 위대하신 분. 나는 그 분을 따르는 것이 좋았다. 그 분의 밑에서 그 분의 신뢰를 얻는 것만이 내 삶의 이유였다. 배신자를 처분한 나는 이제 더더욱 그 분의 신뢰를 받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바보 아냐?"

     거울을 보며 그리 생각했던 내 뒤에 그 녀석이 서 있었다. 그 녀석은 나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두려웠다.

     "그렇게 당신을 세뇌해봐야,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아."

     그 녀석은 화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웃기지 마라. 나는 나를 세뇌한 적이 없어. 그 분은 나를 신뢰하신다. 나를 신뢰하신단 말이다.

     "쓰레기."

     그런 상황에서 네 말은 내 가슴에 너무나도 깊이 박혀오는 것이었다. 키지마. 너는 환상이다. 너는 보이지 않는 존재다. 너는 이미 내가 처분했다. 내가 이 손으로 너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런대 왜 너는 여기에 있지. 이런 모습으로 내게 나타나서 뭘 원하는 거냐. 나를 그리 매도하고 싶었나? 하지만 나는 옳았다. 네가 있으면 나는 더 이상 그 분의 신뢰를 받을 수 없었어. 나는 그 분이 필요해. 너 같은 근본도 없는 놈과는 다르단 말이다.

     "아니야. 그래도 가모우 님은 아직 나를 버리시지 않으셨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네 말을 핋사적으로 부정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직 그 분에게는 내가 필요하다. 그래야 한다. 아마 여태까지 그랬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모우 님. 가모우 님. 나는 그 분의 일므을 몇 번이고 불렀다. 그 분만이 내 존재의의였다.

     그렇게 생각하던 내 너머로 보이던 네 얼굴은 어째서인지 내가 괴로워했을 때의 그 얼굴을 생각나게 했다. 왜 너는 계속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거지? 너 주제에 나를 동정하는 건가? 웃기는 소리. 내가 왜 네 동정을 받아야 한단 말이냐.

     그 날은 유독 기분이 좋지 않은 밤이었다.

     

     

     *****

     

     내가 한 번 죽었던 그 날.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

     

     푸른 바다와 메마른 하늘을 보았다. 그 때의 보랏빛 하늘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보랏빛 하늘. 그 곳에서 홀로 서 있던 가모우 님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나는 그 모습을 동경하고 있었다. 고고하게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그 모습을. 그랬기에 나는 목숨을 바쳤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가지게 하고 싶었으니까. 포제의 검을 맞기까지, 나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죽음의 끝에 남은 건 가모우 님이 아닌 다른 이였다. 죽지 말라고 말하며 나를 안던 누군가의 기억. 그 감각이 어쩐지 따뜻했다. 가모우 님의 곁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온정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 곳은 누군가를 만날 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감각은 분명히 있었다. 그 모습은 어쩐지 그 녀석인 것도 같았다. 하지만 확실치 않았다. 나는 그 뒤로의 기억이 없었으니까.

     내가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다. 기적적으로 생환되었다고 말했다. 이미 내 몸은 전체적으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 와중에 들은 건 가모우 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왜 나는 지금 살아 있는 것이지? 그 때 분명 그 분을 지키고 죽었어야 했을 터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떴던 나는 깨달았다. 나는 눈을 떠도 어둠 속에 있었다. 마치 지금의 내 마음처럼.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눈도, 소중한 사람도, 인생의 의의도. 모두.

     "내 목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선생님."

     그래서 네 목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적잖이 놀랐다. 살아 있을 줄이야. 그리고 내 예상대로 너는 내게 원망의 소리를 쏟아냈다. 내가 이런 꼴이 되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는데, 너는 아무 것도 잃지 않고 돌아왔다. 나는 너를 파멸시켰어야 했는데, 너는 파멸은커녕 내 위에 서서 나를 비웃고 있었다. 참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커다란 모욕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너를 보며 기뻐하는 내가 있었다. 기쁘다고? 이 내가? 너를 만나서? 웃기는 소리. 나는 내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고 있었다. 정말로 내가 쓰레기가 된 것 같았다. 그 때 너에게 들었던 그 말처럼.

     병실 안에 있으면, 간호사가 때가 되면 내 시력을 확인한다. 나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어둠이 걷히지 않음을 알았다. 아마 라플라스의 눈이 내게 준 부작용일 테니까. 초신성이 낳는 부작용은 쉬이 낫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 때에도 그렇게 괴로웠는데. 아마 그 때 내 눈의 생명을 힘이 빼앗아버린 게 아닐까. 그래서 그 힘을 쓸 수 없는 나는 껍데기만 남은 것이겠지.

     그렇다. 나는 껍데기뿐인 존재였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는.

     가모우 님. 나는 이제 없는 이의 이름을 불렀다. 아마 이제 당신은 돌아오지 않겠지요. 그러면 알려주십시오.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여기에 남아 있어야 합니까.

     하지만 아무도, 그 답을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

     

     그래서 나는 죽음을 택했다.

     

     

     

     *****

     

     그러나 나는 살아남았다.
     그것도 키지마의 손에 의해서.

     

     

     *****

     그 녀석이 나를 안았을 때, 나는 그 때의 감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믿기 어려웠지만, 이 감각은 분명 그 때의 것이었다. 내가 본 게 틀리지 않았다. 그건 분명히 너였다. 그걸 깨닫고 나니, 눈앞의 어둠이 조금 걷힌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키지마는 그 이후, 자신이 어떤 것을 보아 왔는지 말해 주었다. 바르고의 능력에 의한 부작용으로 다른 차원에 있었다느니, 그래서 나를 계속 지켜봐왔느니 하는 말을 쉴 새 없이 떠들던 그 녀석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도 같았다. 정말 눈의 어둠이 걷혀진 건가?

     그리고 녀석의 말을 들으며 나는 몇 번씩 보았던 키지마의 환상을 떠올렸다. 나는 그저 그것이 내 죄책감이 낳은 환상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진짜 키지마였다는 것. 웃기는군. 그걸 내 죄책감이 낳은 거라고 생각한 것도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였는데, 내가 이런 모습이 되기 전부터 그 녀석은 내가 망가져가는 과정을 쭉 지켜보았다는 이야기이다. 약간은 불쾌했지만, 그렇다고 그걸 책망하기도 애매했다.

     "그럼 나를 쓰레기라 한 것도 너란 거군."

     그렇게 말하자 그 녀석이 살짝 움찔했다.

     "어라, 그것도 들렸던 겁니까?"

     녀석의 눈은 부끄러운 듯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내가 그리 쓰레기 같았나?"

     그런 키지마에게 나는 물었다. 키지마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 그랬죠. 스승 씨는 그 때부터 이미 당신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그거에 한심하게 매달리는 꼴이 웃겨서. 그리고 그것 때문에 제가 한 번 네뷸라 갔지 않습니까."

     "......."

     맞는 말이라 나는 반박할 기운도 없이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때에는 필사적이었으니까. 필사적으로 그 분에게 의지하지 않았다면 아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너를 거기로 보낸 걸. 그랬기에 네가 살아달라고 했을 때, 네가 나로는 안 되냐고 했을 때 나는 비로소 살 수 있었다.

     "키지마."

     "네?"

     "아, 아니다."

     나는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그냥 그만두었다. 역시 이 생각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뭐야, 시시하게."

     툴툴거리는 녀석의 기척을 들으며 나는 이 어둠 속에서 처음으로 웃었다. 바닷바람이 추운 듯 시원했다. 이 감각은, 분명 살려고 했기 때문에 돌아온 감각일 것이다.

     

     

     

     *****

     

     너와 만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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