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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우주 - 3. 재생(再生)
    가면라이더/4z 2018. 11. 6. 00:04


    1. 존재(存在) - http://libracollection.tistory.com/339
    2. 침잠(沈潛) - http://libracollection.tistory.com/340
    3. 재생(再生) - 현재 페이지
    4. 각성(覺醒) - http://libracollection.tistory.com/342





    3. 재생(再生)
    헌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9


     그 현장을 떠난 뒤, 가모우는 하야미를 어느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인적이 드문, 빈 연구실 같은 곳이었다. 낯선 곳에 들어온 하야미가 이리 저리 살펴보는 가운데, 가모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개하지. 나의 동반자이자, 자네의 동료.”

     그와 동시에, 하야미의 앞에 낯선 존재들이 나타났다. 하나는 분홍빛의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다른 쪽은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야미는 그 모습을 보고 그들이 자신과 '비슷한' 존재라는 것을 단숨에 깨달았다.

     “바르고와 레오다. 자네처럼 호로스콥스로 각성한 존재들이지.”
     “네…….”

     하야미는 쉽게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것은 자신 같은 존재가 또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놀람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느끼는 것은 무언가의 박탈감이었다. 무엇에 대한?

     “잘 부탁한다.”
     “이쪽도.”

     여성의 목소리와 남성의 목소리가 각기 들려왔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던 하야미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합니다.”

     가모우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자네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 알 것이라 생각하네.”
     “....예.”

     하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지금, 새 우주로의 지평을 열 영광스러운 호로스콥스 12인 중 한 명으로 선정이 된 것이네. 인간을 뛰어넘는 그 힘. 자네는 그것을 자네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성공한 것이지.”

     하야미는 제 손을 보았다. 손 안에는 붉은 스위치가 영롱히 빛을 내고 있었다. 이것이었다. 지금 그가 이 곳에 있을 수 있는 이유.

     “하지만 보다시피 각성한 스위치는 아직 3개에 불과해. 우리는 12개의 스위치를 모아야 하네. 그것이 모두 모이는 순간, 새 우주로의 길이 열리는 것이지. 무한한 힘으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야.”
     “12개의 스위치...”
     “그래. 조디아츠 스위치는 별의 힘을 빌린 것이고, 그 중에서 호로스콥스 스위치는 황도의 열 두 별자리의 힘을 빌리는 물건이지. 자네의 것은 천칭자리. 그리고 바르고는 처녀자리이고 레오는 사자자리네.”
     “남은 건 9개로군요.”
     “그렇지. 이제 우리가 할 것은 그 남은 스위치들을 모으는 것이네. 그를 위해, 나는 이전부터 많은 것을 준비했다네. 그 계획의 밑거름이 이제 곧 완성이 될 것이고.”

     그 말과 함께, 가모우는 프로젝터를 켰다. 영사기가 하얀 막에 무언가를 비추었다. 그것은 어떤 건물의 조감도. 하야미는 그것에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마노가와 학원 고등학교.”

     가모우는 그것을 보며 말했다.

     “내 모든 계획의 밑거름이자, 완성일세.”
     “왜 겸임교수직만 맡고 계셨는지 알 것 같군요.”

     하야미는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학원 도시의 모습. 하야미는 자신이 생각보다 거대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헌데, 이것이 제 사명과 어떠한 관련이 있죠?”
     “‘더 홀’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

     대답 대신 가모우는 물었다. 하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모토 쿠니테루 교수님의 연구대상 아닙니까. 이 대학에서 이 과를 전공하게 되면 한 번쯤은 듣게 되는 이름이지요.”
     “잘 알고 있군. 그는 내 오래된 친우이지. 뭐, 지금은 그것보다도.”

     가모우는 시선을 조감도에서 하야미에게로 돌렸다.

     “더 홀은 코즈믹 에너지의 통로 같은 것이네. 쉽게 말하면 우주가 힘을 내려주는 창구 같은 것이라고 할까. 더 홀의 아래에 있으면, 다른 지역보다 더 쉽게 코즈믹 에너지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 내 말, 이해하겠나?”
     “네.”
     “인간이 별의 선택을 받아 조디아츠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코즈믹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네. 그 중에서도 선택받은 자만이 호로스콥스로 진화가 가능하지. 그를 위해서도 코즈믹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건 즉, 제가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진화가 가능했다는 것입니까?”
     “정확하네. 역시 우수한 인재야, 자네는.”

     가모우는 박수를 한 번 쳤다.

     “일본 내에 있는 더 홀은 총 두개지. 하나는 여기에 있는 것. 그리고 나머지는 바로 여기.”

     가모우는 조감도를 가리켰다.

     “하지만 더 홀의 영향력 아래라고 바로 진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네. 그 활성화에도 주기가 있어. 에모토가 저 곳은 향후 10년 동안은 활성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더군.”
     “10년이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 뭐, 걱정은 말게. 내 일을 성공하기 위함인데 10년이 문제이겠나?”
     “하지만.”
     “그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걸세, 리브라.”

     가모우의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아마노가와. 그것은 수많은 별들의 호수일세. 내가 설립할 이 학교는, 그 많은 별들의 조각들이 제각기 빛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곳.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별들이야말로 우리와 함께하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지.”
     “네.”
     “하지만 별은 너무나도 많네. 그 많은 별들 중에서 가장 빛나는 것을 찾아내기란 어려운 일이야. 왜냐면 작은 별도 빛이 있으니까.”

     가모우는 하야미의 어깨를 탁 쳤다.

     “아마고로 와주지 않겠나, 하야미 군.”
     “네?”

     하야미는 놀랐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제안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딴 나라의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말씀은 저더러 교사를…….”
     “그렇다네.”

     가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교사를 생각한 적도 없고.”
     “상관없네.”
     “물리 연구밖에 생각한 적이 없었고.”
     “알고 있네.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지.”
     “그리고, 교사 일에 적성이 잘 맞지 않아서…….”
     “그것은 틀렸네.”

     가모우가 단호히 말했다.

     “적성이 없다는 건, 그저 자네가 스스로 자네의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인 것이야. 나에게는 보인다네. 자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자네와 같은 존재들을 찾아내어, 그 존재를 각성시킬 만한 재능이.”

     “가모우 교수님.”

     하야미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이 말도 겨우 하는 제가 어떻게…….”

     고개를 숙인 하야미는 몸을 떨고 있었다. 입이 굳어 말이 잘 안 나오는 상황임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겁내고 있었다. 정말로, 자신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것을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또 다시, 또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야미는 두려웠다. 스스로 변하였지만, 그것의 결과가 이전과 다를 것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것을 할 수 없었다. 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몸을 떨던 하야미에게 익숙한 감촉이 느껴졌다. 가모우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마치 안심하라는 듯이.

     “하야미 군. 나는 믿네. 자네의 가능성을.”
     “하지만…….”
     “알고 있네. 지금의 자네로서는 힘든 일이 맞아. 그걸 알면서도 나는 무리하게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고. 하지만 말이야. 나는 바로 자네에게 선생을 해달라는 말이 아니네.”

     가모우의 말에 하야미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아직 더 홀은 활성화가 되지 않아. 그 전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손을 쓸 수가 없지. 그런 상황을 두고 생각해보게. 지금의 자네라면 교사가 어렵지만, 몇 년 후의 자네는 어떨까? 자네는 계속 변화하고, 진화해야 하네. 그런 존재여야만 하네.”
     “변화하고, 진화하는…….”

     가모우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물리 연구와 더불어, 자네가 내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네. 그렇게 한다면, 몇 년 뒤의 자네는 내 사명을 훌륭히 완수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겠지.”

     하야미는 생각했다. 머나먼 일은 생각지 않았던 그에게 가모우가 제시한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인 것이었다. 물론 하야미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 하야미가 가지고 있던 것이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우주와도 같았다면, 가모우가 제시한 것은 궤도였다. 따라가면, 그 길대로 이끌리는 궤도. 하야미에게는 달콤한 것이었다. 여태껏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하야미는 그것이 탐이 났다.

     “알겠습니다.”

     하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이렇게 만들어주신 건 당신입니다, 가모우 교수님.”

     하야미는 제 손에 있는 붉은 스위치를 꽉 쥐었다.

     “그런 당신의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모우는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하야미의 손을 붙잡았다.

     “고맙네. 자네를 믿고 있었네.”
     “교수님.”
     “자네는 분명히 해낼 것이야. 자네가 진화한 가능성. 그것은 머나먼 우주로의 여행을 위한 것. 그 진화를 이루어낸 자네가, 여기서의 진화를 하지 모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야.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자네가 필요한 것은 내 모두 주도록 하지.”

     하야미는 기뻤다. 이렇게 말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그에게 무엇이든 해주겠다 한 적이 없었다. 원한다면 말하라는 말조차 한 적이 없었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은 달랐다. 하야미의 앞에 있는 그는 하야미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했다. 하야미에게 있어 그것은 모두 처음이었다. 하야미의 모든 처음을 그가 가져갔다.

     그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10


     그 이후 하야미의 모든 일은 거짓말처럼 순조로웠다. 그 동안 그가 어려워했던 것들이, 진화하고 난 뒤부터 쉽게 풀리고 있었다. 시오자와 교수가 죽고, 새로 하야미의 담당이 된 교수는 시오자와처럼 남의 재능을 뺴앗는 이가 아니었다.

     "훌륭해, 하야미 군. 아주 훌륭해."

     시오자와의 행동에 대해서 그는 알까? 그렇게 생각했던 하야미였지만, 무사히 통과된 그의 논문이 문집이 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모두 사라졌다. 석사에 불과하다. 그것은 알고 있었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 자신은 얼마나 묶여있었던가. 하야미는 후련함을 느꼈다. 그야말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었다.

     이 모든 것은 그의 덕분이었다. 수료장을 받으며, 하야미는 그의 얼굴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하야미의 기대와 같이 졸업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축하하네, 하야미 군. 이윽고."
     "예. 모두 당신 덕입니다. 가모우 님."

     교수라는 호칭은 어느새 빠져 있었다. 그것은 하야미에게 있어 가모우가 직책 이상의 존재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기쁘군. 자네같은 유능한 인재의 감사를 받게 될 줄이야."
     "유능한 스승의 곁이니,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하야미는 웃었다. 

     "여기는 복잡하니,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자네에게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니 말일세."
     "같은 생각입니다. 가시죠."

     가모우가 앞장서고, 하야미가 그 뒤를 쫓는다. 졸업식 현장의 복잡함을 벗어나, 조용한 곳을 찾으려고 하면 멀리 다방이 보였다. 그 곳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나는 우선 자네의 생각을 듣고 싶네."

     커피를 앞에 두고 가모우는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야미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고 있었다.

     "물리학은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하야미는 말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연구를 위해 살 것이라고 다짐했던 그 순간부터. 물론 지금은 어느 정도 그 방향이 바뀌어 있었지만.

     "그럴 거라 생각했네."

     가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열정이 없었다면, 자네는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테니까."

     하야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자네에게 제안이 있네."
     "제안이라고 하시면?"

     가모우는 커피에 입을 대었다. 한껏 여유를 부리다 그는 말했다.

     "미국에 내가 아는 권위 있는 교수가 있네."
     "...미국에요?"

     하야미는 의외의 말에 놀라고 있었다.

     "자네를 그 교수에게 소개시켜 줄 테니, 그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게 어떠한가?"
     "그... 그런."

     하야미는 당황했다. 이는 정말 그에게는 생각하지도 못한 기회였다. 

     “로버트 스미스 해럴드 교수. 물리학계에 최근 뜨고 있는 저명한 교수이지.”
     “예?”

     하야미는 놀랐다. 놀라다 못해 식겁하고 있었다. 로버트 해럴드 교수. 그는 최근에 여러 논문을 통해 물리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부르고 있던 교수였다. 그가 어떻게 가모우와 알고 지내는 사이인지는 중요치 않아도, 가모우가 그를 알고, 소개시켜주겠다는 것은 하야미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박사 학위를 밟겠다는 것도 일본 안에서 할까?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뿐이었기에. 가모우는 또 그에게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 길로만 가면, 네가 원하는 것은 모두 이루어질 수 있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악마의 유혹인지, 아니면 천사의 축복인지. 지금의 하야미에게는 알 수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달콤한 과실이었기 때문에.

     “해럴드 교수라니…….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자네가 만족할 것 같았지.”

     가모우는 커피를 한 모금 머금으며 웃었다.

     “영어는 할 줄 아나?”
     “논문을 읽을 정도는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말이야 배우면 될 것이고.”

     세계가 갑자기 열렸다. 꽉 닫혀있고, 앞으로도 열릴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하야미는 망설일 새도 없이, 그 열린 세계로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정말이지. 왜 잘 나가다 그러는 건가. 자네라면 가능할 것이야. 읽을 수가 있다면 말하는 건 익히면 되는 것이야.”
     “그 말하는 것이 문제라.”

     가모우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하야미 군.”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가모우는 말했다. 하야미는 그의 여유로운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지. 알고 있나?”
     “예.”

     턱을 괴며, 가모우는 말했다.

     “물론 젊은이의 성급함은 나 역시 잘 알고 있네. 아직 시간이 많은데도, 시간이 없는 것처럼 기회만 되면 달리려고 하지.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네. 그것 때문에 나는 한 번 우주에 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지. 그에게 닿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 잡지 못했어.”

     닿을 기회. 라는 말이 하야미에게는 낯설게 들렸다. 우주 여행이 그의 목표가 아니었던 것인가? 하기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전부터 하야미가 의아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모우의 뉘앙스는 우주여행이었지만, 사실 그는 하야미가 학생이던 시절 이미 달에 있던 연구기지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몸이었다. 뉘앙스가 전혀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네. 어차피 그와는 평생에 한 번밖에 만날 수 없어. 그렇다면, 그것이 언제가 되더라도 죽기 전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서두르지 않네. 언제든 성공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야.”

     하야미는 조금 긴장된 손으로 커피잔을 쥐었다.

     “그라고 하시면.”
     “우주의 심연. 그 자체.”

     가모우는 웃었다.

     “가모우 님.”
     “하야미 군. 아니, 리브라. 어차피 박사 학위를 밟으려면 이번 학기에 들어갈 수는 없네. 이번 학기에 들어가기엔 시간이 많이 지났거든.”

     하야미는 그 때서야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9월까지는 시간이 있지.”
     “그렇군요.”
     “그 동안, 자네가 거기에 가기 부족함이 없도록 해보게.”

     하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 그는 길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기대에 보답하는 것이 가장 최상의 방법이었다. 하야미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은 이미 그것대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까.

     그것대로 하는 것이 최상이었다. 그것이 기준이었다.




     “말이라는 것은 말이네. 중요한 것이야.”

     하야미가 공부를 시작한 뒤 시간이 조금 지난 어느 날, 그는 말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야미는 되물었다. 당연했다. 가모우의 말은 그의 생각과는 굉장히 머나먼 것이었기 때문에. 가모우는 퍼뜩 하야미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선량한 얼굴이 하야미의 눈동자에 새겨진다.

     “그러고 보면 자네는 말을 잘 하지 못하지.”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하야미는 고개를 돌렸다. 가모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 때문에 진전이 없다고, 선생에게서 들었지.”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하야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 보면, 하야미의 전속 영어선생도 가모우가 소개시켜준 이였다. 자신에게 꽤나 도움이 되었다면서. 어디서 그런 사람들을 모아오는 것일까. 굉장하다고 하야미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네. 하지만, 무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야.”
     “무기요?”

     이상하다 생각한 하야미는 물었다.

     “그래. 자네는 반박을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야.”

     갑자기 그는 다른 말을 했다.

     “하지만, 자네가 그 말을 할 수 있는 건 내가 자네에게 ‘낯선’이가 아니기 때문일 뿐이지. 만약 처음 보는 이가 자네에게 ‘말은 무기다’라는 말을 한다면, 자네는 그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하야미는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네. 하야미 군.”

     가모우의 목소리가 울렸다.

     “말이라는 것은, 무기이고 힘일세. 또한 자기 스스로를 빛나게 할 수 있는 장신구 같은 것이네.”
     “장신구…….”
     “그렇게 말하면, 자네는 없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 하지만 말이야.”

     가모우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말은 그 자체로 힘이네. 하야미 군.”

     하야미는 그의 말을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생각을 해보지. 자네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은 자네나 나나 매우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네의 우수함을 잘 모르지. 왜 그럴까? 사람들이 자네를 잘 봐주지 않기 때문에? 자네의 능력이 사실은 우수하지 않아서? 전혀 아니지. 자네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야.”

     하야미는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자신을 끌어당기는 그가 보였다.

     “물론,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겸손일지도 몰라. 하지만, 지나치게 스스로를 감추는 것도 결국 자신을 망치는 법이지.”

     가모우는 하야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랬기 때문에, 자네가 논문을 빼앗겼던 것이고.”

     하야미는 움찔 놀랐다. 그의 일갈에 잠시 잊고 있었던 트라우마가 다시 온 몸을 휩쓸고 있었다. 그랬다. 빼앗겼었다. 힘이 없었기 때문에. 하야미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힘이 있지 않은가? 더 이상 빼앗기지 않아도 될 힘이.

     “어쩌면 자네는 그 힘이 필요 없을 지도 모르는 사람이었어. 하야미 군.”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가모우가 말했다.

     “자네에게 힘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자네를 선택한 것이지. 하지만 지금은 자네가 그 힘에 의지할 수는 없는 시기야.”

     하야미는 여전히 쉬이 납득은 못하고 있었다.

     “조디아츠는 그것을 유지하는 데에 에너지가 필요하지. 더 홀이 비활성화중인 지금은 자네에게 그 힘은 아무런 의미가 없네.”

     그 말에 하야미는 놀랐다.

     “전혀, 몰랐습니다.”

     가모우는 고개를 저었다.

     “하야미 군. 자네는 원석이야.”

     다시 그는 말했다.

     “원석은 갈고 닦는다면 누구보다 빛날 보석이 되지. 그리고 자네는 이미 보석이 되어 가고 있네. 하지만 보석이라는 건 말이야. 가꾸어져야 가치가 있는 물건일세. 그 화려함이 있어야 할 곳에서 빛이 나는 물건이란 말일세. 한낱 돌 사이에서 그것이 빛나겠는가?”

     보석이라는 말에, 하야미는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극찬이십니다.”
     “아니, 사실이지. 그렇기에 더더욱 자네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이라네. 말, 화술이라는 것은 그 보석을 갈고 닦는 수단이네. 자네는 본디 빛나는 존재이지만, 더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말이야. 자네를 빛나게 할 수 있는, 자네가 가질 수 있는 힘인 것이네.”
     “힘입니까.”
     “그래.”

     하야미는 기쁨을 숨기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기뻤다. 너무나도. 지금 이 상황이. 그가 자신을 좋게 봐주는 이 상황 자체가.

     “그러니 하야미 군. 화술을 배우게.”
     “…….”
     “자네의 논문에도, 아울러 자네의 미래에도 분명 그것은 도움이 되네. 자네의 말을 들으며, 자네의 능력을 인정해 줄 것이야.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야.”

     하야미는 또 다시 그에게 휩쓸리는 것을 느꼈다.

     “네.”
     “나를 믿게. 이 말은 틀림이 없음이야.”

     하지만, 그 휩쓸림을 막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아, 그래.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다 가모우는 또 뭔가 떠올린 모양이었다.

     “원석을 아직 갈고 닦지 않았군.”

     그렇게 말하며, 가모우는 하야미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자네라는 원석을 이런 걸로 가리는 건 그다지 좋지 않지.”
     “가모우 님.”
     “내 또 한 가지 이야기를 하지. 말 다음으로 중요한 건 인상이네.”

     하야미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머리카락 밑으로 숨겨진 자네의 얼굴은 충분히 빛이 날 보석이라고 생각하네만, 또 이렇게 원석으로만 머물려고 하는군.”

     가모우는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그 말을 꺼내었다.

     “이 머리만 자르면, 조금 나을 것 같은데.”
     “그렇습니까.”
     “얼굴을 드러내는 편이 좋아. 자네로서는 그것이 힘들지 모르더라도. 그걸 하는 것이 시작이네.”
     “…….”

     하야미는 쉬이 익숙해지질 않았다. 일평생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야미 군. 자네는 보석이야.”

     그 말을 가모우는 계속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네는 보석으로 가꾸어지는 법을 배워야 하네.”
     “허나, 가모우 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말게. 자네는 진화를 이루어냈고, 앞으로도 진화할 인간이야. 자네의 높은 가능성을 스스로 낮추려 하지 말게.”

     가모우는 그의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었다.

     “진화라는 것은 본디 작은 것부터 시작되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면 아니 되네. 차분히. 천천히.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것이네.”

     그의 말 하나하나가 마치 세포에 새겨지듯 선명해져갔다. 아무 것도 없는 우주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것처럼. 그리고 이윽고 별이 생겨나는 것처럼. 그렇게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곧 탄생과도 같았다. 

     하야미는 또 다시 깨달았다. 그는 태양이었다. 자신은 그저 거기에 따르면 되는 것이었다. 따르기만 한다면. 당신의 뒤를 따라 걷기만 한다면. 하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좋은 자세야, 하야미 군.”

     가모우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11


     “굉장하군. 정말.”

     어느덧 시간이 지나, 하야미는 그와 대면하게 되었다. 로버트 스미스 해럴드 교수. 가모우의 소개가 있었지만, 어쨌든 하야미는 무사히 입학 시험을 통과했다. 그는 성장하고 있었다. 가모우가 믿은 대로. 그것은 가모우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위함인지 하야미 자신도 확신하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또 해내었다. 또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미스터 가모우에게서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이지 훌륭하단 말밖에 나오지 않는군. 이런 자네가 구석에서 썩으려 했었다는 게 믿을 수가 없어.”

     또박또박한 영어로 그 이야기를 하는 해럴드 교수를 보며, 하야미는 여유롭게 웃었다. 이제는 이 웃음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 6개월 동안, 하야미는 정말 많은 일을 했었다. 말하는 법과 인상 변화. 표정 관리. 처음에는 이유를 잘 몰랐다. 하지만 점차 알게 되었다. 가모우의 말이 맞았다. 말은 정말로 자신의 무기였다. 그것은 연구 성과 발표 시간에도, 하다못해 교수와의 대화 속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었다. 하야미는 지금에 와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그 때엔 왜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감사합니다. 교수님.”
     “조금만 더 하면 되네. 조금만. 왠지 나는 자네의 논문이 굉장히 기대가 돼. 날 놀라게 할 것만 같다고 할까.”
     “과찬이십니다. 의외로 보고 실망하실 지도 모르는 걸요.”

     그 말에 해럴드 교수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상당히 자신의 연구만큼 소탈한 사람이었다. 하야미는 그래서 그가 굉장히 편안하게 느껴졌다. 교토 대학의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권위주의 의식이 그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가모우는 분명 여러 유지들과 알고 지내는 사이일 것이다. 그 사람들 중에서 하야미에게 해럴드를 소개시켜줬던 것은, 분명 이런 식으로 친해질 것임을 미리 예측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생각하니, 하야미는 어느새 가모우에 대한 존경심이 상당히 위에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럴 리가. 자네 그 수준이면 동기들 중에서도 상위일 걸.”
     “그럴 리가요.”

     하야미는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전의 그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자세였다.

     “하지만 하야미 군.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어.”
     “무엇입니까?”

     해럴드 교수는 만면에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박사라는 건 말이야. 배우는 것이 아니네. 물론 배움의 장에 끝은 없네만, 박사 학위가 갖는 의미는 그것이야. 모든 답은 자네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박사 학위를 갖게 되면, 그 이후로 아무도 자네의 호기심에 대한 답은 알려주지 않네.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게 돼.”

     하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되네.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아. 아무도.”

     해럴드의 말은 지극히 옳은 것이었다. 하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물리가 아닌 다른 쪽에서는 그에게 답을 주는 이가 있었다. 이렇게만 하면 된다고 길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하야미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 길로만 가게 되면 모든 것이 있었다. 우주가 있었다. 그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려야 했다.

     ‘때가 될 때까지, 스스로를 낮추게.’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하야미는 해럴드 교수를 배웅했다.





     12


     이윽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나갔다. 하야미는 박사 과정 2년을 거쳐, 기본적인 전공 수료 시험을 통과하였다. 그 이후로는 논문을 작성하고 조율하여 학계에 내는 것으로 학위를 수료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하야미는 시험을 통과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자네의 사정이 그렇다고 하고, 미스터 가모우 측에서도 부탁을 했으니 어쩔 수가 없군. 학교 측에서도 문제는 없다고 하고.”

     하야미를 보내는 게 못내 아쉬웠던 듯, 하야미가 떠나려는 때 공항까지 배웅을 온 해럴드 교수는 말했다.

     “조금 번거로울 지도 모르지만, 논문을 작성하고 나면 나를 꼭 찾아오게. 그 정도 시간은 내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받아냈으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법 유창한 영어로, 하야미가 대답했다. 해럴드 교수는 만족한다는 듯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 또 오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일본으로 돌아온 하야미는 곧바로 가모우를 찾으러 갔다. 아마노가와 학원도시. 가모우가 알려준 교통편을 따라 이동해 도착한 그 도시는 상당한 규모의 것이었다. 실상 하야미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직전에 완공된 도시인지라, 이미 이주한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하야미는 그들 사이를 계속 지나,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마노가와 학원 고등학교라고 쓰인 그 교문을 지나가, 체육 수업을 하는 학생들을 지나 이사장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 앉아 있던 가모우는 하야미의 얼굴을 보자 화색이 돌며 그를 향해 걸어왔다.

     “오랜만이군. 하야미 군.”

     3년 간, 그 역시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주름이 조금 느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랬을지도 모르겠군. 이래저래 많은 일이 있었으니 말일세.”

     가모우는 그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다. 하야미 역시 웃음으로 화답했다.

     “정말이지, 자네도 많이 변했군. 더욱 빛나게 되었어.”
     “과찬이십니다.”
     “자, 자. 이쪽에 앉지.”

     가모우는 옆에 마련된 접객용 테이블 앞에 앉았다. 하야미 역시 거기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이사장실 안은 제법 고풍스러운 분위기였다. 거기다 가득 꽂혀 있는 우주 관련 책들. 정말 그에게 어울리는 방이라고 하야미는 생각했다.

     “어떻게, 해럴드 교수가 보내주던가?”
     “가모우 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에 가모우는 크게 웃었다.

     “그럴 줄 알았지. 그 친구, 자네가 꽤 마음에 든 것 같았거든.”
     “그걸 아시면서도 저를 이쪽으로 데리고 오셨습니까.”

     그리고 하야미도 농담으로 대응했다. 그럴 만한 여유가 지금의 하야미에게는 있었다.

     “이유가 있지 않겠나. 자네도 알 만한 이유.”

     그런 하야미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가모우는 그것을 여유롭게 넘겼다.

     “그럼 슬슬 본론이 나올 시간인 것 같군.”

     가모우의 목소리가 차분히 들렸다. 하야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2년 전에 말했듯. 자네가 여기 교사가 되어줬으면 하네.”
     “교사입니까.”

     하야미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 때에는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

     가모우는 양손으로 턱을 괴며 물었다.

     “지금이라면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것이라 믿었지.”

     가모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자네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것도 그래서였으니.”

     하야미는 시선을 낮추며 웃었다.

     “교육이라는 것은 학생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것이네. 학생 하나하나에 열의를 다하여, 그 학생이 지닌 가장 높은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야.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알겠지.”
     “당연합니다.”

     모를 리가 없었다. 적어도 하야미는 해서는 안 되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되었네. 자네를 고용하는 데에 반대할 이는 없겠지. 우선은 감을 익히게. 일은 그 다음이야.”
     “당신의 말씀대로.”

     하야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모우에게 목례했다. 가모우는 그 인사를 받았다.

     “아, 참. 자네에게 보여줄 곳이 있네.”

     가모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사장실 안의 어느 곳을 가리켰다. 하야미가 그를 따라가면, 가모우는 그의 앞에 있던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어둠이 있었다.

     “여기는…….”
     “들어가 보면 알 것이네.”

     하야미는 살짝 긴장한 걸음으로 그 안에 들어갔다. 블랙홀만 같던 그 어둠이 지나가는 것도 잠시. 곧 어느 방이 하나 나왔다. 하얗고 붉은, 둥그런 의자 하나가 놓여 있고, 붉은 조명이 비치는 방이었다.

     “앞으로.”

     하야미의 뒤에 선 가모우가 말했다.

     “우리의 ‘일’과 관련된 이야기는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질 것이네.”
     “여기서 말입니까?”
     “그래. 다른 이들은 알고 있네. 자네만 모를 것이기에 지금 알려주는 것이지.”

     가모우는 그렇게 말하며 가운데에 있던 그 의자에 앉았다.

     “여기에서는 별을 관망할 수 있지. 어떠한 별이라도, 말이네.”

     알쏭달쏭한 말이었지만, 하야미는 그 뜻을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자네가 여기에 새로운 별을 데리고 올 수 있기를 기대하겠네.”
     “맡겨만 주십시오.”

     하야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것은 그에게 있어 또 다른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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